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에어컨 설치했습니다. 대만은 되고 왜 우리는 안될까?

네그나 2018. 8. 7. 22:38

마침내 집에 에어컨을 설치했습니다. 에어컨 설치는 겨울에 해야 제맛입니다만.  지금은 곤란하고 잠시 기다리라는 말만 믿었다가 한 여름에 설치했습니다. 그래도 싸게 설치했습니다. 성수기인 에어컨을 여름에 설치를 할려고 하면 아무리 못해도 200이상 줘야 하지만 조금 싸게 했습니다. 동생 잘 둔 덕분에.

에어컨 설치 기사는 정말 바빠보였습니다. 안그렇겠어요. 일손이 모자라 난리라는데. 일본 속담에 고양이 발이라도 빌리고 싶다는 말이 있는데 같은 심정일겁니다.


올해 사상최강의 폭염은 정말 도저히 에어컨 없이는 못 살겠더군요. 94년 이후로는 최강의 폭염이라고 하는데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보냈던 94년 여름이 그리 대단했었나? 아니었던 거 같은데. 그 시절은 에어컨도 잘 없었고 오직 선풍기 바람에만  의지한 시절이었는데요. 고생을 한 기억이 없는데... 모르죠.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시간이 지나 기억이 탈색되어 버린걸지도. 기억은 빛을 바라게 만드니까.


낮도 낮이지만 열대야가 정말 죽을맛입니다. 그동안 밤을 이겨 내기위해서 선풍기의 버프를 받고 바닥에 찰싹 달라 붙어야 했습니다.




에어컨님이 오신 이후로는 달라졌습니다. 에어컨 있고 없고가 정말 삶의 질이 큰 차이가 납니다. 하지만, 전기요금이 부담스러워서 취짐할 때와 주말에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에어컨을 24시간 내내 켜놓지는 않지만 잘 때라도 편하니 다행입니다. 어린 아이들이 있는 집은 어쩔 수 없이 종일 켜놓고 지낸다고 하더군요. 다음달 보게 될 고지서는 가슴을 쓰리게 만들겠지만 아이들 건강이 더 중요하니까.



정부는 폭염 대책으로 한시적으로 누진세를 완화하는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기사를 보면서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 해야할까?



블로그에 대만 여행기를 올려 놓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여름에 대만 여행 가는거 아니라는데 갔다 왔습니다. ( 왜 갔냐하면 싸서...) 대만의 습하고 무더운 공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대만, 가오슝 관광지와 거리, 주거지를 돌아 다니면서 한가지 놀라건 모두 다 에어컨을 가지고 있습니다. 에어컨을 가지고 있는 사실 정도가 놀랄 만한 일은 아니겠지만 정말 허름한 집도 에어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대만 가오슝. 용호탑 주변의 주거단지. 대만에서 에어컨 없는 집은 못 본거 같다. 서민 주거지에도 예외없이 에어컨은 있다.

대만의 무더운 공기를 들이 마셔보면 '여기는 에어컨이 없으면 안될거 같다' 생각이 절로 듭니다. 시내 중심지이건 서민 주거지건 간에 에어컨을 모두 다 사용하고 있었습니다.웬걸 여행을 갔다 오니 한국의 무더위가 대만 보다 더 심합니다. 대만에서는 힘들어 죽을거 같다 였다면. 한국에서는 이러다 사람 잡겠다 였습니다.




한국의 전기 요금체계나 전력생산 체계를 자세히 모릅니다. 솔직히 알고 싶지도 않고 관심도 없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왜 국민소득이 3만달러에 근접하는 나라가 에어컨을 사용하는 걸 부담스러워 할까요. 대만만 하더라도 거의 모든 시민들이 사용하는 모습을 보았는데요. 대만에서도 빈부 격차를 목격할 수 있었지만 에어컨 만큼은 차이가 없었습니다.



나라가 못살 때는 그럴 수 있지만 한국도 이제 살만큼 사는 나라가 되었는데도 그렇습니다. 이 현실이 웃기지 않나요?  우리는 지속적으로 주입받고 살아 왔습니다. 한 개인의 편의와 이익이 충돌 한다면 대의를 위해서 양보를 하는 사고방식을.



이제는 현실을 바꿀 때가 아닐까요?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 바꿔야 할까요?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아직은 이르다. 잊지 않아야 할 건 지금 아니고 나중에 라고 말하는 자들은 그 나중에 되면 또 더 나중에 말할 겁니다.



대만보다 잘 사는 우리는 안되고 그들은 되는지 납득을 못하겠습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지내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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