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만화를 보았다

신들의 봉우리 - 신이 허락해야 발을 디딛을 수 있는 그 곳에 도저하는 사람들

네그나 2011. 4. 28. 00:10

어릴때만 하더라도 만화를 많이 보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만화는 잘 안보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열심히 보던 때가 베르세르크 하고 GTO보던 때였죠. 만화를 잘 안보는 이유로는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만화가 없습니다. 



만화업계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최근의 일본만화는 오덕형 만화가 트렌드로  보입니다. 여고생 나오고 미소녀
나오는 만화만 양산되는 분위기라서 흥미가 안생깁니다. 옛날에도 여고생이나 미소녀 나오는 만화는 많았지만, 이제는 그게 주가 되는 분위기로 보입니다.  성인취향의 만화는 잘 안보입니다.  머리가 굵어져서인지 꼬맹이 필요 이상
으로 심각해지는 분위기를 보면 이제는 유치하다는 생각 밖에는 안듭니다.'만화가 재미없어 진다.'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중 하나일 수도 있겠습니다.사실 만화는 잘 모릅니다. 주변에서 재미있다고 추천해주거나 하면 볼까. 좋고 재미있는 만화를 굳이 찿아보지는 않거든요. 




과거를 미화시켜서 그런지 모르겟지만 일본만화의 전성기는 역시 90년대가 아닌가 싶군요. 장르도 다양하게 나오고, 질적으로 우수한 만화가 많이 나왔습니다. 이 시기의 일본만화가 쿨 자팬 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었습니다. 이 때
오덕된 사람 많을 텐데요. ^-^;  친구는 만화로 덕질하고, 저는 만화보다 게임으로 덕질 하다가 지금은 벗어낫죠.
이제는 게임도 시들하고 그냥 책읽는게 재미있습니다.




<신들의 봉우리는>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겁니다.  '응, 왜 도서관에 만화책이 있을까?' 하면서 집어들었는데요. <신의 물방울>이라는 와인을 다룬 만화도 있는데, <신들의 봉우리> 는 등반가들의 이야기를 다룬 만화 입니다. 
산에 살고 죽는 사람들의 이야기죠.




일본의 1억2천명이라는 내수시장과, 세계최대라는 만화시장이 있어서 다양한 소재가 만화로 나오죠.  게다가 국민들이 만화를 많이 소비해주니 만화강국이 되었습니다. 다른 나라는 일본만큼의 시장을 가지고 있지 않죠.  어떻게 보면
일본의 만화시장이 비정상적으로 보여지기도 합니다. 일본은 매니아들만 붙잡고 있어도 그럭저럭 살만합니다.




김지룡의 <나는 일본문화가 재미있다.> 는 책을 보면 에반게리온의 매니아들이 어떻게 가이낙스를 먹여살리는 구조를 잘 보여줍니다. 30만명에서 50만명의 매니아들이 각종 상품을 사주는데, 밖에서 보면 큰 시장으로 보이지만 알고보면 철저히 매니아 지향 시장이라는 거죠.




5천만명의 우리나라도 작지않다고 생각을 하는데,( 저는 국내시장이 작다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 만한 시장이 세계에 얼마나 된다고..) 만화를 사서 보는 분위기가 없죠. 신들의 봉우리 책 값이 9500원 인데요. 쉽사리 살만한 가격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만화의 주 대상이 학생층임을 고려하면 그렇습니다. 학생들의 용돈이 어떤지 따르서
다르겠죠.  요즘은 용돈 얼마나 받는지 모르겠군요.




스마트폰과 태블렛이 보급되면서 전자책 시장이 활성화 될 조짐이 보이고 있죠. 전자만화 시장을 개척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수요가 없을려나요.  한국에서 활성화된 만화는 웹툰밖에 없고,누군가 한 번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텐데요.



< 신들의 봉우리> 라는 제목만 들어도 이 들이 어떤 산에 도전하려는지 예측이 가능하죠.  도전하려는 산은 산들의 왕, 이 지상의 왕인 에베레스트 입니다.  정상의 고도는 8848미터입니다. 그냥 올라가는 것도 힘든데, 무산소 등반을 합니다.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거죠.



