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TV

글러브(glove, 2011) - 다른 사람을 가르치면 자신이 배운다.-

네그나 2011. 2. 7. 09:34






설날연휴를 맞이해서 영화관에 갔습니다. 늘 그렇듯 무작정 영화관에 갑니다만 끌리는 영화는 없더군요.



그린호넷은 시간이 안맞아서 안되고, 조선명탐정과 글러브 둘 중 하나를 봐야 했습니다.
조선명탐정을 볼까 하다가 팜플렛을 집어보니 멜로 라고 적혀 있어서 보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영화관에서 멜로
영화는 보기 싫습니다. 멜로장르는 TV 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는데, 영화관에서 돈 주면서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
하거든요.


영화 글러브(glove)는 스포츠영화 입니다.글러브는 보통의 스포츠 소재와 달리 청각장애 야구부를 소재로 한 영화
입니다. 글러브는 실제 주인공인 충주성심학교야구부의 실화를 토대로 만든 영화입니다.



스포츠 드라마의 뻔하죠. 대표되는 단어은 열혈, 땀, 노력,끈기, 우정, 의리 입니다.  보통 별 볼이 없는 팀이 땀과
노력으로 성취해내는, 성장과 감동이 주 이야기 구조 입니다. 사실 스포츠 뿐만 아니라 판타지, 멜로, 영웅물 등. 장르별로 익숙한 이야기 구조가 있죠. 익숙한 이야기 구조를 어떻게 자신만의 색깔로 포장 하느냐가 관건이죠.



제가 스포츠 드라마에서 가장 수작으로 꼽는게 < 슬램덩크 > 입니다. 스포츠 드라마에서, 이 이상의 작품을 못 보았는데 글러브를 보면서 슬램덩크가 생각났습니다. 슬램덩크는 강백호의 성장스토리 입니다. 천방지축인 야생마인
강백호가 팀동료와 감독, 친구들의 도움으로 명마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그린 만화입니다.



글러브에서 주인공은 10명의 청각장애인 야구부원과 감독직을 하는 김상남(정재인 분) 입니다.
김상남은 '최다 연승! 최다 탈삼진! 3년 연속 MVP!' 를 기록할 정도로 과거에는 잘 나갔지만, 절제되지 못한 생활을 하는 캐릭터 입니다. 음주운전에 사고까지 치게 되면서 이미지쇄신을 목적으로 충주성심고등학교 코치로 봉사를
하게 됩니다.


<  사고 쳐서 선수생활에 위기를 맞게 되는 김상남 >


내키지 않게 야구부 코치를 맞게 김상남은 처음에는 흥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잘나가는 명문고도 아니고 엉망인 야구부를 가르친다는게 시간낭비로 느낍니다. 하지만 야구부원의  열정을 보면서 성심껏 가르치게 됩니다. 그 과정 에서 잊었던 야구에 대한 열정도 다시 찿게 됩니다.

< 차가운 도시 남자. 하지만 마음은 따뜻한 김상남 >


코치가 주인공 이므로 슬램덩크의 강백호와는 다릅니다. 아주 뛰어난 전적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다르고요.
성장 이야기는 아니지만 '글러브는 잃어버린, 잊어버린 자신을 찿는 영화'라고 느꼈습니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기에 열정이나 투지가 계속 유지되는게 아니죠. 계속 잊지 않게끔 노력을 해야합니다.



사실 남을 가르치는 것은 힘든 일이죠. 자기가 아는 것과 다른 사람은 가르치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다른 사람을 가르칠려면 몇배를 더 공부를 해야 하고 노력을 해야 하니까요.



김상남은 다른 사람을 가르치면서 결국 자신이 배우게 됩니다.
김상남이 야구부원에게 야구를 가르치면서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고, 야구부원들은 김상남에게 열정을 가르친
셈이 됩니다.



< 헌신적인 교사. 어머니 역할을 하는 나주원 >


슬램덩크에서는 한나나 소연이가 나오는데, 글러브에서는 나주원(유선 분)이 나옵니다. 헌신적인 교사역할을 하면서
아이들을 지지하는 인물이죠. 주원 외에도 야구부에 적극적인 교감선생님(강신일 분)이 있습니다. 이들은 야구부를뒷바라지 역할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현실 에서도 이런 사람들은 크게 눈에 띄지 않기에 많이 무시됩니다. 영화에서도 조연이지만 현실에서도 조연입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무시할 수 없습니다.



슬램덩크의 강백호에게 친구들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강백호의 친구들은 두들겨 맞더라도 항상 강백호를 믿어주죠. 친구들이 아니었다면 강백호는 농구부를 그만 두었거나, 방황을 했을지도 모르죠. 누군가가 자신을 믿어준다는 것은 아주 큰 힘이되니까요.


< 한결같이 김상남을 믿어주는 친구인 찰스 >


김상남을 믿어주는 매니저 찰스도 강백호의 친구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는 걸 보면 김상남을 위해서 얼마나 많이 무릅을 꿇었는지 짐작이 갑니다. 과할 때가 있기는 한데, 저렇게 일편단심으로 믿어주는 사람이 있는것도 복입니다.



주원외에 교감선생님도 야구에 적극적 입니다. 교감이라는 위치때문에 재정적인 지원을 할 수 있겠죠. 무슨일이든
마찬가지인데, 뭘 할려면 돈이 있어야 됩니다.



