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돌프에게 고한다'는 일본 만화의 신으로 불린 데즈카 오사무( 우리에게 우주소년 아톰, 밀림의 왕자 레오로 잘 알려짐)가 세계 2차 대전을 배경으로 연합군의 그린 만화입니다.
세 명의 '아돌프'가 등장합니다. '아돌프'라는 이름을 듣자 마자 떠오르는 인물이 있을겁니다. 세계사에 악명을 떨친 아돌프 히틀러가 첫 번째 인물입니다. 만화에서는 아돌프 히틀러에게 유대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그럴 듯한 설정을 가지고 있고 비밀을 밝히려고 추적하는 사람과 은폐하는 사람이 등장합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건 독일과 일본의 혼혈인인 아돌프 카우프만과 카우프만의 절친인 유대인 아돌프 카밀입니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소년들이 운명과 같은 소용돌이 휩싸입니다.
2차대전이 일어났던 시기는 광기의 시대였습니다. '정의'로 포장된 광기는 사람들의 이성을 마비시켰고 자신 정의를 다른 사람, 다른 나라에게 강요했습니다. 내세우던 정의는 전쟁이라고 극단적인 폭력으로 발현 되었습니다. 이 소용돌이는 모두를 집어삼키고 되는데 순박했던 아돌프 카우프만도 히틀러 소년단에 들어가 나치 사상에 물들어 버립니다. 나치가 자행했던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학살의 일원으로 가담하면서 자신을 잃어버리고 그 일이 정의라는 걸 의심치 찮습니다. 그 믿음은 너무 강력해서 독일이 패배해도 버리지 못합니다. '독일은 패배했지만 내 정의를 위한 전쟁을 계속된다' 며 혼자만의 전쟁을 계속합니다.
독일 패배 이후 아돌프 카우프만은 입장이 바뀌게 됩니다. 무대는 중동으로 바뀌고 아돌프 카우프만은 유대인에게 맞서기 위해 팔레스타인 해방조직에 몸을 담습니다. 평화주의자였던 유대인 소년 아돌프 카밀은 유대인을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팔레스타인의 아이와 아내를 학살했습니다. 자신들이 격은 고통을 정의라는 명목으로 다른 사람에게 그대로 돌려주는 것. 카밀에게는 그게 곧 정의이고 의심하지 않습니다. 어디선가 본 모습. 카우프만이 했던 그 행동입니다. 데칼코마니 처럼 같은 그림이 반대편에 나타났습니다.
마지막 아돌프 카우프만은 자신의 삶을 뒤돌아 보며 중얼거립니다.
내 인생에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이 나라 저 나라에서 정의라는 녀석에게 휘둘리다가 결국엔 모든 것을 잃어 버렸어. 육친도... 우정도... 나 자 마저도. 난 어리석은 인간이야. 하지만 어리석은 인간이 잔뜩 있으니까. 국가가 정의를 내세울 수 있겠지
'아돌플에게 고한다'는 1983년 1월부터 1985년 5월까지 일본의 시사 주간지 < 주간 문춘> 연재한 만화입니다. 전쟁을 경험한 데즈카 오사무는 전쟁과 국가주의를 증오했다고 합니다. 만화는 그 덧없음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광기에 휩싸였던 것 일본도 마찬가지었으니까.
만화가 나온지 30년이 지나지만 되풀이 되는 증오와 폭력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카우프만의 아내의 입을 빌려서 적개심을 표현합니다."팔레스타인의 유대인을 한 명도 남김없이 쫓아내려면 ...아이들에게 유대힌을 죽이게는 올바른 일이에요'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실제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를 무차별 폭격했고 천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이 사망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 공격에 적극적으로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아일렛 새이크(38·Ayelet Shaked)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실질적으로 모두 다 테러리스트”, “팔레스타인인을 낳고 기르는 그들의 부모는 테러리스트를 공급하는 것과 다름 없다. 그들의 엄마들도 죽여야 한다. 그들은 죽은 자식을 따라가야 한다. 그것이 정의다. 집도 부숴버려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독일인들이 유대인을 소멸시키기를 원했듯이 이스라엘인들도 그러는 것 같습니다. 자신들의 하는 일에 대해서 질문하지도 않습니다.인간은 같은 일을 계속 반복합니다.
<아돌프에게 고한다> 고장난 기차처럼 파국으로 달려가는 인물들을 묘사하며 무엇이 정의인지 다시 묻습니다. 그 물음은 오늘도
유효하고 아마 내일도 다르지 않을 겁니다. 우리또한 독일과 이스라엘처럼 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한국이 가진 배경과 특성을 생각해 볼 때 광기에 취약합니다. 적당한 때가 되었을 때 정의로 포장된 괴물이 나타나 우리를 조종하게 될겁니다. 남들이 정의(定義)하는 정의(正義)에 휘둘려 스스로를 잃어버지를 않아야 질문에 올바른 답을 할 수 있을겁니다.
의심하지 않는 신념은 신념이 아니다. -미구엘 드 우나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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