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20년만에 다시 해 본 쉔무. 자유가 창의성을 증진시킬까?

네그나 2019. 9. 18. 23:12

1999년 세가에서 드림캐스트로 발매한 기대작이었던 쉔무. 구세주가 될 거라고 믿었던 게임이었지만 큰 방향은 없었습니다. 당시에 큰 기대를 하면서 구매를 했습니다. 3D로 구현된 마을과 거리, 밤과 낮이 바뀌는 연출 등 놀라운 점이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재미가 없었습니다.  그때도 억지로 억지로 해서 엔딩을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20년이란 시간이 지난 뒤, 2019년에 다시 해보았습니다. 드림캐스트가 아닌 엑스박스원으로. 게임 패스에서 제공하는 게임이라 가입자라면 구매할 필요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20년이 지난 구닥다리 게임을 누가 사겠습니까만은.

 

역시나입니다. 일본어가 아닌 한국어라는 점은 달랐지만 게임 플레이가 고통스럽습니다. 왜냐하면 쉔무는 인내심을 요구합니다. 시간의 흐름을 게임상에서 구현을 되어 반영이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른 인물들과 다음 날 만나기로 약속을 하면. 시간이 갈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합니다.

 

제작진도 나름 시간 때우는 용도로. 뽑기라던가 과거 80년대 오락실 게임도 즐길 수 있습니다. 이는 잠깐일 뿐. 늘 그러고 있을 수 없습니다. 집에 가서 잘 수도 없습니다. 백주[白晝] 대낮에 잠을 잘 수 도 없습니다. 건실한 청년인 료는 꼭 밤 8시 이후로 잠자리에 듭니다.

 

쉔무를 가장 큰 고통은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일입니다. 90년대 어떻게 했을까? 지금은 노트북, 스마트폰이라도 있어서 시간이라도 보내지 그때는 TV 화면도 쳐다보고 있었을 텐데. 같은 일이 계속해서 반복이 되고. 이건 일을 하는 건지 게임을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후반부에 지게차 아르바이트도 정말 일로 느껴질 겁니다. 일과 시간 내내 할당량을 채워야 하니까요.

 

때문에 지금 이 시점에서 불친절한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각오를 해야합니다. 지루함을 어떻게 보낼까 하는. 그래도 꾸역꾸역 해냈습니다. 하기 싫은 건 정말 억지로 하니까요. 엑스박스 원에 전원을 넣는 일이 영어단어 외우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게임을 하는 내내 한 가지 바람은 '그저 빨리 엔딩을 봤으면' 

 

※ 가끔 공략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공략한 필요한 게임은 더 이상 하지 않지만. 시작한거 끝을 봐야 했기에.

게임 챔프 2000년 3월호 공략 스캔 페이지

http://www.gamemeca.com/magazine/view.php?mgz=gamechamp&ym=2000_3_1&p=178

 

게임챔프 - 2000년 3월호 부록

 

www.gamemeca.com

 

◈ 재미도 없는데 도전과제 따 봅시다.

 

1. 게임을 시작하면 집에서 회상하기 이벤트를 통해서 도전과제를 달성하세요. 부엌의 반창 투정, 마당의 나무, 도장에서 우정론 회상씬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난 뒤 나중에는 회상씬이 안 나옵니다. 야마모토를 찾는 할머니 이벤트 역시 시간이 지나면 안 나옵니다. 놀이터 바로 앞에 있는 집 문패를 보면 알 수 있으니 가르쳐 줍니다.

 

나중에 항구에서 톰에게 용권차기를 배우게 됩니다. 쉔무 이 게임의 문제가 기술을 가르쳐 줄려면 제대로 알려줘야 하는데 엉망입니다.  커맨드 입력을 보여주는 게 아닌 투 스텝을 밟은 후 다리를 차라는 식.  어쩌라는 거? 알려주면  (↙↙ + K)입니다.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스킵하는 사람도 아마 많을 듯합니다.

