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누기

구글 플러스. 멸망한 카르타고는 누구인가?

네그나 2018. 10. 17. 13:12


구글이 디지털 영토전쟁에서 공식 패배 선언을 했습니다. 2011년에 페이스북에 대항해서 출시한 구글 플러스가 저조한 사용과  때마침(?) 발생한 보안위협으로 모양새 좋게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이른바 명예로운 패배입니다. ( 구글은 고마운 보안위협에 절을 세 번 해라. )


구글 플러스의 패배. 아니 패배라고 불리기도 뭐합니다. 제대로 붙어 싸워 또 패배했으면 모르겠는데. 링에 올라가서 주먹한 번 제대로 휘두르지 못했으니 말입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사용자가 너무 짧은 시간 동안 머무르는 구글 플러스를 가상 유령도시(virtual ghost town)에 비유했습니다. 중국의 그 고층빌딩이 즐비하나 사람이 전혀 없는 황량한 도시처럼.


유령도시



지금은 구글이 치욕스러운 패배를 조롱하지만 달력을 뒤집어 뒤로 돌아가 보면 페이스북에서는 구글 플러스가 대단한 위협처럼 보였다고 합니다. 페이스북에 근무한 안트니오 가르시아 마르티네즈가 쓴 < 카오스 멍키 > 라는 책에서는 보면 당시에 데프콘 상황이 묘사됩니다.


구글은 2011년 6월 구글 플러스를 출시하면서 지메일과 유튜브등 구글의 다른 제품과 연동을 하면서 이용자를 하나로 묶으로 했습니다. 이 수법은 무엇일까? 1990년대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를 바탕으로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각주:1]를 무참히 짓밟은 전략과 비슷합니다. 구글은 검색엔진 시장을 장악했고 돈과 뛰어난 인재도 있습니다.


사실, 구글도 위협을 느꼈다고 합니다. 구글을 떠나 페이스북으로 떠나는 인재 행렬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마음에 드는 직장을 선택하는 것은 투표하는 행위와 같습니다. 구글보다 페이스북에 더 많은 사람이 투표하는 건 위기 징후입니다.







페이스북은 락다운(lockdown)을 선언했습니다. 전시상태 상언으로 회사가 경쟁업체나 신기술로 인한 위협에 막닥뜨렸을 때 아무도 회사 건물을 떠날 수 없도록 취하는 조치였습니다. 저커버그는 휘하의 장군과 병사를 도열해 놓고 전의를 불태우는 연설을 했습니다. 연설의 마지막은 범생이 출신답게 학창시절 공부했던 고전에서 인용한 표현을 터뜨렸습니다.


카르타고 델렌다 에스트 Carthago delenda est !

카르타고는 멸망시켜야 한다.


이 말을 남긴 웅변가는 물론 대 카토로. 로마의 원로원이었던 사람으로 로마에 맞선 위대한 도전자 카르타고를 향해 독설을 퍼부으며 파괴하겠다고 말한 장본인입니다. 전하는 말에 따르면 그는 주제와 상관없이  모든 연설을 그 구절로 끝맺었다고 합니다.


카르타고는 멸망시켜야 한다!


자신의 밥상을 깨끗하게 치워버리겠다는 사람에게 넉살좋게 웃으며 블랙말랑카우가 될 사람은 없을 겁니다. 카르타고 라고 했지만 상황이 조금 다른데. 구글은 카르타고라 하기보다 로마 대제국에 가까웠고 카르타고 낳은 걸출한 명장 한니발 바르카도 없었습니다. [각주:2]전쟁에 패배해서 소금이 뿌려지는 치욕을 당하지도 않았습니다.


종국에 소금은 구글 자신들이 스스로 뿌렸습니다. 다시는 구글의 대지에서 소셜이라는 꽃이 피어나지 말거라..

 

2014년 4월. 구글과 페이스북의 포에니 전쟁은 끝이 났습니다. 전쟁은 후세인을 잡으로 이라크로 진군했던 미군처럼 너무 싱겹게 끝이 나버렸습니다.  구글 플러스의 책임자였던 빅 군도트라가 사임을 선언함으로 퇴각. 사실상 항복선언을 했기 때문입니다.


구글은 왜 소셜에서 페이스북을 이기지 못했을까? 마이크로소프는 왜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넘어서지 못했을까? 이상하지 않나요? 체급차이가 나면 또 모르겠는데. ( 거인에게 이길 수 없는법이니. ) 그것도 아니었거든요.


한가지 깨닫는 사실은 대항마 타령을 하는 자들은 패배하게 됩니다. 그렇게 말하는 자들은 역사에서 지워집니다. 반드시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마이스페이스를 대체한 페이스북이나 스마트폰 대전쟁에서 안드로이드 연합군을 결성한 구글의 예도 있습니다.


백종원이 말하기를 원조집 잡는 방법은 간단하다고 합니다. 원조집과 그대로 똑같이 하면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기 맛집, 저기 맛집에서 가져온 장점을 버무리는데 그게 아니라는 겁니다.음식장사는 그럴지 모르겠지만 여기서는 똑같이 해도 안되고 더 좋아도 안됩니다.


 이미 사람들의 인식에 강하게 박혀 버렸다면 더 이상 기회가 없습니다. 페이스북이 있는데 또 다른 소셜은 필요없습니다. 유튜브가 있는데. 왜 다른 동영상 서비스가 필요할까? 이 점은 한국에서 잘 알아야 합니다. 동영상 공유 서비스인 유튜브가 이른바 대세가 되어 버리자 또 다시 주류 언론들이 대항마, 한국형 타령을 슬슬 하기 시작하니까요. 필패의 길. 명예로운 죽음을 자처하는 길입니다.



포에니 전쟁에서 구글 플러스는 패배했지만. 남긴 유산은 있다고 봅니다. 구글 플러스는 사진가, 사진에 취미인 사람에게는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구글의 사진 저장 서비스인 구글 포토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합니다. 개인정보를 가져간 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사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5년전의 나와 주름이 하나 늘어난 지금의 나를 비교해주고,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마법같은 성장과정을 깜작선물로 줘 감동을 주거든요.



그렇지만 벽을 넘어서는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


한니발 같은 사람이 되던지. 유감스럽게도 자신에게 그런 능력이 없다면 그런 사람을 찾아야 합니다.


한니발


웃기게도 페이스북은  외부의 적을 잘 파악했지만 내부의 효자는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페이스북에게 늘 수익화는 골머리를 썩히는 일이었습니다. 그 많은 데이터, 똑똑하기로 따지면 누구에게 뒤져지지 않을 학벌좋고 경험많은 사람들, 많은 돈까지 있어도 말입니다.


뉴스피드는 광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해일같은 파도를 타듯 정상에 올랐습니다. 모두가 스마트폰을 손에 쥐게 되자 더 폭발적이었습니다. 참 이상하죠? 지금 생각하면 당연한 거 같은데 그 때는 그런 생각을 못했으니까.


페이스북의 복덩이는 내부에 있을 때는 사랑스럽겠지만 외부에서 태동한다면 장차 엄청난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자신들이 내부의 복덩이조차 몰라봤는데 외부의 위협을 알아보겠어요? 게다가 세상의 모든 복덩이를 자신이 소유할 수도 없습니다.



또 다시, 한니발이 나오게 될겁니다. 그는 미쳤다는 소리를 들으며 알프스 산맥을 넘을겁니다. 다시 포에니 전쟁을 일으킬테고 카르타고는 누구인가? 라고 묻겠죠.

  1.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를 단어를 안다면 당신은 완전한 아재겠죠? [본문으로]
  2. 자신이 한니발 같은 사람이라고 착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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