에베레스트의 정상에 설려면 신이 허락해야 한다.




단순히 등반이야기 만이 나오는게 아니라  이야기전개에 감탄했습니다. 등반을 소재로 해도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구나' 게다가 주인공들도 30대 40대인 중년입니다. 어린애들이 용쓰는거 안봐죠 되죠. ^-^;  (소년물이라고 무조건 싫어하는 것은 아닌데, 늘 뻔한 이야기라서..)등정이 누구나 하지 못하고, 목숨을 걸고 하니 행동이니 더 드라마틱한 구조를 가집니다.




< 신들의 봉우리 >는 당연히 픽션이지만, 실화에 바탕을 두면서 추리물 처럼 미스테리를 파헤치기도 합니다. 등반가이자 저널리스티인 후카마치는 전설적 이면서 비운의 등반가인 하부조지에 대해서 알아나갑니다.산에 미친 하부조지에 대해서 매력을 느끼면서 알아나가던 도중,  세계등반사에 남겨진 미스테리도 추적합니다.



뒷쪽 왼쪽 두번 째가 조지 리 맬러리. “왜 에베레스트에 오르고 싶어하십니까?” 이 수도 없이 반복되는 질문에 넌머리가 난 맬러리는 피곤하고 짜증스러운 말투로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그것이 거기에 있으니까요.(Because it is there)” ‘그것’이란 당연히 에베레스트를 말한다. 맬러리는 “에베레스트가 그곳에 있으니까 에베레스트에 오르려
한다”고 답했던 것뿐이다. 하지만 그의 이 퉁명스러운 말대꾸는 이후 등반사상 가장 유명한 선문답이 된다






1924년 영국의 맬러리와 어빈이 에베레스트에 정상에 도전합니다. 하지만 이 들은 돌아오지 못합니다.정상에 갔는지
못 갔는지가 산악계의 최대 미스테리가 남아있습니다. 이들은  당시 최신 카메라인 '베스트 오트 포토그래픽 코탁스페셜 카메라를 가지고 갔습니다. 맬러리와 어빈이 정상에 갔다면 사진을 찍을 것이고( 요즘 말하는 인증샷을 찍엇을 것이고) 남긴 필름을  발견한다면 세계등반사를 다시 쓰게 되는 겁니다. 이 들이 최초의 등반자로 기록되고, 역사는  다시 쓰여지게 되는겁니다.




멜러러의 시신이 1995년 에베레스트 북면 8160미터 부근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시신은 발견되었지만 카메라는 못
찿았다고 합니다.  카메라가 나타나지 않는 한 수수께끼는 에베레스트 산과 함께 영원이 남아있게 되겠죠.




조지 맬러리로 최근 뉴스를 검색하니, '에베레스트 정복 못 했을 것' 이라는 뉴스가 나옵니다.
정상 정복 여부를 연구해 온 한 산악인이 그가 악천후로 정상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라고 자신의 저서에서 주장했다. 27일 영국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에 따르면 당시 맬러리와 같은 팀이었던 등반대원의 종손자이자 지난 1999년 에베레스트 정상 부근에서 맬러리의 시신을 찾았던 산악인 그레이엄 호일랜드는 당시 기상상황 분석 등을 토대로 이같이 밝혔다.



BBC다큐먼터리팀은 멜러리-어빈 원정대를 조직하고 조지 맬러리를 찿아내는데요. 맬러리가 에베레스트 정상에
등정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을 냈습니다. 이 이야기르 다룬 < 그래도 후회는 없다 > 라는 책이 국내에
나와있는데 읽어봐야 겠군요. 책 읽기는 이런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면 좋습니다.




< 신들의 봉우리 >는 산에 오르는데 모든 걸 건 하부조지와 맬러리와 어빈이 남긴 카메라에 대한 이야기가 탐정물
처럼 펼쳐집니다. 책을 집어들자 마자 빠져 들었는데요. 원작은 소설인데, 글을 쓰기 시작해서 3년이 걸렸고,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한 무렵부터 따진다면 20년이 걸렸습니다.  마지막장에 작가 후기로 집필하는데 고통스러웠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쓰기를 마치고 나니 몸 안에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두 썻다. 모두 토해냈다. 힘이 미치지 못한 것도 대목도 없다. 모든 곳에
힘을 다 쏟아 부었다.  열 살 때 부터, 산에 올라가서 몸 안에 담아온 것이
모두 나와 버리고 말았다.