고승덕이 고시패시 하던 일화가 기억나는데요. 고승덕이 고시공부를 할 때는 밥먹는 시간이 아까워서 밥을
으깨서 먹고, 머리위에 등을 달아서 끄면 바로 잘 수 있도록 했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공부만 했는데요.
이 일화를 들으면서 '지독한 사람이군'구나 싶으면서도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고승덕이 경제적인 지원을 받지 못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방 값을 걱정해야 하고, 먹고 살기 위해서 일을
해야 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래도 고시 합격을 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르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포기했을지도
모르죠. 고승덕이 자신의 능력을 떨치게 된 데는 부모가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지원했기 때문이죠.



경제적인 지원은 아주 중요합니다. 세잔이 그림으로 유명해 질 수 있었던 것은 은행가의 아버지의 지원 때문이었고,
마르크스가 부르주아 생활을 하면서 자본론을 집필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앵겔스의 경제적인 지원입니다. 경제적인
지원만  잘 받으면 삶이, 인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기회의 문도 더 넓어지고요.



보통 경제적인 지원을 해주는 사람은 부모입니다. 이들의 경제적인 지원수준에 따라서 다른 삶을 살수 있는게
현실입니다. 영화 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교감선생님이 야구부를 지원할려고 어떻게 했을까는 상상이 되죠.



성공하는 사람들의 뒤를 보면 드러나지 않고 묵묵히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게 정신적이든지 경제적 이든지요.  하지만 사람들은 잘 보지 않죠. 성공한 사람의 능력만 초점을 맞출뿐 어떤 환경에 있었는지, 누구의 도움을 받았는지 관심이 별로 없습니다.



성공이 오직 자신의 능력때문이라고 믿어버리게 되면 얼마안되서 추락을 하겠죠.




'그 개는 무엇을 보앗는가'라는 책을 보면 IQ190의 천재적인 인간이 왜 빛을 못보았는지 분석하는 사례가 나옵니다. 한 마디로 말하면 철저히 고립되어 있었기 떄문입니다. 부모나 기타 다른 외부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고 사회적인
연결망을 갖추지 못했기에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었습니다.




혼자서는 아무일도 할 수 없죠. 자신의 능력 만큼이나 환경도 중요합니다.


< 호랑이 스타일로 지도하는 김상남 >


야구부원들은 실력이 별로 없어서 많이 주눅이 들어있죠. 게다가 청각장애인 이라서 '장애인들이 뭘 하겟어?' 편견과도 싸워햐 합니다. 이런 부원들에게 김상남이 의욕을 불어넣죠. 넘사벽의 실력을 자랑하는 군산상고와 맞붙어서 현실을 깨닫게도 만들어 줍니다.



슬램덩크에서 감독은 강백호의 무례한 행동도 다 받아주지만 대신 채치수가 군기를 잡습니다.
김상남은 슬램덩크에서 채치수와 비슷합니다. 엄격하게 지도하는 스타일입니다. 안경선배는 자상하게 대해주는데요.
채찍과 당근 역할이 확 갈립니다.



글러브에서는 나주원이 안경선배 역할을 합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캐릭터를 잡기 위해서 한가지 성격을 강하게 보여줍니다. 현실적으로 늘 같은 모습만 보여주는 것은 힘들죠.
사람이라면 호랑이가 될 때도 있고 천사가 될 때도 있습니다.




< 목표는 '전국대회 우승이다' 가  아니라 1승 >

김상남의 지도 아래, 부원들이 서로를 믿고 자신감이 찿아갑니다. 전국대회 1승을 노리립니다.
자신감을 찿을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할 수 있다.'고 외치는 것만으로는 안되죠. 말로만 해서는 안됩니다.
무언가 작은것이라도 성취 해야 합니다.



할수있다고 외치다가 실패만 하게 되면 '역시 난 안돼'라는 생각만 강해지겠죠.



강백호도 자신을 천재라고 생각을 하는 나르시스트 이지만, 운동신경이 좋고 빠르게 배웠기 때문에 자신감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걸 배워가면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거죠. 예선전 때 .강백호는 퇴장만 당해서
풀이 죽습니다. 계속된 실패는  자신감을 상실케 하는 원인입니다.

<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차명재 >


투수를 하게되는 차명재는 약간 다르지만 정대만과 비슷해 보입니다. 뛰어난 야구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갑자기 장애를 가져서 청력을 상실하게 되고 자신감마져 떨어지게 됩니다. 포기했던 야구를 다시 함으로써 자신감도 가지고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됩니다.



사실 전국대회1승을 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앞날이 보장 되는것도 아니고, 장애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죠.
하지만 '해냈다'는 성취감과 자신감으로 인해서 삶의 태도가 달라지게 되겠죠. 어떻게 보면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으 얻을 수 있는 기회일수도 있습니다.



영화 글러브는 괜찮은 스포츠 드라마 입니다. 뻔한 스포츠 드라마 이지만 담담하게 잘 그려냈습니다.
개인적으로 강우석 영화는 취향이 아닌데, 이번에는 괜찮네요.



영화를 보고 나서 '나는 치열하게 살고 있나? 나는 무엇을 불태워야 할까?' 생각을 봅니다.


 허각과 존박이 부른 MY B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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