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거림

용의 비늘을 건드렸을 때.

네그나 2011. 3. 25. 00:10

< 나는 가수다 >김영희 PD가 재도전 논란으로 결국 경질이 되었습니다. 이어서 김건모 역시 자진하차를 했습니다.
< 나는 가수다 > 논란이. 아니 이제는 파문이라고 해야겠군요. 파문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원래는 이글을 작성하고 올릴려고 했는데 계속 뉴스가 나와서 수정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거의 모든 주요 일간지와 칼럼 등,대부분 미디어가 나는 가수다 사태를 다루고 있습니다. 방영된지 3주밖에 되지 않았고 재도전 방영편은 4일이나 지났음에도 논란은 상당합니다. 



일개 예능프로그램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일입니다. 예능프로에서 한국사회의 담론을 찿는거보면 < 나는 가수다 > 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레전드입니다. 그 만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되겠습니다.




역린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임금의 노여움을 일컫는 말인데요.


《한비자(韓非子)》 세난편(說難篇)에 나오는 말이다.

용(龍)이라는 짐승은 잘 길들이면 올라탈 수도 있지만 그의 목 아래에 있는 직경 한 자쯤 되는 역린, 즉 다른 비늘과는 반대 방향으로 나 있는 비늘을 건드리면 반드시 사람을 죽인다고 한다.

임금도 역린이 있어 말하는 사람이 이 역린만 건드리지 않으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하였다. 임금을 용에
비유한 말이다.


[출처] 역린 [逆鱗 ] | 네이버 백과사전



누구에게나 역린이 있죠. 주변 사람에게 큰 의미를 두지 않고 한 말에 곤혹을 치러본 경험은 한 번씩 있을 겁니다.
사람 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역린이 있습니다. 한국사회의 대표적인 역린은 병역문제 입니다. 병역문제 잘못 건드리면
누구라도 떨어집니다. 대통령이 될 뻔한 사람이 병역문제에 좌초된 일도 있을 정도로 파괴력이 상당합니다. 연예인
병역 논란은 말할 것도 없고요.



이명박 대통령이 공정사회라는 구호를 내걸었습니다. 아주 좋은 단어인데 실제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죠. 재벌총수 사면은 늘 이루어 지고 있고, 유명환 전 외교부장관은 딸을 특채하기 위해서 규정까지 바꾸었습니다.
전관예우 문제, 유전무죄 무전유죄 같은 문제가 여전합니다. 공정사회는 구호로만 그치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 한국에 정의 열풍을 몰고온 '정의란 무엇인가?' >



마이클 샌들의 < 정의란 무엇인가? >가 선풍적인 인기글 끌었습니다. 인기요인에는 모두가 바라지만 현실에서는
이루어지지 않는 공정사회, 정의사회 구현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고 분석합니다. 이렇게 공정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데  < 나는 가수다 >가 역린을 건드렸습니다. 의도야 어떻든 간에,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재도전을 한국사회의 축소판 처럼 느끼게 했습니다. 재도전 논란에 대한 비난을 보면서 느끼는게 이 시대의 키워드는 공정이 맞습니다.








중요한 것은 위기 그 이후




이번 사태를 분석한 괜찮은 글이 있군요. 가요계가 꼽은 ‘나가수’의 결정적 실수 셋
요약하면 출연자들은 특이한 리얼버라이티로 보았고, 시청자들은 오디션 같은 서바이설 프로그램을 보았는 겁니다.
가장 큰 문제는 제작진이죠. 출연진에게는 리얼로 시청자에게는 서바이벌로 홍보한 게 큰 문제입니다. 시청률 상승을 위해서 과도하게 서바이벌를 홍보했던게 독이 되었습니다.




제작진의 순간적인 판단이 이렇게 사태를 키울줄 아무도 예상 못한듯 보이죠. 만드는 사람의 관점만 생각헀지
보는 사람의 관점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디테일에 목숨을 걸어라 라는 책이 있던데 다 잘해도 하나를 못하면
일을 그르칠 수 있습니다.  얼핏 사소해 보이는 사건이 아주 크게 벌어졌죠.




