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눈에 들어오는 게임은 자금력이 있는 거대 개발사들의 작품이 대부분입니다. 스팀을 알게 된 이후로 한 가지 변화는 인디게임을 자주 접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에는 묶음으로 판매하는 험블번들 빼놓을 수 없지만. 험블번들에서 무심코 구입했다 방치했다 뒤늦게 플레이를 한 게임이 그로우 홈(Grow Home)입니다. 배급은 유비소프트입니다. 유비소프트가 의외로 인디게임에 관심이 많은 모양입니다.
인디 게임답게 그래픽을 많은 투자를 하지 않은 모습입니다. 각진 모델링은 그 옛날 버추어 파이터를 생각나게 만듭니다. (이 게임을 아는 사람도 아재일터) 개인적으로 그래픽을 중요한 평가요소라고 생각하지 않는데다 요즘 처럼 현란한 그래픽을 적용한 게임들 사이에서 특색있습니다.
90년대를 보는 듯한 그래픽
게임을 시작하면 로봇(bud)이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처음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의문입니다. 자기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이 삐걱거리는 녀석을 가지고 뭘 하라는 건지? 그로우 홈의 행성탐사로 star plant를 성장시켜, 최종적으로 씨앗을 만들어 회수하는게 목적입니다. 행성탐사는 인공지능에 의존하게 될 거라는 기술 예측가들의 반영된 설정입니다. 생명체가 우주공간을 떠돌아 다니기에는 우주는 너무 가혹한 환경이죠.
그로우 홈의 가장 독특한 점은 식물을 키워 더 높은 곳으로 도달하는 것입니다. 중간 붉은 색 꽃봉오리에 매달리면 줄기를 뻗어나갑니다. 부유섬과 연결해서 영양분을 흡수해 성장시킵니다. 이 게임 하면 많은 사람들이 영국의 고전민화 잭과 콩나무 1(Jack and the beanstalk) 연상했을 겁니다. 제작진도 잭과 콩나무에서 영감을 받지 않나 싶습니다.
잭이 버린 콩이 자라 콩나무로 성장했다는 이야기. 잠깐 그 뒤로 어떻게 되었더라? 분명히 읽었는데 지금 기억 나는게 여기까지 입니다. 다시 찾아 보니 거인의 재산을 훔쳐오는 도둑질 이야기였습니다. ( 자기 재산을 강탈 당하는 거인은 도대체 무슨 죄?)
식물을 계속 성장시켜(최종 2,000미터) 상공에 있는 모선에 도달하는 목적 달성입니다.
이 꽃봉오리를 조준. 발사하면. 아래처럼 GIF처럼 움직입니다.
힘차게 뻗어나가는 꽃과 함께 로데오를 합니다. 그런데 꽃을 잡 붙잡아야 합니다. 조준을 하고 있지 않으면 정신나간 소마냥 이리 저리 날뜁니다. 이 줄기를 부유섬에 꽂아 넣어야 단계적으로 성장을 하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갑니다. 줄기를 타고 뻗아나가는 감각이 좋습니다. 게임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서 줄기를 여러 군데 뻗어 놓아야 합니다. 텔레포터 근처에도 줄기를 뻗어 놓는게 나중을 위해서 편할 겁니다. BUD가 모선에 도착하고 난 뒤에는 줄기를 뻗을 수 없다는 건 조금 아쉽습니다.
원활한 게임진행을 위해서는 처음부터 크리스탈을 수집하는데 열을 올려야 합니다. 크리스탈은 총 100개로 20개 모을 때 마다 BUD에게 추가 능력이 주어집니다. 20개 모았을 때는 줌 아웃을 통해서 시야를 확보할 수 있고 40개는 제트팩1단계, 60개 2단계, 80개 3단계, 100개는 무제한 제트팩입니다. 적어도 60개는 모아야 BUD의 행동이 원활해집니다. 크리스탈은 행성의 다양한 곳에 놓여져 있기에 줄기를 여기저기 뻗어 놓아야 합니다.
