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거림

영웅이 등장하는 슬픈 사회

네그나 2011. 3. 21. 15:00



붕괴되는 믿음





대지진으로 인해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위기가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이번 지진이 여러 가지 시사 하는 점이 많아서 당분간은 지진 관련해서 느낀 점을  많이 써 볼려고 합니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금융위기가 일어나고 여태까지 믿어왔던 가치관이 붕괴되었습니다.
시장만능주의, 금융중심주의가 종말을 고했습니다. 여태까지 믿어 왔던 사상이 바벨탑 처럼 붕괴되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위기도 사람들의 생각에  많은 변화를 가져 올 것 같습니다.




가장 먼저 민영화 만능주의는 이젠 완전한 종말을 고하겠습니다. 신자유주의로 인해 효율과 경쟁을 강조한 민영화
바람이 불었는데, 발전시설 같은 필수인프라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민영화의 대표적인 폐해로 지적된 사건이 캘리포니아 대규모 정전이었고, 후쿠시마 원전 위기가 종지부를 찍겠습니다.




원전에 위기 발생시 도쿄전력이 빠른 대처를 하지 못했습니다. 위기상황시 해수를 원자로에 넣을 타이밍을 놓쳤다고 합니다. 민영기업입장에서는 4조원 짜리 원자로를 포기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이익과 손실을 생각하는 기업으로서는 어떻게든 살려볼려고 할 겁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지는 않겠죠. 해결되라는 심정으로 최악의 상황은 배제할 겁니다.




일본정부 입장에서도 민영기업에 이래라 저래라 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있고, 빠르게 상황 대처가 힘들다는 점도 문제로 보입니다. 일본정부와 기업의 유착고리도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는 기사도 있습니다. 예상대로 사고은폐와
비판하지 않았던 언론에 대한 지적도 나옵니다.




이번 사태로 느낀 것이 민영화 해서 될 게 있고, 안될게 있습니다. 수도와 전기 같은 필수 시설은 민영화로 인한 이득 보다 손실이 더 크게 보입니다. 특히 원자력 발전시설을  민간기업이 관리한다는 것은 핵무기를 민간 기업에게 보관하는 것과 별 다를 바 없어보입니다.



민영화의 부정적인 특징을 보면 싸는 놈 따로 있고, 치우는 놈 따로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IMF 위기도 결국 정부가 해결했고,( 정부라고 하지만 그건 국민의 힘이죠. 정부의 힘은 국민의 세금에서 나오니까요.) 금융기업이 만든 금융위기도 결국 미국정부와 세계가 떠앉아야 했습니다. 후쿠미사 원전도 민간기업의 실패를 일본정부가 해결하고 있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민영화나 시장만능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짜증나는 점이 책임질줄 모르고 반성이 없다는 겁니다. 권리만 챙길려고
하고 이익만 강조하다가 책임질 일이 발생하면 침묵합니다. 금융위기가 발생하니 그 많던 신자유주의자들은 보이지도 않습니다. 반성하는 모습도 안보이고요. 민영화 만능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논리적인 토대를 만들고, 위기 발생에 한 몫 거들었는데, 이번 원전 위기를 보면서 뭐라고 할지 모르겠습니다.



민영화가 나쁘다는 게 아니죠. 민영화가 효율을 높이는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민영화는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수준 까지만 해야 됩니다. 쉽게 말해서 자기만 죽으면 해도 됩니다. 그러면 아무 상관 없습니다.



사고가 터지고 위기가 발생하면 사람이나 기업, 국가를 물귀신 처럼 끌고 들어가면 규제를 받아야 됩니다. 금융위기를 불러일으킬 수는 있는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는 강화되어야 합니다. 원전 사고를 일으키고 해결 할 수 없는 원자력 발전은 국가가 관리하는게 맞다고 봅니다.






보이는 영웅, 보이지 않은 영웅



후쿠미마 원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결사대가 조직되었습니다. 처음에는 50명이더니 180명으로 이제는 500명으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기사에서 후쿠시마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결사를 조직하는 걸 다수의 행복이 최선이라고 
여기는 공리주의에 빗대었습니다.



마이클 샌들의 정의론이 우리나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죠.
다수의 행복이 최선이라는 공리주의를 설명하기 위해서 예로 나오는 딜레마가 있습니다.




" 당신은 다리 위에 서서 브레이크가 고장난 채 달리고 있는 열차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대로 두면 철로에 서 있는 5명이 치여 죽는다. 그런데 당신 옆에 뚱뚱한 남자 한 명이 서 있고 이 사람을 뒤에서 밀어버리면 그는 열차에 치여 죽지만 열차가 멈추기 때문에 다른 5명은 살게 된다. 당신은 뚱뚱한 남자를 밀쳐서 5명을 살릴 것인가."



조사를 해보면 대부분이 뚱뚱한 남자를 밀면 안된다고 합니다.
다수를 살리기 위해서 한 사람을 희생시키면 안된다는 거죠. 그런데, 현실에서는 떠밀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그 숫자가 조금 클뿐이죠.