정면으로 던지는 정통적인 산 이야기를 썻다.  변화구로 던지는 산 이야기가 아니다. 전력투구 하는 직구. 이제 산 이야기는 두번 다지 쓰지 못할 것이다. 이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이 만한 것을 써 버리고 말았다.
이만한 산악소설은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다.


20년간의 고민이 만화에서는 단 5권으로 압축되었습니다. 이런 점을 보면 9500원이 아까운 것은 아니죠. 저도 블로그를 하면서 글을 작성하는게 얼마나 힘든지 깨닫게 되었는데, 소설 이라면 더 하겠죠. 피카소가 자기는 어린애 처럼
그림을 그리는데 한 평생이 걸렸다고 말을 했습니다. 작품에는 끊임없이 노력.과 고통, 고뇌에서 나온 결과물 이죠.




저자가 등반가여서 그런지, 등반하지 않으면 알기 힘든면이 많이 보입니다. 고도가 높아질 수록 환청과 환각이 시달리는 모습, 고통을 극복해 나가면서 생기는 어려가지 복잡한 감정이 잘 묘사 되어 있습니다. 만화의 좋은 점이 시각적으로 전달이 된다는 것인데, 산의 모습이나 묘사가 아주 세밀합니다. 일본 만화는 이런쪽에 강하죠.




만화를 읽으면서 계속 드는 것은 '이 들은 왜 산에 오른는가?' 질문입니다. 저 같은 등반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하는 질문이겠죠. 스스로를 채찍질 하는 것과 다름없는 고통스러운 등반을 이 들은 왜 스스로 하는가?  조지 맬러리는 "거기에 산이 있기 때문에" 라고 말을 하지만 하부조지는 이렇게 말 합니다.


"거기에 산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여기에 내가 있기 때문이야. 나에게는 이것 밖에 없어..  이 것 밖에 없기 대문에 산에 오르는 거야. 무언가를 하고 있지 않으면 스스로 부서져 버릴 것만 같았지. 그래서 무턱대고 산을 올라갔어.  이건 마약이지. 한 번 산에 바위벽에 달라 붙어 보았다면, 거기서 그것을 맛보았다면 일상따윈 미지근한 맹물이나 다름 업어."


한 번 산에 타본 사람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 이 대목에서 명작만화였던 에어리어 88이 생각납니다. 한 번 손에 피를 묻힌 사람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 했는지 안했는지 기억이 안납니다.
ㅡㅡ; 비슷한 뉘앙스의 말을 한 것 같은데.) 주인공인 카자마 신은 스스로 전장 으로 되돌아가는 선택을 하죠.
죽을지도 모르는 곳에 다시 되돌아가는 점도 비슷합니다.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카자마 신. 스스로 지옥으로 걸어들어간다.


산에서 벗 어날 수 없는 하부조지. 이 사람에게는 산 밖에 없다.



후쿠마치도 에베레스트에 등반하며서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왜 산에 올라가는가?' 정상에 서 봤자 해답 같은게 나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질문을 던져도 답은 자기 안에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걷고 오르고 정상에
갑니다.



왜 산에 오를까?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등산가들이 '왜 산을 오르는가?' 라는 질문과 '왜 사는가'라는 질문이 비슷해 보입니다.  가끔 가다가 친구와 이런
질문을 해보는데, 잠깐 생각을 해보다가도 '몰라 철학자들이 한 평생 고민해도 답이 안나오는 문제야' ' 이런거 고민한다고 밥이 나오지 않잖아' 하면서 넘어갔는데요.  생각을 하면서도 알기 힘든, 표현하기도 어려운 질문. 살면서
계속 해야되는 질문입니다. 아마 죽을 때 가지 하겠죠. '나는 왜 사는가?'



산에 모든 걸 걸고, 결국 산이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인,<신들의 봉우리>는 아주 좋은 만화입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만화와 추천하는 만화는 이상한 바다의 나디아, 슬램덩크 인데 < 신들의 봉우리 >도 추천할 만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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