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거림

매주 같은 번호로 로또를 산다는 건. 끝없이 실패에 놓이는 삶.

네그나 2019. 10. 8. 21:56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해서 만보기를 많이 사용하시죠? 스마트폰에도 만보기 앱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삼성 s헬스를 이용하면 자신이 하루 동안 얼마나 걸었는지 보기 좋게 표현해 줍니다. 웨어러블이든 폰이 든 간에 만보기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한 가지 공감할 겁니다. 오늘 하루 만보에 못 미쳤다면, 예를 들어 9000보 걸었다면 '나가서 조금 더 걷고 올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숫자로 보이는 목표는 목표 달성이 이 루어 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애덤 알터가 쓴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에서는 목표에 대한 헌신(?)하는 예가 나옵니다. 미국에서는 계속 달리기 협회가 있습니다. United States Running Strek Association USRSA. 이 단체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달리는 사람에게 상을 수여합니다. 그러면 어떤 사람들이 있을까? 대단한 사람들이 많네요.

 

35년 동안 달리면 그랜드 마스터, 40년 동안 달리면 레전드라 칭하고 45년 동안 달리면 창립자를 딴 코버트(Covert)라 부릅니다. 이 들은 서로 응원하고 북돋아 주기 때문에 목표 달성에 헌신적입니다. 어느 정도냐 하면 제왕절개 수술 후 개인 병실을 구해 달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허리케인이 지나가고 태풍의 눈 속에서 달리기를 해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이러한 지속적인 행위를 보면서 그들의 꾸준함과 끈기가 대단하다고 느껴지지만 그 속에는 위험성이 잠재되어 있습니다. 2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달렸던 기록은 포기하기 쉽겠지만 1년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만약 5년, 10년이라면 쌓아왔던 기록을 포기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목표에 구속되어 버리는 삶입니다. 분명히 꾸준히 달리기는 하는 행위는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서였을 겁니다. 이제는 달리는 행위 자체가 목적이 되어 버렸으니까. 5년, 10년 동안 꾸준하게 달렸다. 대단하죠. 하지만 그 성취를 즐길 여유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루라도 거르면 안 돼' 오히려 기록이 깨어지는 불안한 삶이지 않을까?

 

친구 중 한명은 매주 로또를 두 장식 구입합니다. 작은 습관이죠. 한 장은 늘 정해진 번호로 찍어서 삽니다. 언젠가 걸릴 거라고 생각을 하면서요. 해외에서는 그런 사례가 있더군요. 수십 년 동안 한 번호를 찍어서 결국 1등에 당첨이 되어버린. 그런데 이거 불안하지 않을까요?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일도 있고, 바쁘거나 해서 잊어버릴 수 있는데, 구입 기회를 놓쳤다면 그 번호가 당첨이 될지 모르는 불안한 한주(?)를 보내야 될지도 모릅니다. ( 그래서 하지 말라고 하지만 이미 번호의 저주에 갇혀 버린 몸이라. 하지 마라 할 수도 없죠. 그러다 그 번호가 당첨이 되면 원망의 말만 들을테니.)

 

 

 

전 가계부를 몇 년 동안 쓰다가 그만두었습니다. 가계부에는 매일 10원 단위까지 세세하게 기록을 했니다.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마셨다. 자판기 커피에 쓴 돈까지. 돈을 어디에 얼마나 썼는지 돈을 썼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왜 그만두었느냐?

 

가계부를 쓰는 목표를 생각해 봅시다. 무절제한 소비를 통제를 하고 계획적인 소비를 하기 위함입니다. 저 같은 사람은 그럴 필요가 가계부가 쓸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충동구매가 많지고 않고 무계획적인 소비를 하는 성격이 아닙니다.  신용카드를 긁어도 선결제를 해버려 빚을 빨리 없애버리는 타입입니다. 그러니 쓸 필요가 없습니다. 남은 건 기록의 용도입니다.

 

오히려 저 같은 절제형 타입의 인간은 가계부가 나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왜냐? 돈을 써야 할 때는 과감하게 써야 합니다.  돈을 아끼겠다고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기회를 놓칠 수 있습니다. 소액을 아끼겠다고 하다가 오히려 큰돈 나갈 수 있고요. 가계부가 필요한 사람이 있을 수 있고, 필요 없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자신이 어떤 타입인지 파악하는 판다력이 있어야 할 테고요. 

 

 

수치로 표현되는 목표가 도달하기 명확한 이정표가 되어 주기도 하나 족쇄가 될 수도 있습니다. 꾸준함이라는 성질이 인생에 반드시 좋게만 작용하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만보기에 9000보를 걷나 만보를 걷나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항상 목표 달성을 추구하는 삶은 불행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하루에 빠지지 않고 달리기한 사람들. 오히려 그 꾸준함을 스스로 포기하는 게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로 보입니다.

 


삶을 도달해야 하는 일련의 목표로 생각을 하면 끊임없이 실패하는 삶에 놓이게 된다. 늘 성취나 성공으로 규정되는 위치에 못 미치는 상황에 처한다. 설사 목표에 도달하더라도 도달하는 순간 목적의식을 잃어버리며, 다시 새로운 목표를 세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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