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 신드롬
애플의 CEO였던 스티브 잡스가 사망소식이 나오고 난 뒤. 추모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한 기업의 CEO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하죠.스티브 잡스는 웬만한 정치인이나 연예인보다 유명해진 느낌입니다. 스티브 잡스의 특징을 분석하기도 하고 업적을 다시 조명하기도 합니다.
언론들은 스티브 잡스의 성공을 부러워 하면서 한국도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을 하는데요.
말이 안된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스티브 잡스는 주류의 질서를 따르기 보다 파괴하는 아웃사이더 이기 때문이죠.
스티브 잡스를 키우자고??
스티브 잡스는 입양아 출신에, 학력도 변변치 않았습니다. 별 볼일 없는 스펙을 가진 스티브 잡스가 주류의 질서에
편입할려고 했다면 뒤로 밀려났을 겁니다. 밀려나는 정도가 아니겁니다. 스티브 잡스의 독단적인 성격을 고려할 때,
혹평을 받았을 겁니다.
스티브 잡스가 MBA에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기사를 보았는데요. 성적이 좋지 않았을 겁니다. 페덱스의 창업자가 자신이 생각해낸 논문이 교수에게 C를 받았다고 하죠. 그것에 굴하지 않고 자기가 생각한대로 창업해서 성공했습니다. 이론과 현실은 다른 점이 많습니다. 특히나 비지니스에서는요. 스티브 잡스가 MBA에 입학할 수 나 있었는지 모르겠군요.입학할 생각도 안했겠죠. 그런 공부를 하는 것은 시간낭비라고 생각을 했을 겁니다.
스티브 잡스를 보면 누구보다도 인정받고 싶어하고, 성공하고 싶어하는 의지가 강해보였습니다. 투쟁심과 경쟁의식이 강하고 의지가 투철합니다. 그런데 주류로 가서 그대로 맞서 싸우면 성공하기 힘들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모험을 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아웃사이더가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스스로도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해적이 될 수 있는데 해군에
입대할 필요가 있는가?" 정확하게 보자면 이렇겠죠. 해군에 입대해 봤자 경쟁자들에게 밀려서 장군이 될 수 없다.
아니 스티브 잡스라면 해군에 입대할 수 없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내가 해적이 되어서 왕이 되면 된다. 이게 스티브 잡스가 내린 결론일 겁니다.
질서 수호자 VS 질서 파괴자.
학력자본 격차와 양육문화를 다룬 책인 < "왜 잘사는 집 아이들이 공부를 더 잘하는가?" > 를 읽어 보니 흥미로운
내용이 있더군요.중산층 부모는 아이들이 교육에 관해서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노력을 하는 반면 노동자 계층 부모는 아이들의 교육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하고 여력이 없다는 겁니다. 여유가 있는 집 아이들이 공부를 더 잘하고 더 좋은 학력을 가지게 된 다는 사실은 어떻게 보면 상식처럼 다 아는 사실이죠.
하지만 교육은 다양한 요소가 개입이 되어서 다양한 해석과 결과가 나옵니다. 교육에 관심을 쏟으면 명문대에 갈 확률이 높아지지만, 안 그런 경우도 있습니다. 노둥자 계층의 자녀로 부모에게서 '공부해라'는 말을 한 번도 듣지 않았지만 스스로의 노력으로 명문대에 진학한 경우도 있습니다. 중산층 부모가 지대한 노력을 했지만 큰 효과가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는 거죠.
책에서 중산층 부모가 하는 말이 속마음을 잘 드러냅니다. "질서가 바뀌지 않기를 원한다." 이미 만들어 놓은 규칙을 따르는 것이 자신들에게 더 유리하다는 거죠. 공부를 잘 하는 모범생들도 기존의 질서를 잘 따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이들은 기득권이고 기득권은 게임의 규칙이 변경되지 않는 것이 자신들에게 유리합니다. 당연히 모험을 하기
보다는 안정을 추구합니다. 안정적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있는데 굳이 험난한 길을 선택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들은 질서수호자 입니다. 규칙을 만들어 놓고 유지되기를 바라며, 안정된 상태로 있기를 원합니다. 자본과 교육,
학벌,문화로 경쟁자를 따돌립니다. 거대한 허들을 만들어 놓는 것이 자신들에게 유리합니다.
반면에 질서파괴자들은 기존구도에서 소외된 사람들 입니다. 정면승부를 하면 경쟁이 되지 않으니까 다른 길을 선택합니다. 유럽 제국주의 시절에, 식민지 개척을 적극적으로 한 사람들이 누굴까요? 장남이 아닌 사람들이었습니다.
장남들은 부모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었는데, 그외의 나머지는 소외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모험을 선택합니다. 어차피 현실에 있어봐야 자신들의 처치가 바뀌지 않기 때문이죠.
