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가면서 늘어나는 것 : 자산, 주름, 뱃살이라면.
나이가 들어가면서 빠지는 것은 머리, 체력. 머리가 휑한 친구들도 많고 체력도 점점 떨어지기는 마련인데. 예전 생각했다가 혼났습니다. 어렸을 때라면 그냥 올라갔을 코스였는데. 지금은 죽을 만큼 힘들게 느껴져 체력 약화를 절감했습니다.
코스는 평범했어요. 금강공원에서 -> 금정산성 남문까지. 케이블카를 탈까 말까 잠깐 고민했었습니다. 까짓 거 이 정도 그냥 올라가면 되지. 곧 이 결정은 큰 후회를 낳게 되는데.
왜 이렇게 힘들게 느껴지죠? 예전에도 헉헉 거리면서 올라가기는 했었습니다. 1번 정도 쉬었다 물 마시고 올라가면 되었거든요. 이번에는 몇 번을 쉬었는지 모르겠어요. 헉헉거림도 과거와 달랐습니다. 정말 고통에 뭉개어져 빠져나오는 헉헉 거림.
그냥 포기하고 내려갈까?
만약 혼자서 올라가는 길이었다면 그랬을 겁니다. 왠지 모를 자존심 때문에 그러기도 뭣하고. 올라가는 길도 고통스러웠지만 또 다른 고통을 안겨주는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모기입니다. 그것도 산모기죠. 잠깐만 일시정지를 해도 달려드는데. 올라가자니 몸이 힘들고 서서 쉬자니 모기가 괴롭히고.
다시 깨달았습니다. 산에 갈 때는 해충 방지 스프레이를 챙겨가자.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건. 구름이 적당히 있어서 덥지는 않았습니다. 햇빛 창창한 날이었다면 분명 퍼졌을 겁니다.
나이 드신 분들도 잘 올라가서 금강공원-남문 길이 별거 아니라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이 길을 손쉽게 올라가는 사람이 체력이 좋다고 인정합니다. 어렸을 때 잘 올라가져도 나이 들면 달라져요. ㅡ.ㅡ
남문까지 2.4km. 표지판이 좌절감을 안겨주는데. 어느 정도 올라가면 고통 구간은 끝이 나고 행복 구간이 등장합니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의 속삭임이 정말 행복했습니다... 만 행복을 방해하는 모기들 때문에 부지런히 걸어야 했습니다.
금강공원에 있던 놀이시설, 바이킹이 폐쇄되었습니다. 부산 사람이라면 한 번쯤 다들 타봤을 듯. 시대가 지나 수지가 맞지 않는 모양인데 언젠가 철거가 되고, '금강공원에 바이킹이 있었지' 회상하는 때가 아마 오겠죠.
여기까지 오면 고통 구간의 끝이 보입니다. 조금 더 올라가면 케이블카 정류소가 나옵니다.
산성마을로 가는 길에는 잘 조성된 공원이 있었습니다. 주위에 주차장도 있어서 차를 가지고 와도 괜찮아 보였습니다.
금정산성 등산과 함께 하는 칼국수.
GPS로그에는 행복 구간만 표시되어 있습니다. 금정산 케이블카에서 산성마을까지. 매미소리 들으며 산바람 쐬고, 다 좋은데 모기만 없다면.
올라가면 평지나 진배없는 지형이라서 걷는데 무리가 없습니다.
금정산 탄다고 만보계를 보니 2만 4 천보를 걸었습니다. 옛날에는 금강공원-남문-북문까지 다 갔었는데. 도대체 어떻게 했지... (-_-) 과거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겠군요. 다른 사람인가?
자신의 체력 테스트를 해보고 싶으면 한 번 걸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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