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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자신이 살인을 했음을 밝히며 시작됩니다.

"내가 마지막으로 사람을 죽은 것은 벌써 25년전, 아니 26년전인가, 하여튼 그쯤의 일이다. 그때가지 나를 추종한 힘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살인의 충동, 변태성욕 따위가 아니었다. 아쉬움이었다. 더 완벽한 쾌감이 가능하리라는 희망, 희생자를 묻을 때 마다 나는 되뇌곤 했다. 다음에 더 잘할 수 있을거야. 내가 살인을 멈춘 것은 바로 그 희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70세 노인은 살인마입니다. 과거 무수한 살인을 저질렀지만 용케 들키지 않았습니다. 그런 그에게 찿아온 알츠하이머 증상. 일상의 기억이 점점 흐릿해져 갑니다. 망각 속에서 헤메는 노인. 집 인근에서 여자 셋이 잇따라서 죽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은 직후에 나온 희생자라 이렇게 묻습니다. ‘혹시 나였을까?’ 자신이 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에게는 은희라는 딸이 있습니다. 노인은 은희에게 밤늦게 혼자 다니지 말고 남자 차에 타지 마라고, 이어폰을 끼고 다니지 말라고 이릅니다. 잔소리로  생각하는 딸. “살인이 뭐 누구 집 애 이름이에요?”



기억이 흐릿져가는 와중에 박태주란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뱀의 눈. 직감으로 느껴지는 위험. 노인은 한 눈에 박태주가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자신과 같은 과임을 알아봅니다. 딸이 결혼할 사람이라고 데려온 남자가 바로 박태주였습니다. 딸의 남편이 살인마라니 그것은 안될일. 딸을 지키기 위해서 살인을 하겠다고 마음먹는 노인.


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과거의 살인마. 희미해지는 기억을 붙잡기 위한 일상의 기록,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으면 메멘토가 생각났습니다. 전직 보험수사관인 레너드는 자신의 아내가 강간당하고 살해당한 사건 때문에 기억이 10분이상 유지시키지 못합니다.사라져가는 기억을 잡기 위해서 사진, 메모,문신을 통해서 기록을 남깁니다. 현재를 기억하지 못하는 레너드 과거속에서 부유하게 됩니다. 기억이 없으면 현재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 살인자의 기억법 >은 켱쾌하기 진행됩니다. 짧게 끊어치는 글과 독백이 읽는 이로 하여금 속도감을 느끼게 합니다. 결말에 대한 반응이 사람에 따라서 다를 걸로 보입니다. 예상 가능하다면 가능한 내용입니다. 각색을 한 뒤 영화로 만들어도 괜찮을 내용인데 어떻게 영상으로 표현하느냐가 문제이겠습니다. 희미해지는 기억과 현실을 어떻게 영상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작가의 후기에, ‘이번 소설은 유난히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아 애를 먹었다. 하루에 한 두 문장 밖에는 쓰지 못한 날이 많았다’고 말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글 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어려움을 토로합니다. 남들 보다 많이 해봐서 큰 어려움이 없을걸로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모양입니다. 이 사람들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블로그에 글 작성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분명히 글로 표현하고 싶은 생각이 있는데 컴퓨터 앞에 자리를 잡으면 뜻대로 안됩니다. 깜빡거리는 커서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오늘은 안되겠다. 내일 쓰자’ 내일 쓰자는 결심은 또다시 다음날로 미뤄지고 이 과정을 반복합니다.



블로그 글쓰기도 쉽지 않은데 소설은 말할 필요도 없겠죠.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죠. 전문가들도 글쓰기를 어려워 하니까 큰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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