스티브 잡스, 빌게이츠도 지금은 성공한 삶이라고 하지만 해커적인 성향을 가졌습니다. 규칙을 파괴하는 자들이라는 거죠. 재미있게도 PC의 선구자적인 사람이라고 불리는 영국의 앨런 튜링도 해커라도 볼 수 있습니다. 독일군의 암호인 에니그마를 해킹하기 위한 기계를 만들었습니다. 질서파괴자입니다.
아웃사이더들은 끊임없이 기존 질서를 파괴할려고 시도합니다. 그 시도가 성공하면 스티브 잡스 처럼 이름을 알리는 거죠. 아웃사이더들이 모험을 할 수 밖에 없고, 혁신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방법이 없거든요. 기득권은 혁신하지 않습니다. 모험하지도 않죠. 그럴 이유가 없으니까요. 우리나라에서 혁신적인 사고, 혁신적인 기업이 나오지 않는 이유입니다. 그렇게 안해도 살만하거든요.
아웃사이더들이 세상을 바꾼다. 왜냐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라는 아웃사이더가 외딴 길로 세상을 개척했것과 비슷한 사례가 많죠. 스티브 잡스를 보면서 일본 전공투를 떠올렸는데요.
"연대를 구하여 고립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 당시 전공투의 슬로건.
미시마 유키오 vs 동경대
전공투는 일본의 대학생 학생운동단체를 말합니다. 1960년대 말 일련의 학생운동을 통틀어 전공투운동이라고 부르는데요. 1960년대 말 일본은 학생운동이 격렬했습니다. 이들은 반정부적이고, 사회주의, 자유주의, 좌파적이었습니다. 세상을 바꿔보자던 이들은 시도는 결국 실패로 돌아갑니다. 이 사회운동은 실패하지만 이들의 의외의 결과를 만들어 냅니다.
직업을 가지기가 힘들었던 이들 중 몇몇은 애니메이션 분야로 들어갔습니다. 현실에서 이루어 보지 못한 것을 만화라도 구현하자는 생각이었을까요? 이들은 대단히 수준 높은 작품을 많이 만들어내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려 놓았습니다.
전공투를 보면 유대인과 비슷합니다. 이전 글에서도 적었지만 유대인들은 직업을 가질 수 없어서 금융과 고리대금에 종사했는데 그게 대박이 났습니다. 국내의 화교들 역시 직업을 가질 수가 없어서 짜장면을 만들어 팔았는데 그게
한국이 국민음식이 되어버렸습니다.
스티브 잡스, 유대인, 전공투의 애니메이션은 공통점이라면 창조적인 일을 했다는 겁니다. 인생의 출구전략으로 선택한 일이 대박이 되어서 돌아왔습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출구가 있었다는 거죠. 매트릭스에서 빠져나가는 전화부스를 찿았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출구가 있는가? 아웃사이더를 위한 출구가 있는가? 매트릭스에서
빠져나가기 위한 전화벨이 울리는가?
안정추구사회 VS 모험추구사회
<"왜 잘사는 집 아이들이 공부를 더 잘하는가?" > 라는 책을 보면 자녀들에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노숙자나 노동자들을 나옵니다. 그들을 가르키면서 '너도 공부안하면 저렇게 된다' 아마 이말은 부모님에게
다들 한 번 들어 보았을 겁니다. 편하게 살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거죠.
미국은 건국이 개척자들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모험을 장려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다양한 시도를
해보기를 권하고 그것을 찬양하죠. 미국도 한국 만큼까지는 아니지만 교육열은 심하다고 합니다. 미국의 부모들도
자녀들을 아이비리그에 보내기를 원합니다. 사커맘이라는 단어가 괜히 나온 것은 아니겠죠.
미국도 학력이 중요한 것은 비슷하지만 다른 기회를 제공합니다. 스티브 잡스가 본인의 노력만으로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면을 들어다 보면 미국사회의 지원이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사회적인 지원, 특허, 금융, 모험적인 투자자, 교육받은 풍부한 인재들을 이용할 수 있어서 성공을 한 겁니다. 이것이 없다면 스티브 잡스는 공상가로 그쳤을 겁니다. 아프리카나 기타 다른 나라에서 스티브 잡스가 나오자 않는 이유입니다.사회적인 여건이 안되니까요.
사회가 지렛대를 제공해 주는가?
고대 희랍의 과학자인 아르키메데스는 "나에게 지구를 들수있을만한 긴 지렛대만 준다면 지구라도 들어보이겠다"
고 말을 했습니다. 아르키메데스 처럼 스티브 잡스도 미국이란 지렛대를 이용해서 세상을 들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미국이라는 나라 아니면 나오기가 힘든 사람이죠.
반면 한국은 가능성을 제한합니다. 공부 안하면 도태된다고 공포를 심어줍니다. 모험은 곧 죽음입니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보다 기존의 질서에 따르는 것을 선호합니다. 한국에서는 사회적인 압력에 굴복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기도 제한이 많습니다. 자신의 학벌과 직업이 곧 부모의 얼굴이자 성과 이기에 선택에 제한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대기업 직원임을 자랑할 수 있겠지만 벤처기업을 한다고 자랑할 수 있을까요? 힘들 겁니다. 한국은 안정추구 사회라는 겁니다.