 

노조미 구출하는 씬은 그 때도 괜찮게 느껴졌습니다.
사실 액션파트도 재미가 없습니다. 대전격투 게임을 만든 개발사가 맞나 싶을 정도로.
이거 볼려고 그 고통을 감내했구나.

 

재미가 아닌 그냥 추억으로 했습니다. 그때가 내가 이런 게임을 했었지 곱씹는 용도로. 재미있는 게 20년이 지나다 보니 뒤를 돌아볼 일이 생깁니다. 방송사는 90년대 가요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온라인 탑골 공원이라는 말도 나오고,  지나간 스타들을 다시 찾는가 하면 과거 게임기들이 미니란 이름으로 재발매되었습니다. ( 슈퍼패미컴 미니, 메가드라이브 미니, 플스 클래식 )

 

20년이라. 검색창에 20년만에 넣어보니. 다양하게 나옵니다. 지금은 화성 연쇄살인 용의자가 30년 만에 확인되었다고 해서 떠들썩합니다. 하! 잡히기는 잡히네요. 매트릭스가 20년 만에 재개봉한다고 합니다. 당시 엄청난 충격을 주었던 영화. 상업성과 영상미, 메시지 동시에 다 잡은 영화로 지금도 가끔씩 돌려봅니다.

 

쉔무는 매트릭스나 미니, 레트로 열풍에 비빌 정도는 되지 않습니다. 기대작이었으나 부진했고 상업적인 실패로 미완으로 끝. 펀딩 사이트를 통해서 후속작이 제작 곧 발매될 예정이지만 기대는 되지 않습니다. 창의성이 중요시되는 업계에서는 한 번 감을 잃은 사람이 다시 부활하는 경우는 거의... 아니 없더군요. 영화감독이던 게임 개발자이던 정점을 찍은 뒤에는 내려가기만 합니다. 속도의 차이뿐일 뿐.

 

https://youtu.be/yM0-NIjloFQ?t=3663

1:01:03오토바이씬.

 

 

 

◈ 자유가 창의성을 증진시킬까?

 

결과적으로 쉔무는 상업적으로 실패로 끝이 났습니다. 어떤 의미를 지니건 간에 거액의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은 성공했어야 합니다. 쉔무는 GTA4가 나오기 전까지 가장 큰 제작비를 쓴 게임으로 기네스북으로 올라갈 정도였다고 하니.

 

쉔무를 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흔히 듣습니다. 자본과 투자자의 간섭으로 원하는 대로 표현하지 못해서 완성도를 떨어뜨렸다는 이야기를요. 반대로요. 창작자에게 자유를 무한정으로 주는 게 좋을까? 비슷하게 실험을 하는 곳이 넷플릭스. 그들은 투자만 하고 일절 간섭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야 창작자가 자신의 모든 역량을 펼치겠구나.'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봐. 판을 깔아주면 마냥 좋을 줄 알았는데.  그러한 간섭 없이 제작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들은 대중적으로 평이 좋지 않더군요. 쉔무 역시도 스즈키 유가 하고 싶은 대로 다 들어주었지만 실패했습니다. 경영진도 믿을 수밖에 없었기는 했습니다. 그전까지 커리어가 워낙 성공적이었으니까.

 

아이를 방치하면서 무관심하게 대하는 게 교육에 좋을까? 반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간섭하는 부모 역시 좋지는 안을 겁니다. 창의성은 일정 수준의 자유와 억압 그 사이에 있을 겁니다. 보통은 대부분이 창작자에게 자유를 주는데 인색한 게 문제입니다. 반대로 넷플릭스나 쉔무처럼 너무 많은 자유를 주는 일 역시 바람직하지 않을 겁니다. 전 넷플릭스의 실험을 곧 끝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디즈니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부상하고 있으니 지금까지와 같은 여유를 부릴 수는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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