MBC는 사태수습을 위해서 경질 이라는 강수를 둡니다.  대중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방책인데요.
김영희 PD가 자진사퇴를 하기 보다는 경질이 사태수습을 위해서 더 나았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아니면 김영희 PD가 스스로 경질을 원한 것 일수도 있죠. 대중에게 그렇게 보이는 걸 원했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 봐서 생각해보는게 일이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고 봅니다. 조금 더 빠른 대처를 했더라면 지금과
다른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 보면 사과할 타이밍을 놓쳤습니다. 김영희 PD가 공식적으로 사과를 했다고 하지만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고, 변명으로 일관하는 태도였습니다. 이 같은 태도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것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당연히 대중의 분노만 거세지고, 사태는 더욱 더 악화됩니다.



<  타이밍을 놓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


지진으로 인한 후쿠미사 원전위기도 지금과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합니다.
최초 위기 떄 원자로에 해수를 부었다면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거라는 겁니다. 그 타이밍을 놓치니까 점점 수습하기가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모든일에는 타이밍이 중요하죠. 스타에서도 진출타이밍이 중요하고 잘못을 사과할 타이밍도
중요합니다. 



원자로 문제나 나는 가수다 둘 모두 사과할(해결할) 타이밍을 놓치게 되어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가 됩니다.



예능프로그램 논란 이라고 하지만 이 위기에서도 배울게 있습니다. 위기 발생시 어떻게 대처 해야 하느냐는 겁니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잘못을 할 수 있습니다. 잘못한 것도 문제지만 그 뒤에 보여주는 태도가 문제입니다.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서 극과 극의 반응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면 < 나는 가수다 > 제작진은 어떻게 해야 했을까요?  변명을 늘어놓지 말고 진심어린 사과를 했어야 합니다.
'나는 미안 하다는데 왜들 난리야' 식으로 나오니까 분노만  커지죠.




왜 이렇게 일이 일어났으며, 책임질 사람은 누구이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구체적이고 소상히 밝혔어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치부가 있었다면 그것도 밝혔어야 했습니다. 이미 문제가 확대된 상황 이라서 숨기고 넘어가겠다는 자세는 악화시킬 뿐이죠. PD뿐만 아니라 제작진과 출연자들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사과를 하고 논의를 하는 모양새였다면 더욱 좋았을 겁니다.



만약 이렇게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나는 가수다는 결국 한국식 온정주의 때문에 발생한 문제입니다. 정 때문에 발생했지만 정으로 해결할 수도 있었습니다.  제작진과 출연진들이 솔직한 자세로 잘못을 인정 하고 했다면 지금과는 달랐습니다. 한국식 정 어디 갑니까?
죽일 듯이 분노 하다가도 약하고 솔직한 모습에는 누그러집니다.




















토요타와 존슨앤존슨의 엇갈린 결과





위기 대처에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꼽히는게 존슨 앤 존슨(J&J)의 타이레놀(Tylenol) 사건입니다.
존슨앤존슨은 우리가 잘알고 있는 베이비로션과 의료용품 등을 생산하는 회사입니다. 1982년에 회사의 대표적인
진통제인 타이레놀을 먹고 사망하는 사건이 시카고에서 일어납니다.  곧 이어 7명이 연이어 죽게 되는데, 역시 시카고 였습니다.






조사를 해보니 병속에 독극물인 청산가리가 있는 걸로 밝혀졌습니다. 존슨앤존슨이 조사를 해 본 결과 제조상의
문제는 아니였습니다. 누군가 고의적으로 병속에 청산가라를 넣은거였습니다. 존슨앤존슨은 과감하고 빠르게 결단을
내렸습니다. 언론에 즉시 위험을 알리고 시중에 배포된 타이레놀을 즉시 수거했습니다. 수거하고 폐기처분하는데
든 비용만 1억달러 이상이었습니다.



존슨앤존슨은 빠르고 과감한 결단으로 2억 5천만달러 재정적 손실을 입게 됩니다. 그 보다 더 큰 타격은 타이레놀
브랜드이 타격입니다. 하지만 진정성 있는 태도와 결단으로 존슨앤존슨은 신뢰를 회복하게 됩니다. 오히려 위기
이후에 평판이 더 좋았졌습니다. 위기 대처를 보고 '존슨앤존슨 이라면 믿을 수 있다'는 평을 얻게 됩니다.
마케팅이나 경영 관련 책에 보면 존슨앤존슨의 사례는 늘 나올 정도로 모범적입니다.