게임패드로 조작하기를 권하는데 의도한것인지는 모르겠지만 BUD의 조작이 부드럽지 못합니다.로보의 어색한 움직임이 반영되었습니다. 한참을 올라갔다가 순간 삐끗해서 아래로 추락하면 암담합니다. '저 높은 곳까지 다시 기어 올라가야 하다니' 중간마다 순간이동을 할 수 있는 텔레포터가 있기는 하나 그래도 기어 올라가야 하는 것 마찬가지입니다. 원활한 이동을 위해서는 제트팩을 달아야 합니다.
제목에 탐사를 가장한 등반 게임이라고 표현했는데, 이 등반 노가다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따라 게임을 계속 하느냐 마느냐가 결정나게 됩니다. 반복되는 등반이 짜증나기도 했지만 곧 적응이 되었습니다. 거대한 식물을 오르고 내리면서 시원한 풍경을 감상하는 재미를 느꼈으니까요.
부드럽지 못한 조작 때문에 답답하기는 하지만 반대로 스릴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떨어지면 다시 올라와야 하니까 정신 바짝 차리고 올라갑니다. 높은 산을 올라가는 사람이 이런 기분이려나요.
레이싱 게임을 하면서 커브를 돌 때 조작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친구들이 그렇게 하는 건 봤지만 저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는데, 그로우 홈을 하면서 게임에 맞춰 몸이 저절로 움직였습니다. 떨어지지 않으려 애를 쓸 때나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 볼 때 아찔함 마저 느꼈습니다. 나뭇잎 글라이더를 타고 활강하면 시원함마저 느껴집니다. 그로우 홈을 요즘 유행하는 VR버전으로 다시 만들어 보면 괜찮아 보입니다. 고소 공포증 때문에 잘 될지 모르겠지만.
글라이더를 타고 활강.
게임 볼륨이 크지 않아 4~5시간이면 엔딩을 볼 수 있습니다. 짧아서 단점이지만, 게임이 단순해서 더 오래 끌면 오히려 지루해 지기 쉬운 구조이므로 적절한 분량이라고 봅니다. 수집요소도 있어 행성에 있는 동물과 식물을 잡아 텔레포터로 가져다 놓으면 분석이 됩니다. 모든 동식물 분석도 도전과제 중 하나입니다.
도전과제는 게임과 관계가 전혀 없는 무쓸모가 많습니다. 천미터 상공에서 자유낙하 하면서 생존하기 라던가. 양처럼 생긴 meep과 함께 자유 낙하. 나뭇잎 50번 점프. 닭을 치킨 만들기, 소를 구멍에 떨어뜨리기. 어처구니가 없는 과제는 10,000m 기어 오르기. 플레이 시간을 늘리려 만드는 의도가 보이는 도전과제입니다.
가장 엽기적인건 도전과제는 양(meep) 바다에 세번 빠뜨려 죽이기입니다. 그로우 홈을 폭력이 없는 힐링게임으로 소개하는데 이렇게 엽기적인 도전과제가 존재합니다. 그러고 보니 살인 식물인 스냅드래곤에게 양을 갖다 바치는 도전과제도 있습니다. 여기에서 양은 동물학 대용으로 사용됩니다.
모선으로 가면 엔딩이 나옵니다. 엔딩이라고 해봐야 그냥 스탭롤 흘러나오는 수준입니다. 진짜 엔딩은 8개의 스타 시드를 찾는 것입니다. 행성 곳곳에 숨겨져 있는데 공략을 보지 않고 찾기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힌트는 텔레포터 근처에 있습니다. 시간이 많다면 직접 탐사를 하면 되지만 귀찮다면 아래 영상을 참고하세요. 진짜 엔딩이라고 해봐야 별거 없습니다.
탐사를 가장한 등반 게임 그로우 홈은 식물의 성장과 크리스탈, 동식물 채집을 하는 인디감성이 묻어 나오는 독특하고 흥미로운 게임입니다. 반복되는 등반 요소만 극복한다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플레이 하기를 추천합니다.
1. 90년대가 생각 나는 레트로 그래픽
2. 단순한 게임 방식으로 누구나 할 수 있는 게임
3. 식물을 직접 성장시켜 나가는 독특한 설정
1. 최적화 문제인지 느려질 때가 있음
2. 부드럽지 못한 조작과 반복되는 등반
3. 짧은 플레이 시간, 반복적으로 플레이할 요소 부족
- 콩나물이 아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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