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누기

나우누리 서비스 종료. 영원할 수 없는 커뮤니티

네그나 2012. 12. 8. 10:00





ATDT 014XX. 디리리딩~~~ 이상한 기계음이 들리고 난 뒤 펼쳐지던 새로운 세계. 마치 매트릭스에 접속하는 것 처럼

전화를 걸어서 접속해야 했습니다.  새로운 세계로 이어주던 파란창이었던 PC통신. 90년대는 전화선을 이용해서 통신을 주고 받는 PC통신이 인기였습니다. 인기를 끌었던 < 응답하라 1997 >에서도 잠깐 나올 정도로 PC통신은 삐삐와 함께 그 시대의 아이콘이었습니다.  



PC 통신 서비스(였던) 나우누리가 마침내 서비스를 종료합니다. 나우누리는 2013년 01월 31일 부로 서비스가 완전히 종료될 것이라고 공지했습니다. 3대 PC통신서비스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였습니다. 나우누리가 마침내 마침표를 찍게되었습니다.



매트릭스1999년작 매트릯. 이제는 공중전화를 사용하는게 낮설게 느껴진다.


go plaza, go vg, go anc,  암호같아 보이지만 나우누리를 경험했던 사람이라면 알고 있겠죠.저의 온라인 생활의 시작이 나우누리라서 사라진다고 하니 아쉽습니다. 사실 나우누리가 사라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사용할 일이 없을 겁니다. 나우콤 입장에서는 돈이 안되는 나우누리를 계속 유지할 이유는 없을 것이고 설사 유지 한다고  한들 사람들이 늘어나지도 않을겁니다.




접속접속. 1997년 추석영화.




PC통신이  대세였던 시절이 있었죠. TV프로그램이 끝나면 PC통신 서비스로 이동하라는 자막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지금의 트위터, 페이스북이 영화나 드라마에 반영되듯이 PC통신도 이야기 소재로 이용되었습니다. 한석규, 전도연 주연의 영화인 접속 (The Contact, 1997)은 PC통신으로 서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나우누리에서 탄생한 대박영화도 있는데 < 엽기적인 그녀 > 입니다. "견우74"라는 작가가 자신의 연예담을 나우누리 유머란에 연재했고 책으로 나온뒤 영화화되었습니다. 엽기적인 그녀 (My Sassy Girl, 2001)는 차태현과 전지현을 스타로 만들었습니다.



나우누리 유머란이었나요? 그 당시 훈훈한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추천수 100명을 넘으면 베스트 유머란으로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군입대 하기전에 '저 내일 군대가요. 추천 부탁' 하면 웃긴글은 아니었지만  100명의 추천을 받고 베스트로 이동했습니다. 군대 잘 갔다 오라는 의미였죠.


나우누리 나우누리 서비스 종료 공지




인터넷 시대의 도래. 무료천국 유료지옥 시대가 열리다.



기세 좋던 PC통신은 초고속통신망의 보급과 인터넷의 등장으로 쇠락하게 됩니다. 인터넷 서비스들의 가장 큰 특징은

무료였습니다. PC통신은 이용하기 위해서는 만원 내외의 이용료를 내야했습니다.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돈을 내는데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서비스들은 돈을 낼 필요가 없었습니다. 나우누리도 시대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로 인해서 유료가입자들의 반발을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돈대고 사용하는데 왜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느냐?' 그러나 무료가입도 나우누리의 침몰을 막아내는데는 큰 효과가 없었습니다.




카카오톡.무료서비스로 성공할려면 일단 버텨야 한다.



PC통신에서 인터넷으로 이동하게 되면서 가장 큰 변화는 유료에서 무료로의 이동입니다. 돈을 내고 서비스 받던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시대에서 공짜로 사용하게 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시대로 변했습니다. 이후로 유료서비스 도입은 지옥행 티켓을 끊는것과 마찬가지가 되었습니다. 커뮤니티 서비스였던 프리챌이 유료로 전환하자 그대로 쇠락합니다. 다음은 온라인 우표를 시행합니다. 사용자들에게 요금을 받는것은 아니었지만 부메랑으로 되돌아와서 다음에서 이탈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제 무료는 천국이고 유료는 지옥인 시대가 열렸습니다.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일 때 아무도 돈을 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성공한 서비스들을 보면 전부 무료입니다. 일단 사용해보세요. 라고 말합니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최근에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까지. 카카오톡이 적자를 보던 중에 유료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카카오톡이 유료로 전환했으면 그대로 망했을 겁니다. 유료와 무료의 차이는 사용자들에게 지구와 안드로메다 거리처럼 느껴지게 만듭니다.



무료서비스로 성공을 할려면 일단 버티고 몸집을 크게 부풀립니다. 압도적인 사용자수를 확보하면 광고를 싣거나 수수료를 통해서 수익을 얻습니다. 무료서비스의 성공 공식은 '많아지면 달라 진다' 입니다.  기본적인 서비스는 무료로 하고 추가되는 서비스를 유료로 판매 하는게 공식이 되어버렸습니다.