이와 반대인 사건도 있습니다. 지난해 도요타 급발진 사고로 추정되는 사건이 일어나서 논란이 됩니다. 사고 이후,
도요타의 태도가 오히려 화를 더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오만한 태도가 논란을 키웠다는 거죠.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결룩 토요타는 창사 이후 최대의 리콜을 단행하게 되고, 품질의 도요타라는 명성에도 금이 갑니다.




그런데 어이없는 것은 알고보니 도요타 잘못이 없다는 겁니다. 미 교통부가 제어장치의 결합을 찿지 못했다고 발표함으로써 도요타의 주장이 옳았던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하지만 상처뿐인 승리죠. 지금도 도요타 잘못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도 많을 겁니다. 한 번 손상된 이미지는 회복하기가 힘듭니다.



도요타 리콜사태를 미국의 일본 때리기 라고 해석을 하기도 합니다.  몰락해가는 미국자동차 업계를 지원해 주기
위한 거라는 거죠. 저도 그렇게 봅니다. 만들어 내지는 않았지만 미국언론이 지원을 해주었다고 봅니다.



존슨앤존슨과 도요타를 보면 공통점이 자기 잘못이 아니라는 거죠. 자신들이 만든 문제가 아님에도 어떤 대처를 했느냐에 따라서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당시 도요타가 자기들 잘못이 아니었더라도 대처를 잘했더라면, 의견을 많이 수용하고, 진지한 자세를 보여주었다라면 도요타 리콜사태가 커지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존슨앤존슨은 위기를 기회를 만들었고, 도요타는 위기에 무너져 버렸습니다.
누구나 잘못을 하고 실수도 합니다. 하지만 이후 어떤 대처와 태도를 보이느냐 따라서 그게 기회가 될수도 위기가
될수도 있습니다.







지금 기사를 보니 신정수 PD가 맡고 잠정적인 휴식을 취할거라고 하는군요. 신정수 PD가 의견을 많이 듣는 PD이고
김영희 PD는 도전적인 PD라고 하는데 여기에서도 차이가 나네요. 예전에 본 글중에서 삼성 CEO가 어떤 사람이 되는지 잘 보라는 글이 기억납니다.  신사업을 추진할 때는 공격형 CEO가 되고, 안정이 필요하면 관리형 CEO가 자리게 앉는다는 거죠. 군대도 마찬가지 입니다. 평시에는 관리형 장군이 필요한 반면, 전시에는 공격형 장군이 필요합니다. 



신정수 PD가 이 위기를 어떻게 해쳐 나갈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겁니다.
< 나는 가수다 >도  이 위기를 잘만 극복하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신정수 PD가 이 위기를 수습하는 사람 이라면 탁월한 위기대처 능력을 가졌다고 재평가받을 수 있을 겁니다.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는 건 위기 때가 가장
좋죠.




김영희 PD는 경질로 책임을 져야겠죠. 너무 한 것은 아니냐는 반응도 있는데 시청자를 우롱한데에 대한 책임을
지는거은 당연하죠. 하지만 기회는 다시 주어줘야 한다고 봅니다. 한 번 실패했다고 계속 기회를 박탈하는 것도
바람직한 사회가 아니죠. 나는 가수다가 다시 순항한다면 시즌2에서도 복귀하면 되겠죠.





나는 가수다가 논란이 얻는 것은 있습니다. 병역비리 논란이 엄격한 병역적용으로 이어진 것처럼, 규칙과 공정성이 중요하다는 걸 세상에 각인시킨 겁니다.  요즘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이 생겨나고 있는데, 관심 유발도 중요하지만
공정성이 중요하는 걸 깨닫게 만들었습니다. 제작진들이 공정성에 신경을 안 쓸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결과에도 모두가 승복할 겁니다.




승복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았으니까요.




< 나는 가수다 >기획자체가 획기적인 프로그램이고 진정성도 있기에 많은 기대를 했습니다. 재도전에 실망도 했습니다. 본방을 안볼거라고 생각했는데  다음주는 파격적인 편성이 되었습니다. 안 볼 수가 없네요. ^-^;
모두들 힘들겠지만 잘 헤쳐 나가길 바랍니다. 다들 이 사태로 얻는게 잃는게 있겠지만 다시 시작하면 될거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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