후쿠미사 원전 위기는 핵폭탄이 든 기차가 도시로 진입하는 걸 막기 위해서(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서) 다리 위에서 500명을 밀어버리고 있습니다. 물론 자원한 사람도 있다고 하지만, 그중 에서는 어쩔 수 없이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내가 아니면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결사대원들이 자식이 없다는 기사도 나왔습니다. 웃기지 않나요? 그럼 자식 없으면 죽어도 된다 말인가요? 자식이
없으면 다리 위에서 밀쳐도 아무런 상관이 없을까요? 비정규직에 일당 10만원을 받으면서 해결할려고 하는데,
정규직들은 뭐할까요? 받는 만큼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것은 당연해 보이는데요.



실패하든 성공하든 이들은 영웅이죠. 목숨을 버려가면서까지 많은 사람들을 구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게 자의든 타의든지요.



하지만 보이지 않는 영웅이 있었다면요.



블랙 스완으로 유명한 나심 탈레브의 911로 비유한 사례가 생각납니다.
만약 어떤 하원의원이 항공기 납치 테러를 막기 위해서 항공기 조종석에 보안장치를 하는 법안을 통과 시켰다면
그는 어떤 평가를 받았을까요?  그 의원을 기리는 동상을 만들고 추모를 했을까요 법안이 만들어서 통과시켰다면
911은 일어나지 않았을 테고, 효력을 시험받을 일은 없었을 겁니다. 그 하원의원은 숨겨진 영웅이지만 아무도 기억하지 않습니다.


이 예시가 말해주는 것은 이겁니다.



발생할지도 모르는 일에 대비한 사람은 결코 영웅이 될 수 없습니다. 위험에 대비한 사람은 영웅이 못됩
니다. 영웅은 위기때 등장하니까요.




지금에 와서 보면 원자력발전의 안전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말을 한 사람은 숨겨진 영웅이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발생할지 모르는 일에 대비하는 것은 사람들의 관심 밖입니다.



언론에서는 결사대, 영웅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인간인 이상 자신들도 하기 싫고, 죽기 싫을 겁니다.
자신들이 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어쩔 수 없다는 숙명, 사회적인 압려과 기대가 복합되었을 겁니다.
 



이렇게 영웅이 나오는 세상은 슬픈 사회입니다.
이들의 희생으로 세상을 구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이들도 한 가정의 아버지, 남편, 형, 동생, 친구들입니다. 하지만 두 번 다시 못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죠.




위기가 발생하면 자신을 희생해가면서 까지 사태를 수습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들은 영웅이 되지만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사회는 이 영웅들이 나오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겁니다.







일본은 영웅의 등장을 바랄까?





일본지진으로 인해 처음에는 경제에 긍정적인 면을 보는 시각도 있었죠. 피해 복구를 위해서 재정지출을 하고,
이것이 내수를 자극하고, 그동안 일본이 겪었던 디플레이션을 막을 수 있다는 견해였습니다. 하지만 원전 위기가
발생하고, 산업이 흔들거리니 이 의견이 다시 들어간 듯 보입니다.




일본 지진으로 인한 단기적인 변화보다는 장기적인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봅니다. 일본 이라는 나라가 이 위기로 어떻게 변화할지 더 주목을 해야죠. 지금 나라 안밖에서 정치적 리더쉽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간 총리가 무력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거죠.



이럴때 일본국민들은 강력한 리더쉽을 가진 지도자를 원할 수 있습니다.
강력한 지도력으로 나라를 위기에서 구해줄 지도자를 갈구 할 수 있습니다.  히틀러가 정권을 잡은 것도 독일의 정치적, 경제적으로 인한 혼란 때문이었죠. 독일을 구원하겠다는 히틀러는 국민의 지지를 받아서 권력을 잡게 됩니다.






일본 역시 그럴 수 있습니다.
벌써부터 위기해결을 위해서 자위대가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말도 들리고, 일본이 우경화 될 가능성 역시 배재할
수 없습니다. 우익 세력은 목소리가 크고 과감 하니까요. 일본사회가 어떠 변화를 하게 될지 잘 봐야겠죠.



만약 일본이 지진피해로 기회로 삼아서 몰아주기를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시골의사 경제포커스를 들으니 그런 의견이 나옵니다. 일본이 공정거래법 같은 걸 무시하고 위기극복을 위해서
특정기업이나 분야를 강력하게 밀어주면 어떻게 될까요?




이명박 정부는 노골적으로 대기업 중심으로 밀고 가는데, 만약 일본이 그렇게 한다면요?
일본이 전폭적으로 하나의 기업이나 분야를 밀어준다면 감당할 수 있을까요? 일본과 우리나라의 역량 차이는 엄청난데요.  이건희가 현 정부의 경제분야가 낙제는 벗아난 것 같다고 했는데, 역시나 자기가 잘 나서 삼성이 잘나가는 줄 알고 있는 모양입니다. 삼성의 능력이 대단한 것은 맞지만 그렇게 된것은 정부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죠.
일본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일본기업과 싸운다면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죠.



일본지진은 금융위기 처럼 많은 변화즐 줄 것 같습니다. 원자력에 대한 신뢰도 다시 생각을 해볼테고, 일본의 안전신화에 대한 믿음도 붕괴되었습니다. 정치적인 변화도 있을 것이고, 민영화의 장단점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겠죠.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