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누기

안철수와 스티브 잡스, 누구의 손을 들어주어야 하나?

네그나 2012. 2. 19. 11:50






조선비즈의 경제기사로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안철수를 비교하면서 둘의 리더쉽을 비교하고 있습니다. 컨설팅대표가 쓴 글인데요. 마키아 벨리라면 스티브 잡스에게 손을 들어주었을 것이다면서 다음과 같은 논지를  전개합니다.



1. 스티브 잡스는 까칠하고 나쁜 기업가이다. 안철수는 모벙샘으로 살아왔고 기부도 한 착한 기업가이다.
2. 안철수는 착한 리더쉽을 보여주지만 지역에서 인정받는 골목대장일 뿐이다. 이에 반해 애플은 세상을 바꾸었고
   세계최대 기업으로 안철수와 비교가 안된다.
3. 마키아 벨리는 스티브 잡스의 손을 들어주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리더의 임무는 공동체를 유지하고 번영으로 이끄는 것이고.  개인의 윤리와 지도자의 역량은 별개라는 그의 확고한 철학적 신념에서다.




착한 리더쉽에 머물러서 크기를 키우지 못했다?


글을 끝맺으면서 하고 싶은 말로 보이는

2012년 초 대한민국 기업경영자들은 소위 '착하게 살자'는 구호에 근거한 허황된 명분론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
대신 '살아남아 함께 번영하자'는 실질적 현실론에 근거한 냉정한 성찰과 실천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컨설팅 대표의 글이기는 한데 그다지 수긍이 가지 않는군요. 마키아 벨리의 군주론을 인용하면서 리더는 악해도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조선일보의 경제관과 맞아 떨이기는 합니다. 마키아 벨리가 군주는 악해도 된다고 말을 하는 했지만 가능하면 악해지는 것을 피하라는 대목을 빠트렸군요.




안철수와 애플은 업종도 틀리고, 국적도 틀리고 환경도 틀린데, 두 기업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오류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독한 리더쉽이 더 큰 기업을 만드는가?' 에 대해서 물어봐야 합니다. 이 질문이 중요합니다.
성공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성공의 편향, 기도를 했지만 물에 빠져죽은 사람은 어디에 있나?



지금으로부터 2000년 전, 로마의 웅변가, 문학가, 시상가, 스토아 철학자, 정략가이자 덕망가였던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지어냈습니다. 신에게 예배를 드림으로써 난파선에서 살아남았다는 이야기를 담은 그림을 무신론자 디아고라스의 한 추종자가 보게 되었습니다.



그림의 목적은 기도가 우리를 익사 하지 않게 만들어 준다는 교훈을 알려 주는 것 이었습니다. 즉, 신을 믿으면 죽지 않으니 믿으라는 겁니다. 그 그림을 본 무신론자는 이렇게 묻습니다.


'그런데 기도 하고도 빠져 죽은 사람의 그림은 어디있소?'


기도하고 나서 살아난 사람은 신에게 감사하면서 그림을 남길 수 있습니다. 똑같이 기도를 하고 나서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은 죽었으므로 당연히 그림을 남길 수 없습니다. 현실에서 우리는 기도를 하고 나서 살아난 사람밖에 볼 수 없습니다. 그런 사람만 보고 있으면 '기도를 하면 물에 빠져 죽지 않고 살아남다'는 주장을 믿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는 말에 주의하라.




비지니스도 이 이야기와 비슷합니다.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는 주장을 넘쳐납니다. 각종 사례와 근거를 제시하면서 자신의 주장이 옮음을 증명합니다. 하지만 그 주장들에 오류가 있습니다. 기도를 했지만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것 처럼, 동일한 성공요인을 가지고 있으나 실패한 사람이 무수히 많이 있습니다. 실패자들은 물에 빠져 죽은 사람들 처럼 자신의 실패를 떠벌러지 않고 침묵하고 있습니다. 실패를 자랑스러워 하는 사람을 본적이 있나요? 물론 있기는 있습니다. 실패했다가 성공한 사람만이 실패를 이야기할 뿐입니다. 실패로 끝이 난 사람들은 침묵합니다.




결과적으로 남는 사람은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 '이렇게 해서 성공했다'고 말하는 사람들 뿐입니다. 앞으로 누군가가 성공방식을 제시하면 항상 이렇게 물어봐야 합니다.


좋아 그런데, 기도를 하고도(성공방식을 따르고도)물에 빠져 죽은 사람들은 어디에 있지?


글쓴이는  마키아 벨리라면 스티브 잡스에게 손을 들어주었을 거라로 주장합니다. 나쁘고 독한 리더쉽을 가져서
애플처럼 세상을 바꾸고 거대한 기업을 만들었다는 겁니다. 그러면 그렇게 독한 리더쉽을 가지고도 망한 사람들,
크지 못한 기업들은 어디에 있을까요?



