그녀가 죽었다 : 당신이 누군가를 본다면 누군가도 당신을 볼 것입니다.

홍보의 중요성을 절감합니다. 이 영화 <그녀가 죽었다>를 보게 된 이유는 <범죄도시 4> 상영 전에 보여준 예고편 때문이었습니다. 시놉시스가 흥미를 유발했기 때문에 유인이 되었습니다. 관람 당시 관람객도 꽤 많았습니다. 극장표값이 올라서 영화산업이 어렵다. 한국영화가 어렵다고 말해도 볼 사람은 다 보고. 괜찮은 영화가 계속 나오기는 합니다.

 

제목부터. 제목 자체가 스포일러입니다. 시작부터 죽었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에 본 게임영상 중 < 스포일러가 너무 심한 RPG>가 있습니다. 제목부터 흥미를 유발하고 캐릭터의 이름에서 스토리 전개를 밝히고 있는 참 심한 게임이었습니다. 게임을 굳이 해보지 않더라도 스트리머나 유튜브 플레이 영상이 많으니 봐도 됩니다.

 

힘들었던 초반. 호감이 가지 않는 주인공

 

시작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주인공인 구정태(변요한)는 공인중개사이지만 다른 사람의 삶을 훔쳐보는 취미가 있습니다. 훔쳐보는 것까지는 그럴 수 있는데. 직업의 특징을 이용해서 다른 사람의 공감도 스스럼없이 침범합니다. 주인공인데 정을 주기가 쉽지 않은 설정입니다.

왜 많은 영화들이 경찰, 군인등을 주인공으로 설정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경찰조직도 문제가 있고, 특히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판을 많이 받아야 할 조직은 군이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경찰이나 군인을 배경으로 하는 인물은 당위성을 설정하기 좋습니다. 사건을 해결하고 하고 지켜야 하니까.

감독이나 배우도 그 지점에서 고민을 많이 했나 봅니다. 주인공 자체가 범죄를 저지르고 있으니 옹호는 하지 말아야 하고, 그렇다고 마냥 비호감으로 인식이 되면 안 되니까요. 관음증보다 주인공의 답답한 행동이 고구만 한 움큼 먹은 느낌을 들게 만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답답한 캐릭터를 싫어해서 초반은 힘들었고요.

일명 관종인 한소라(신혜선) 범상치 않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시간이 지나가면서 관객들은 도라이와 도라이의 대결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이야기 구조가 초반부터 흥미를 끓고, 긴장감을 주는 장면, 섬뜩함을 느껴지는 하는 대목, 진실을 밝혀지는 순간. 흥미롭게 펼쳐집니다.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초반이 지나고 이야기가가 속도감이 있고, 인물들이 왜 그렇게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쉽게 알려줍니다.

 

 

당신이 누군가를 본다면 누군가도 당신을 볼 것입니다.

 

<그녀는 죽었다>는 SNS가 보편화된 사회를 보여줍니다. 누군가를 훔쳐보는 게 쉽고, 관심을 받는 게 목숨을 거는 사회말입니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심연에 대해서 아주 유명한 말을 했습니다. "당신이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본다면, 심연 또한 당신을 들여다볼 것이다."  현대는 심연이 아닌 SNS로 연결된 만인이라고 보면 되겠죠. 만인에 대한 투쟁이 아닌 만인에 대한 시선.

 

주인공인 구정태는 한소라를 비롯한 다른 사람을 들여다보지만 자신또한 관찰당한 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구정태는 누군가가  몰래 보고 있다는 걸 인지하는 그 순간. 소름이 돋습니다. 왜? 무슨 목적으로? 이유를 알 수 없어 불안합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하는 행동이었습니다.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그저 들여다볼 뿐. 자신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변명을 하면서요.

 

마지막 장면이 시사하는 바가 그런 점인 거 같습니다. 유명해졌지만 <판옵티콘>에 갇혀버린 죄수처럼 구정태 당신은 끊임없이 감시받는 형벌을 받을 거라고. 우리는 훔쳐보는 사람을 나쁘다고 생각을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결국 스크린을 보고 구정태를 보는 그저 관음 하는 게 아닌가?  우리는 다른 사람이 뭘 하는지 관심이 지대합니다. 무엇을 먹는지, 무엇을 입는지, 어디를 가는지, 사랑을 나누는지 훔쳐보는 건 아니지만 다른 사람을 보는 게 열중, 아니 만성적으로 중독이 되어 있습니다.

 

어떤 순간에는 한소라처럼 사람들이 봐주기를 원하고, 알아봐 주지 않기를 원하기도 하고. 사람이 욕망은 복잡하면서도 딱 떨어지지 않습니다. 복잡해요. 복잡해. 다른 사람을 알기도 어렵도, 나 자신도 모를 때가 많습니다.

 

 

 

흥미로운 설정과 전개. 앞으로가 기대됨

 

영화관람 후 크레디트에서 주인공인 변요한임을 알게 되었고. 잘 몰랐던 신혜선이라는 배우도 한소라의 표독스럽고 가증스러운 점을 잘 연기를 했습니다. 가장 놀랐던 점은 감독인 김세휘입니다. 이름 때문에 몰랐는데 여자 감독이었습니다.

 

각본과 감독을 같이 맡았습니다. 인터뷰를 보면 처음에는 감독을 할 의도가 없었고 그저 각본만 썼는데. 소속사 대표의 권유. "연출을 해보지 않을래?" 말을 듣고 잠이 오지 않아서 했다고 합니다. 첫 작품에서(아마 맞겠죠?) 이 정도 영화를 뽑아내는 거 보면. 감독이 능력자는 능력자네요. 첫 타석에서 안타 이상을 칠 것 같은데 향후 행보가 기대가 됩니다.

 

<그녀가 죽었다> 점수를 주자면 8.5점 주겠습니다. 흥미를 끌어 나가고 뒷 이야기가 궁금하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