유명인사나 정치인들, 언론계 인사들이 '도전을 두려워 하지 말고 모험을 해라' 라고 입바른 말을 하지만 정작 자신들은 모험을 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자녀들 대부분이 안정된 직업에 종사합니다. 왜냐하면 그게 더 낫기 때문이죠. 최근에 알게 된 좋은 말 하나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내일 에는 보수 남일에는 진보' 저는 이걸 이렇게 바꿉니다. "내 자식에는 보수 남의 자식에는 진보"
한국이 안정을 추구하게 되는 이유도 있습니다. 안철수가 말한 대로 한국은 기득권 과보호 사회입니다. 여려가지 규제나 정책으로 기득권을 과보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스템을 그렇게 몰아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게 삼성이 망하면 한국이 망한다고 엄포를 놓는 겁니다.
( 여기에 관한 제 관점은 이렇습니다. 당연히 삼성이 망하면 한국이 휘청거립니다. 그렇다고 망하지는 않습니다. 극단적으로 생각을 해볼까요? 제2의 한국전쟁이 일어나서 전 국토가 잿더미가 된다고 하더라도 다시 살아날 겁니다.
독일은 세계대전으로 2번이나 망해도 다시 살아났는데, 한국인들은 독일인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덜하지는 않아 보입니다. 삼성이 망하는게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시스템을 설계한 것이 문제입니다.
생태계를 봅시다. 생태계는 한 종이 멸종한다고 무너지지 않습니다. 고래가 멸종한다고 해서 전 생물이 멸종하는게 아니라는 거죠. 삼성이 망해서 한국이 망한다면 그렇게 설계한 시스템을 탓해야 합니다. 삼성은 영원불멸할 수 없고 언젠가는 망할것이기 때문이죠. 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하는게 문제입니다. )
기득권 과보호는 거목에 짓눌려 새로운 새싹들이 솟아나지 못하게 만듭니다. 그걸 본 많은 사람들은 새싹이 되기
보다 거목에 붙는 걸 선호 합니다. 결국 안정추구가 미덕이 되는 사회로 만들어 버립니다.
미국이 IT에서 강한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죽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구글이 지금 잘 나간다지만 10년뒤에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야후가 이렇게 쇄락할지 예상한 사람이 있었을까요? 마이크로소프트가 모바일 시대에서 지지부진할지 예상한 사람 얼마 없을 겁니다.
미국은 경쟁이 미덕이 된 사회라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뒤쳐지면 내버려 둡니다. 도태시켜 버리죠. 뒤쳐진 자들을
대신해서 새롭게 자리를 차치하게 자가 나타나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경쟁하는 자신들도 언제까지 살지 확신할 수
없기에 치열하게 살 생각을 합니다.
미국은 죽음과 탄생의 순환고리가 잘 되어 있는 반면에 한국은 안그렇습니다.
죽음이 강요되는 것은 새싹일 뿐 거목이 아니죠. 기득권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갑니다. 미국의 국립공원에는 주기적으로 거목들을 벤다고 합니다.그렇게 하면 새로운 묘목들에게 자리가 생겨서 자라날 기회가 생기고, 숲이 더 건강해진다는 거죠. 미국은 경쟁을 찬양하기는 하지만 공정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강력한 법집행과 반독점으로
질서를 만들고 있죠. 거인인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반독점으로 호되게 당한 일이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 이라고 말을 했는데요. 창조와 탄생을 반복하는 미국 이라는 생태계는 건강할 수 밖에 없습니다. ( 그런 미국도 금융이나 다른 문제가 많기는 하지만..)
탄생과 죽음이 없으면 경쟁을 통한 진화 기회를 놓치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생태계 순환이 안되면 부메랑을 맞게
되어 있습니다. 기득권이 잘 유지되는 게 독이 되는 순간이 반드시 옵니다. 이건 역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출구전략을 시행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가?
스티브 잡스를 키우자. 만들자? 웃기는 소리 입니다. 한국은 안정추구 사회, 기득권 과보호, 거목 중심 사회라서 스티브 잡스같은 아웃사이더들은 멸종합니다. 그렇다고 사회가 이들은 위해서 다른 무대를 제공하는 것도 아닙니다. 안정을 추구하는데 이익인데 모험하기를 권하는 웃긴 사회죠.
여태까지 국가와 사회는 아웃사이더들이 그냥 나와 주기만을 기다렸지만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시대가 변해서 개성과 창의성이 강조되는 시기입니다. 이제는 복제된 사람보다 아웃사이더, 개성이 강한 사람, 변종들을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궁리합니다.
스티브 잡스라는 성공한 사람이 나와주기를 바라는 것보다 다른 질문을 해야 할 겁니다.
"한국은 아웃사이더를 위한 출구를 제공하고 있는가?" 라고요.
아웃사이더하니 생각난 외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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