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풍경

첫태풍 다나스의 흔적. 운좋은 물고기 구조

네그나 2019. 7. 24. 00:43

태풍 다나스가 올해 첫타였나요? 지난주에 맹렬하게 쏟아부었지만 큰 피해를 끼치지 못했습니다. 비가 그친 후, 고인물에서 빠져나가지 못한 물고기를 보았습니다. 쓸려 나간 뒤 오도 가도 못한 채 죽을 날만 기다리거나 이미 죽어 버린 물고기.

웅덩이에 물고기들이 죽어 있습니다.

 

아가미만 뻐끔뻐금 하거나 배가 뒤집 진채로 죽어가는 녀석들도 보였고.

 

 

뜨거운 열기로 이미 물이 말라버린 곳도 보였습니다.

 

 

열악하지만 끝까지 버티는 녀석들도 있었습니다.

 

이 재난에서는 의외로 큰 녀석들은 빨리 죽어버렸고 몸집이 작은 녀석 몇 마리가 살아있었습니다. 그중에서는 정말 새끼손톱만 한 놈도 있었고요. 그냥 갈 수도 있었지만, 지나치고 가기에는 마음이 그래서 가능성 있는 녀석을 건져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헤엄치는 속도가 빨라서 잡을 수도 없었겠지만 물이 적고 지쳐서인지 금방 잡을 수 있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놈이 큰 편에 속했습니다. 건져내 올리니 손바닥에서 팔딱팔딱. 사진 한 방 찍고 보내주려 했더니 힘드네요. 네, 다섯 마리 잡아서 하천에 넣었습니다.

 

비가 온 후라 유속이 빨랐고 물에 넣자마자 그대로 쓸려 내려갔습니다. 물에 넣어주면서도 '다시 살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얘네들 입장에서는 고인물에 갇혀버리는 불운을 겪었고, 인간을 만나 살 기회를 다시 얻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이고, 다시 녀석들의 운과 능력을 시험받게 되겠지요.

 

물고기의 불운처럼 모든 일이 그렇지 않겠어요. 살다 보면 예기치 못하게 쓸려 내려갈 수 있고, 운 좋게 피하거나 살아날 수 있고. 현재 이슈인 일본 불매운동이 누군가에는 급류에 쓸려내려 가는 일이 될 수 있고, 웅덩이에 고여 버릴지도 모르고, 다른 기회가 될지도 모릅니다.

 

숨이 붙어 있는 마지막 놈까지 물에 넣어주고 손을 털고 일어났습니다. 비가 그친뒤의 여름 햇살은 뜨겁습니다. 미물에게 행운을 나누어주어. 만족감이라고 해야 하나. 나도 어려울 때 누군가가 손을 한 번 뻗어 주었으면 참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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