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거림

어렸을 때 보는 세상이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결정한다

네그나 2019. 10. 27. 22:29

<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에서 흥미로운 실험 사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매우 불편하게 느낄 실험입니다. 새끼 고양이를 생후 다섯 달이 될 때까지 캄캄한 방에 가둡니다.  그 고양이를 하루에 한 번씩 방에서 꺼내 절반은 가로줄이 그은 원통에 넣고 나머지는 세로줄이  그어진 원통에 넣었습니다.

 

원통 속 고양이들은 " 모서리가 전혀 없는 환경에, 높낮이와 원근을 전혀 알 수 없는 세계에 놓여 있었다. 자기 몸뚱이마저 볼 수 없었다. 시야를 가리는 널찍한 검은색 원형 판을 목에 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 연구자들은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새끼 고양이들은 장시간 가만히 앉아 원통 벽을 쳐다보았다."

 

새끼 고양이들은 풀어 주고 정상적인 방에 돌아다니게 했을 때 고양이들은 몹시 혼란스러워했습니다. 줄에 상관없이 물체와 거리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해 애를 먹었고 탁자 다리에 부딪히는가 하면 실험자가 고양이 얼굴을 탁 치려는 시늉을 해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연구자들이 새끼 고양이들의 뇌를 살펴보니. 세로줄 환경에 자란 고양이 뇌는 가로줄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가로줄 환경에서 자란 고양이는 세로줄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고양이들의 뇌는 생후 몇 달 동안 자연스럽게 노출되지 않은 상황이라 사실상 실명 상태였습니다. 이 고양이들은 남은 생애 동안 정상적인 환경에 노출시켜도 생후 초기에 겪은 발육장애를 극복하지 못하고 정상으로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고양이의 발육부진이 무슨 상관인가? 고양이처럼 인터넷에 의존해 자란 아이들은 정신적으로 약시 상태를 보인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스크린 화면에만 노출시키는 행동은 고양이를 줄무늬 원통에 가두는 것과 똑같을 수 있습니다. 현실은 아이를 보는 건 쉽지 않고, 부모도 한 숨 돌리기 위해서는 스마트폰, 태블릿을 쥐어주는 게 편하지만 너무 지나치면 안 되다는 것.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스크린에 노출시키는 건 좋지 않은 거 같습니다. 대부분의 부모에게는 상관 없겠지만 아이를 학대 수준으로 방치해 놓은 무개념 부모가 있는 것도 현실이고,  게임에 열중하다 아이를 굶어 죽였다는 뉴스도 나옵니다. 그 보다 낮은 수준이라면 스마트폰 달랑 던져주고 방치하는 부모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빈부격차는 경험의 차이에서 나타날 수 있는데, 부유층은 아이들에게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경험을 겪게 해주는 반면 빈곤층은 패스트푸드 같은 스크린에만 의존하며 커나갈 수도 있습니다. 태어나고 유년기에 겪은 세상이 평생을 보는 방식을 결정한다면 정말 중요한 사람은 대학교수가 아니라 유치원 교사나 보육교사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회적인 인식과 대우는 그렇지 않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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