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이사준비, 이삿짐을 꾸리며

네그나 2013. 1. 29. 12:00

이사하기 위해서 이삿짐을 꾸리고 있습니다. 이사 준비 하는 것도 정신 없습니다. 이삿짐 꾸리면 버릴게 많다고 하더니 정말입니다. 꺼내서 보게 되는데 많은게 나옵니다. 시간이 지나서 쓸모가 없어진것도 있고 아낀다고 쟁여놓았다

잊어버려 그대로 굳어버린 물건도 있습니다. 구형디카, MP3, 포장조차 뜯지 않은 ASUS 쿨러는 아깝군요. 아끼면

똥 됩니다. -_-;


보지 않는 책들도 이번 기회에 정리했습니다. 전공책들도 가지고 있었지만 역시 정리했습니다. 다른 책 읽을 시간도 없는데 전공책을 다시 볼 일은 없을 겁니다. 책을 버리면서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 전자책이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전자책이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 점은 좋지만 전자기기로 책을 읽으면 집중이 잘 안됩니다.


의지부족 인지는 모르겠지만 종이을 넘겨야 집중이 됩니다. 특히 이해하기 어렵고 두꺼운 책은 더 그렇습니다. 책의 장식효과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유명인사들의 인터뷰 장면을 잘 보면 책장이 배경인 걸 볼 수 있습니다. 방송에서 인터뷰하는 대상이 교수와 같은 지식인이라 이런 배경이 나옵니다. 책장 배경은 사람을 지적으로 보이게 만들어주는

효과를 냅니다.   


시간과 감정을 많이 투자한 물건을 쉽게 버릴 수 없습니다. 다시 쓸일이 볼일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못 버립니다. 추억을 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이게 심하면 집안을 잡동사니로 쌓아놓고 삽니다. < 잡동사니의 역습> 에는 저장강박증이라는 특이한 증상이 소개됩니다.


저장강박증의 극단적인 예가 있습니다. 1947년 뉴욕, 거동이 불편한 형 호머 콜리어와 형을 돌보던 동생 랭글리라는 한 형제가 죽어 화제가 되었습니다. 화제가 된 이유는 이들 형제가 집을 잡동사니들로 쌓아두었기 때문입니다. 3층 저택에서 쌓아둔 잡동사니의 무게만 해도 170톤에 달했다고 합니다. 동생은 잡동사니에 깔려서 질식사 했고 거동이 불편한 형은 그대로 굶어죽었습니다.


가족 중 물건을 못 버리는 사람이 아버지입니다. 어머니는 버리자고 말하고 아버지는 놔두자고 말합니다. 아버지가 왜 물건을 못 버릴까? 아버지의 개인적인 성격도 한 이유이겠지만, 아버지의 시대배경을 생각하면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6.25 전쟁 후 모든 물자가 부족한 시기에 살았고 집도 부유하지 않았습니다. (동시대에 살았던 사람이라면 대부분 그렇겠지만) 그런 시대를 보냈다면 아끼는 습관이 몸에 배이게 됩니다. 나이가 들면 이 습관이 굳어집니다. 미국도 대공황을 보낸 사람들은 근검절약하는 습관이 배였다고 합니다. 지금 미국이 소비대국이라고 불리지만 예전의 미국은 아니었다고 말하는 구절들이 많습니다.


대공황. 도로디어 랭의 사진작품도로디어 랭의 사진작품, 1936년 3월 캘리포니아 니포모에서 7살된 딸을 데리고 배급권을 기다리는 32세 여성의 모습.



이제는 상황에 따라서 아끼는 것 보다 버리는게 더 이익일 수도 있는 시대입니다.  어느 책에서 본 내용, 컨설턴트가 식사 후 설거지를 하다가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자신의 시간당 임금을  계산해보면 식사를 한 후 설거지를 할 게 아니라 식기를 그대로 버리는게 이익이라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실제로 식기를 버렸는지 나오지 않았지만 이 일화가 말해주는 것은 풍요의 시대에 부족한 것은 시간입니다. 돈이나 물건보다 시간이 더 아까울 수 가 있는 시대입니다. ( 물론 시간이 아까운 사람들은 대부분이 잘 나가거나 부유한 사람들입니다.) 어떤 시대를 겪었느냐에 따라서 사고가 다를 수 있습니다. 풍요의 시대를 격은 사람들, 성장할 때 스마트폰과 태블렛의 사용을 당연한것으로 생각한 사람들은 기성세대와는 또 다를겁니다. 사고방식이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이사 준비한다고 신경쓸게 많아 당분간 정신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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