말을 안하죠. 독한 리더쉽을 보여주엇는데 실패까지 하면 어떤 평가를 받을까요? 그렇게 악독하게 했으니 실패하지
라는 평가밖에 더 받겠습니까? 사업에 실패하고 인간성 마저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을텐데 누가 실패를 떠벌릴까요?



스티브 잡스의 개인적인 특성, 괴팍함, 폭군(사이코패스) 같은 특성, 사람들을 가혹하게 몰아붙이는 능력은 분명
멋진 제품인 아이폰, 아이패드를 탄생시키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한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 정리해고나 구조조정 같은 내키지 않은 일도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 처럼 독한 리더쉽이 있어야 세계적인 기업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검색엔진으로 세상을 제패하고 지구정복을 꿈꾸는(?) 구글의 창업자와 경영자의 경우도 있습니다. 구글 경영진은 스티브 잡스와 비교하면 독하다고 말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순하지만 단 10여년 만에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처럼 폭군형 리더쉽으로 가질 수도 있고,  안철수 처럼 온화환 리더쉽을 가질 수 있습니다.어떤 리더쉽이 더 좋냐고 묻는 것은 힘이 넘치고 사람들을 이끌어가는 강호동 스타일이 좋냐?  사람들을 배려해 주는 유재석 스타일이 좋냐고 묻는 것과 비슷합니다. 기호의 차이일뿐 큰 의미가 없는 질문입니다.



단순히 애플이 안철수 연구소 보다 더 크다고 더 좋은 리더쉽을 가졌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말한다면 독한
리더쉽을 가지고도 실패한 기업과 성공한 안철수를 비교하면서 안철수 리더쉽이 더 좋다고 말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안철수가 동네골목 대장? 무엇이 차이를 만들었을까?



글쓴이는 안철수는 동네골목대장에 머무르고 있다고 폄하합니다. 반면에 애플은 세계적인 기업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은연중에 경영 스타일에 따라서 기업규모가 달라진다고 주장을 합니다. 이것도 잘 못 보고 있습니다. 무엇이든간에 성공 이유를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안철수와 스티브 잡스는 달라진 근본적인 이유는 다른 나라, 다른 문화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어떤 환경에서 성장하는냐는 아주 중요합니다.




일본인들이 많이 기르는 관상어 중에 코이라는 잉어가 있습니다. 이 잉어의 특별한 점은 자기가 자라는 환경에 따라 크기가 달라진다는 흥미롭습니다. 코이를 작은 어항에 넣어 두면 5∼8센티미터 밖에 자라지 않습니다. 하지만 커다란 수족관이나 연못에 넣어 두면 15∼25센티미터까지 자란다고 합니다. 그리고 강물에 방류하면 90∼120센티미터까지 크게 성장한다고 합니다.

코이 잉어. 환경의 차이가 크기를 갈라 놓는다.



코이라는 물고기가 환경에 따라서 크기가 달라지는 것 처럼 사람도 마찬가지 입니다. 어떤 나라에서 살고 있는지
국적이 어디인지는 아주 중요합니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노력과 능력 이라는 개인적인 특징 이외에 배경이 있습니다. 미국 이라는 큰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미국은 세계최대의 시장이고, 최신 기술을 선도합니다. 미국은 패권국이며 제국 이라서 국제적인 질서를 만듭니다. 글로벌 스탠다는 곧 아메리카 스탠다드입니다. 미국에서 성공하면 비슷한 문화권인 유럽에서도 먹힙니다. 미국과 유럽은 세계 질서를 만들어 가는 대륙입니다. 즉 미국에서 성공하면 그게 바로 질서가 되고 규칙이 되어 버립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내수에만 신경쓰면 됩니다.



스티브 잡스가 똑같은 능력을 가지고 한국에 나타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한국 이라는 어항의 한계에 부딪혀을
겁니다. 한국은 내수시장도 미국에 비하면 작을 뿐더러 질서를 주도적으로 만드는 나라가 아닙니다. 질서를 따르는 나라입니다. 반면 안철수가 미국에서 중산층 백인 가정에서 태어났고, 적절한 기회만 주어졌다면 지금 보다 크게
성공했을 겁니다.




스티브 잡스가 세상에 이름을 끼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이라는 패권국, 미국이 세계에 끼치는 영향을 등에 업은 겁니다. 이 사실을 놓치면 안 됩니다. 스티브 잡스가  똑같은 능력을 가지고 아프리카에서 태워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지금 처럼 애플을 만들고 대성공 했을까요? 그건 불가능 합니다. 아프리카라는 어항에서는 기회를 붙잡을 수
없고 미국으로 온다고 하더라도 흑인이라는 이유로 기회를 잡기 어려웠을 겁니다. 이걸 모르고 스티브 잡스를 배워라 애플처럼 하라고 주장하면 안 됩니다.



