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맛으로 본 일본 : 어떻게를 중시하는 일본의 식문화

네그나 2015. 7. 27. 14:00

우연찮게도 두 사물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책을 연달아서 읽고 있습니다. 관점이라는 어디에 초점을 맞추는냐인데, DLSR 카메라에 렌즈를 바꿔가며 원하는 사진을 촬영하듯 비교도 사람에 따라서 무엇을 보느냐입니다.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전문분야나 취미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한 것에 초점을 맞출 수 있습니다.



전에 포스팅했던 도시를 걷는 사회학자 : 뒤섞인 서울과 분리된 파리 파리와 서울이라는 두 공간을 놓고 비교했고 무한도전에 출연해서 양평이형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하세가와 요헤이의 < 대한 록 탐방기>를 읽으면서 음악인 관점에서 한국과 일본을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지배받는 지배자>에서는 유학에 초점을 두고 한국의 교육과 문화를 대조해 볼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은 뒤 생각은 "한국인에게 영어는 영원한 컴플렉스일 수 밖에 없는가?"



이 책들은 비교 행위 자체가 목적은 아니지만 읽다 보면 한국은 그들과 무엇이 다른가? 왜 다른가? 질문이 나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나(혹은 내가 속한 한국은)는 존재는 다른 사람과 나라는 거울을 통해서 바라보면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맛으로 본 일본> 맛의 관점에서 본 일본 문화입니다. 미식가나 음식평론가, 여행가로 생각하기 쉬운데 저자가 현직 외교관이라는 것이 독특합니다. 외교관이 음식에 평하고 식문화을 논하는일은 낮설어 보입니다. 음식이나 맛집을 평할 때 휘항찬란한 비유나 호들갑 스러운 표현이 많은데 그런거 일절 없이 일상적인 어휘로 써내려갑니다.



'무엇' 이 아닌 '어떻게'의 나라 일본



같은 한자권 나라 중에서도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신토불이라는 표현이 애용된다는 사실이 가리키듯, 한국인에게 한국적인 요리란 한국에서 나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 짙다. 어떤 요리가 한국 음식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한국적 재료를 사용했는지가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요리의 결과물도 전형적인 틀의 범주 속에 있어야 한다. 이것은 아마 한식의 세계화도기 위해서 넘어야 할 큰 산 일것이다.(P.20)


반면에 일본인들은 요리의 결과가 "무엇"이냐를 가지고 일본 음식을 정의하는 대신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지냐를 기준으로 일본 음식을 정의하는 것 처럼 보인다. 만일 그렇지 않아다면 고로케, 돈가스, 오므라이스, 카레라이스, 라멘 같은 음식들이 일식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았을 것이다.



일본 음식중에 일본인들이 예로부터 먹어오던 음식은 상대적으로 작은 비중을 차지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같은 모습의 스시나 덴푸라의 등장은 16세기 이후의 일이다. 일본 대중이 쇠고기, 돼지고기를 먹는 일은 19세기에 와서 일어났다. 돈가스, 오므라이스, 카레라이스 같은 말할 필요도 없이

개항 이후에 생겨난 음식이고, 라멘은 중일전쟁 이후의 발명품이다. 이런 현상도 "무엇이"아닌 "어떻게"에서 출발하는 정신세계의 소산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맛으로 본 일본




공유하는 한국인과 분리하는 일본인



음식을 한 상에 푸짐하게 차려내는 것이 손님 대접이라고 알고 있는 한국인의 눈으로 보면 일본식 정찬인 가이세키요리는 여럿이 함께 먹으면서도 언제나 혼자 먹는 음식입니다. 가이세키 요리가 코스 요리라는 사실은 중요한 문화적인 특질을 상징한다. 그것은 일본은 개인주의라는 가리킵니다. 일본 문화는 겉보기에는 집단주의적이고 동질화를 강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특성은 고도로 양식화된 집단생활에서만 적용됩니다. 함께 어울려서 무언가를 도모할 때는 이질적인 행동이 좀처럼 용납되지 않지만 일본인들은 개인의 사생활만큼은 불가침의 영역으로 취급합니다.



가이세키 요리혼자서 먹는 음식인 가이세키 요리




국물을 함께 나누어 먹는 우리 음식문화는 끈끈한 유대와 공동체 의식을 상징한다. 한국인에게 누군가와 친해진다는 것은 그 사람과 공유하는 것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하고 이것은 사적공간이 줄어드는 것을 뜻한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출신 학교를 묻고 심지어 결혼했는지, 애인이 있는지 질무하는 풍습이 식문화에서도 배어 있는 셈이다. 반면 일본은 결벽스러울 만큼 개인별 소비를 지향한다.



하세가와 요헤이(양평이형)의 인터뷰 중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일본의 경우에는 큰 그릇에 나오는 요리를 각자 그릇에 나누어 담아 먹지요. 하지만 한국에서 친한 사람들은 그냥 한 그릇에 있는 음식을 같이 먹어요. 그야말로 '한솥밥을 먹는'거죠. 만약 '그건 좀....'이라고 생각한다면 한국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거기에 전혀 위화감이 없었거든요.


한국 사람들은 찌개 하나를 다 함께 먹는데 그것이 우정의 증표이기도 하군요.


중국요리를 먹으러 가도 "네 짬뽕 좀 먹어도 돼?" "볶음밥 맛있다. 먹어봐"라고 하면서 서로 나누어 먹어요. 부정적으로 본다면 남의 음식까지 탐내다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여러 가지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거죠. 그것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가에 따라 한국 생활에 적응할 수 있는지 없는지가 결정되는 것 같아요. <대한 록 탐방기, P.136>



한국인에게 식구(食口) "함께 밥을 먹는 사람" 이라는 단어가 남다르게 다가오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최근에는 사회가 변해서 개인별로 덜어서 먹는 음식점도 많습니다. 개별 그릇이 주어주는 것은 서구식 문화, 개인주의적 성향이 식문화에도 스며들어 가는 모습입니다.



다양한 일본의 음식으로 식문화에 담긴 일본문화를 소개하면서 실용적 정보로 맛집까지 추전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맛집 찾는 간단한 정보를 알려주기는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길게 늘어선 집에 찾아서 줄을 서면 반드시라고 할 정도입니다. 일본인들은 줄서기를 마다하지 않는 모습이 자주 볼 수 있을까도 신기하게 생각하는 점 중 하나입니다.



맛으로 본 일본

저자
박용민 지음
출판사
헤이북스 | 2014-12-05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현직 외교관의 "맛으로 즐기는 일본 문화 산책"[맛으로 본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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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으로 본 일본>은 한국인의 눈과 맛으로 본 일본음식인데  축소지향적, 양식화된 집단생활, 정교함에 한국인에게 보였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일본의 눈과 맛으로 한국음식을 논한다면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합니다. 한국의 역동성, 예측불가능, 공동체적 사고, 복잡했던 역사가 맛으로 보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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