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사람은 보수적이다’ ‘경상도 사람은 마초다’ ‘전라도 사람은 뒤통수를 친다’ 선입견은 여전해 보입니다. 지역감정은 구시대적인 사고로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거나 약화될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옛날 만큼은 아니더라도 지역감정은 여전히 작동하는 중이고 인터넷에서는 하나의 놀이로 변질되었습니다.
일베는 관심 투쟁의 방법 중 하나로 노골적으로 지역감정을 건드리고, 반여권 세력을 자처하는 일부 과격한 사람들은 ( 다음 뉴스 댓글에서 눈살을 찌뿌르게 하는 ) 경상도 때문에 선거가 끝난 후한국은 희망이 없다는 자조를 내뱉습니다. 지역감정이란 시계는 여전히 돌아가고 있습니다.
'지역감정이 문제다'고 피상적으로 생각할 뿐 이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한 적은 없습니다.현실에서는 지역 감정을 인해서 곤란한 일을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생활 반경이 한정되어 있고 다양한 출신 지역의 사람과 부대끼지 않아서 일지도 모릅니다. 같은 사람,현상만 본다면 무엇인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 없습니다.
대구출신 저자인 김수박은 선거가 끝나면 주위사람들로 부터 “경상도, 도대체 왜 그러냐?” 말을 듣게 됩니다.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보통 타자(他者)가 되는 경험은 소수자나 경계선에 선 사람들이 겪게 되는 경험인데 같은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출신 지역 때문에 예상치 못한 질문을 들었으니까요.
소수가 되어본 경험이 많지 않을겁니다. 작가의 특이한 점은 "경상도, 도대체 왜 그러냐?"의 질문을 듣고 난 후의 행동입니다. 성체가 된 연어가 유년시절로 돌아가듯 유년시절을 더듬어 본 것입니다. 외국으로 입양된 사람이 뿌리를 찿아보고자 한국으로 돌아와서 과거를 추적해 나가는 과정과 다르지 않습니다.
만화는 80년대을 시작으로 90년대까지 배경으로 하고 보통 사람의 생활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당시대를 거쳐 지나갔던 사람이라면 '그 때는 그랬지'라고 끄덕이게 될겁니다. 만화를 보다 공감했던 에피소드가 많은데.
집 앞에 있던 은행에 통장을 만들고 늘 저금 하면서 뿌듯해 했던 일, 어린 시절 헤어진 친구를 다시 볼 용기가 없다는 고백. '그 녀석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기는 한데 어떻게 연락을 하지.' '막상 연락을 하면 무슨 이야기를 할까. 결혼 한다고 보험들어 달라고 생각할까?' '다시 본들 어떻게 하지. 어린 시절의 공감대는 이미 사라졌는데.''아마 나를 기억도 못할지도 모르지.이런식으로 과거를 공유했던 사람들은 나의 인생에서 하나식 지워져 버립니다.
SNS와 통신이 발달한 최근에 부각 되고 있는 현상이 왕따인데 과거에도 존재했습니다. 아니 인간의 역사에서 늘 존재했겠지요. 반 아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받는 여자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여자 아이는 키도 꽤 컸고 목소리도 남자처럼 약간 걸걸 했던걸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왜 따돌림을 받았는지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그 아이가 지저분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던 것 같았는데 (다른 아이들도 지저분했는데...)아이들은 손도 건드리기도 싫어했습니다.
지금 생각을 해 볼 때, 아마 그 아이가 가난했기 때문인거 같습니다. 요즘으로 따지자면 임대 아파트 출신이라고 차별하는 식이랄까. 그렇다고 다른 아이들이 아주 잘 사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다들 고만고만 정도로 살았습니다. 그 아이에게 별 다른 감정이 없었지만 '남들이 한다. 그러므로 나도 한다' 식으로 외면에 동참했습니다.
어느 날, 집에서 가져온 우산을 잃어 버려서 찿고 있었는 중에 그 아이가 내 우산을 건네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주 잠깐 대화를 한 후 '왜 아이들이 싫어할까'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다시 기억에서 사라졌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그 때에 받은 상처는 기억속에 영원히 각인 될겁니다. 참으로 미안합니다.
어린 시절 받았던 상처는 잊혀지지가 않더군요. 화분하나 깨 먹었다고 반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따귀를 세게 때렸던 선생 역시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 깟 화분 하나가 뭐가 그리 중요하단 말인가? 1980
년 광주에서 벌어진 일은 사람들은 알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모른척한 이유를 말합니다. "묵고살아야 될 거 아이가?!
묵고살아야..." 반 아이들을 왕따를 외면하듯 국가가 행사했던 폭력을 외면했고 동참했습니다.
화분으로 맞은 따귀하나도 이렇습니다. 집단이 가진 과거의 기억은 나를, 우리를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을겁니다. 세월호 역시도 그럴테고. 세월호에서 먹고는 살아야 될거 아닌가는 말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되었으니 비슷한 일은 반복되는 것인지.사과받지 못 사람들에게 잊으라고, 용서해라고 강요해서는 안 될겁니다.
이 만화는 유년 시절을 회상에 그치지 않습니다. 과거로 부터 이어진 역사적인 부채와 현재 문제의식을 녹아들인데 있습니다. 일상의 소소함과 유머를 잃지 않으면서도 역사와 자신의 성찰하는 태도가 이 만화가 가진 힘입니다. '과거는 그랬을지 몰라도 이제는 안돼'라고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어야 되지 않을까.
하나의 질문으로 시작된 자전적인 만화 < 메이드 인 경상도 > 지역감정이란 담론과 시대를 변화를 볼 수 있지만 가장 흥미로운 것은 사람입니다. '모든 사람의 인생은 가까이 들여다보면 흥미롭다. 모든 사람의 인생은 똑같이 중요하다.' 라고 생각해도 이 사회가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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