아직도 환경이 중요하다는 주장을 미심쩍게 바라 본다면 다음 글을 보시죠.

나는 내 돈이 사회에서 온 거라고 생각해요. 나를 방글라데시나 페루 한 가운데에 데려다 놓는다면 나는 단 한 푼의 가치도 없을 거에요. 나는 특정 경제 체제에 적합한 재능을 갖고 있거든요.








누구의 말일까요? 바로 이 사람 입니다.



워런 버핏이 방글라데시에서 태워났다면?



워런 버핏니다. 워런 버핏은 현재 재산이 500억 달러로 투자의 귀재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워런 버핏 말처럼 자신이 방글라데시에서 태어났다면 투자는 커녕 한 평생 농사일이나 해야 했을 겁니다. 미국에서 받을 수 있는 사회적인
지원도 기회도 얻을 수 없겠죠. 워런 버핏의 가장 좋았던 운은 미국에서 태어나고 활동할 수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워런 버핏이 500억달러는 모은 이유는 미국 이라는 큰 강, 아니 큰 바다에서 아주 거대한 물고기로 성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되겠죠. 스티브 잡스가 똑같은 능력을 가지고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애플 같은 기업을 만들 수 있을까요?  스티브 잡스의 독선적이고 괴짜같은 성격을 한국이 허락할 것 같나요?




안철수와 스티브 잡스의 크기가 달라진 이유는 경영스타일이 아닙니다. 업종 차이, 시기 차이도 있지만 국적이라는
환경이 갈라놓았습니다. 환경의 차이로 그들은 다르게 진화했습니다. 가끔 사회현상을 물리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통했으니 한국에서도 똑같이 통했을 거다라는 주장입니다. 비지니스, 성공서적도 이런 식의 주장을 합니다. 한국에서 애플처럼 하면, 스티브 잡스 처럼 하면 성공할까? 물어 봐여 합니다.동일한 능력을 가지더라도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 다른 기업에서 통했다고 나에게도 통하지는 않습니다. 사회는 물리공식을 따르지 않습니다.




마키아 벨리에게 묻는다? 다윈에게 물으면 어떻게 될까?



가장 큰 기업이 되는 것이 좋은가? 라는 질문도 해봐야 합니다. 기업 규모로만 평가하는 것이 옳을까요? 그러면 다른 기준을 들이 대면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요?




애플이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로 연타석 홈런을 날리면서 승승장구 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이익율도 싹쓸이
하면서 대적할 상대가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잘 나가더라도 미래에는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습니다. 만약 애플이 30년 후에 파산하고 안철수 연구소는 여전히 살아남는다고 가정을 하면 어떤 평가를 내려야 할까요? 그 때도 애플에 손을 주어야 할까요?



공룡이 한 때 지구를 지배했습니다. 그런 공룡은 지금 찿아 볼 수 없습니다. 7500만년전에 멸종해서 지금은 돌덩이로만 남아있을 뿐입니다. 반면 바퀴벌레는 크게 두각을 못했지만 현재 까지도 살아있고 번성하고 있습니다. 다윈에게
물으면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요? 짧고 굵게 산 공룡이 아니라 끝까지 살아남은 바퀴벌레의 손을 들어 줄겁니다.


공룡과 바퀴벨레중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줘야 할까?






공룡의 생존전략은 한 시대에는 옮았지만 다른 시대(빙하기)에는 옳지 않은 전략이었습니다. 규모가 아닌 시간 이라는 기준을 가지고 점수를 매긴다면 애플이 틀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잡스 없는 애플이 언제까지 승승장구 할 것인가? 에 대한 질문은 아직도 물음표인 상태입니다.



애플의 약점이자 스티브 잡스의 가장 잘못한 점을 꼽으라면 후계자를 양성하지 않고 세상을 떠났다는 겁니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사후의 계획을 세워놓지 않았습니다. 세상을 호령했던 위대한 지도자들이 떠난 후 후계자를 찿지 못해 쇠락한 예는 많습니다. 만약 애플이 스티브 잡스에게만 의지를 했다면 서서히 빛을 잃고 말겠죠.




애플이 지금은 옳을지 몰라도 미래에도 옳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성공했다는 기준은 어떤 시간에 평가를 하는냐에 따라서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규모만으로 리더쉽의 가치를 평가할 수 없습니다.다른 리더쉽 보다 우위에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더더욱 안됩니다. 그런 주장은  세상을 아주 좁고 단편적으로 본다는 증거 밖에 안될 겁니다.



스티브 잡스와 안철수 중 누구의 손을 더 들어주어냐 하나?  누가 더 나은가? 잘못된 질문입니다. 우열을 가릴 수
없고 그들은 각자의 길을 걸어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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