팬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나우누리도 변하지 않을려고 한 것은 아닙니다. 여러 시도를 했는데 그 중 하나가 닉네임 도입이었습니다. 아이디와 별도로 닉네임을 사용하게 만들었습니다. 지금 시각으로 보면 크게 새로운 것도 아닙니다. 이 서비스를 도입할 때 반응이 어떻게 나왔을까? 기존 사용자들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주장은 이렇습니다. '아이디가 있는데 왜 닉네임을 도입하느냐?' '정말 쓸데없는 짓이다.' 나우누리는 기존사용자들의 격렬한 반발에 결국 백기를 들고 과거로 되돌아 갔습니다.



이제는 아이디와 별도로 닉네임을 사용하는게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닉네임 도입을 반대했던 그들이 틀렸던 겁니다. 반대했던 저도 틀렸습니다. 지금 생각을 해보면 당시 직원들에게 미안합니다. 죽어가는 서비스를 되살려 볼려고 시도했을텐데 반발로 무산되었고 이로 인해서 의욕이 꺽었겠죠.




이 것을 보면 알 수 있는게 열성적인 사용자가 있다는게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그건 나우누리가 아니야' '불편하게 왜 바꾸는데' 이들이 변화에 저항하고 고정된 틀에 가둘 수 있습니다. 변화가 필요할 때 변하지 못하게 발목을 잡는게 팬 혹은 기존 사용자일 수 있습니다. 애플의 열성팬이 항상 좋을지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들이 '이건 애플이 아니야'라고 말할 날이 올 수도 있습니다.




닉네임 도입이 무산된 이후 다른 시도를 해볼 생각이 들었을까요? 그렇지는 않았을 겁니다. 사용자들의 반대가 무서워하거나 괜한 행동하지 말자고 생각했을 겁니다.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커뮤니티. 영원한 것은 없다.



150억년 전 일어난 빅뱅 이후 우주는 계속 팽창하고 있습니다. 1969년 10월 29일 UCLA와 SRI연구소간에 연결된 통신망이 ARPANET이라고 하는데 인터넷망의 시초입니다. 1969년 이후 정보세계도 우주처럼 계속 팽창하고 있습니다.

팽창하는 와중에도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우주적인 관점에서 보면 오래동안 유지하는 것 중 하나가 별입닏. 별도 언제가는 그 빛을 바랩니다. 우리의 태양의 45억년이 지나게 되면 부풀어 오르고 소멸하게 됩니다. 태양계에 의지해서 살아가던 지구도 완전히 끝장나는 순간이 옵니다.




라우터를 통해 연결된 인터넷을 시각화한 그림.라우터를 통해 연결된 인터넷을 시각화한 그림. 우주에 있는 별처럼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다.



인터넷이 도입되고  그동안 여러 서비스들 나왔지만 정리되어 가고 있습니다. 90년대 PC통신. 초인 인터넷 시대에서 현재까지 수  많은 서비스가 생성하고 소멸하기를 반복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야후가 한국에서 철수를 발표했습니다. 인터넷 도입 초기에만 하더라도 인터넷하면 야후였지반 불과 10여년이 지난 뒤에는 사라졌습니다. 야후 본사조차도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SNS에 밀려 큰 존재감이 없습니다. 크게 빛이 나던 야후는 빛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 디시인사이드가 큰 인기였으나 현재 디시는 예전 만한 인기는 없습니다. 최근에 본 정보에 의하면 디시인사이드 트래픽은 떨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커뮤니티가 계속 유지될려면 사용자들의 관심을 끌어야 하는데 이게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관심기반 서비스가 오랫 동안 유지되는 것은 어렵다고 봅니다. 페이스북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사용자들의 관심이 식게 되면 그 순간부터 내리막이 시작됩니다. 한 번 내리막을 타게 되면 되돌리기도 쉽지 않습니다. 연예인과 비슷합니다. 연예인은 사람들의 관심을 먹고 살지만 인기가 떨어지면 전성기가 다시 찿아오지 않는 것과 비슷합니다.



반면 인프라 서비스는 다릅니다. 커뮤니티는 아니지만 윈도우를 보면 관심이 있건 없건 간에 사용해야 합니다. 물이나 전기와 같은 인프라서비스입니다. 전화도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습니다. ( 전화와 우편서비스는 조차도 어려움을 격기는 합니다. 하지만 사라지기는 힘들겠죠.) 커뮤니티나 포털 같은 서비스는 장기적으로 보면 생존하기 쉽지 않습니다. 새로운 물결, 새로운 패러다임이 일어나면 주도권을 내어주기 쉽상입니다. 살아 남을려면 새로운 물결이 올 때 마다 파도타기를 해야 합니다. 한 벗 삐끗해서 떨어지면 소멸되는 겁니다.



지금 대단한 위력을 떨치고 있는 포털이나 커뮤니티도 언젠가는 늙고 쇠락해서 소멸하게 될 겁니다. 우주에 있는 태양조차 죽음을 기다리고 있으니 영원한 것은 없죠. 잠깐 나왔다가 다시 사라지겠지만 의미는 있습니다. 태양이 초신성 폭발을 통해서 전 우주에 씨앗을 뿌리는 것 처럼, 미래에 나올 새로운  서비스들도  이전 서비스들의 씨앗을 이어받고 새로운 탄생을 하게 될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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