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TV

하얼빈(★ ★ ★ ★ ☆) : 끝이 보이지 않는 투쟁의 담담한 묘사

네그나 2025. 1. 19. 23:36

영화 하얼빈을 보고 왔습니다. 다른 영화도 그렇지만 관람 전에 영화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습니다. 이토 히로부미 저격. 영화에서는 이등이라고 부르죠. 죽음을 각오한 거사. 마지막. 눈물 나오기 좋은 소재인데. 의외로 영화는 담백하게 묘사를 했습니다. 소위 말하는 국뽕끼도 없고 인간적인 갈등과 어려움에 대한 묘사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스크린을 보면 알겠지만 영화가 때갈이 참 좋습니다. 어떤 장면은 자연 다큐먼터리씬을 보는 것 같고, 건물이나 빛, 명암을 강조하는 장면에서는 르와르, 탐정물 같은 느낌도 주거든요. 아! 이 영화는 흡연씬이 굉장히 많습니다. 실제로도 그 시대 사람들은 많이 피지 않았을까? 흡연을 좋아하지도 않고 비흡연자이기 하지만 공중파에서 툭하면 검열하는 장면도 짜증이 납니다. 심지어는 다큐에서도 담배가 나온다고 모자이크를 할 정도이니.

 

한국 영화의 고질적인 문제가 하얼빈에서도 보입니다. 배우들의 대사가 잘 안 들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전에 어떤 영화였지? 하정우 나오는 영화는 정말 안 들렸던 기억이.  알면서도 이러는 건지 어쩔 수가 없는 건지 관객 입장에서는 의문만 듭니다.

 

오징어 게임 시즌 2에서도 느낀 대목이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 감독은 관객들의 예상을 빗나가게 해야 합니다.  하얼빈에서도 관객의 예상경로를 놓치게 만드는 장면이 보입니다. 대표적인 장면이. 밀정 찾기. 여기에서 영화에서 일종의 추리극처럼 느껴집니다. 추격자 장면만 넣을 수는 없을 테고. 독립군 사이에 스며든 두더지 찾기 나쁘지 않았습니다.

 

영화 하얼빈을 보고 난 뒤. 아마 이런 생각이 들겁니다. 이 영화는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진실인가? 찾아보니까요. 김상현, 공부인, 모리 다쓰오, 이창섭 은 허구의 인물이라고 합니다. 영화로 만들 때 빌런 같은 인물이 필요하니까 모리를 넣었나 보네요. 이토 히로부미를 연기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처럼 한국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엥? 아니었네요. 릴리 프랭키라는 이름을 가진 (リリー・フランキー  Lily Franky ) 일본인이었습니다.

 

기대를 하지 않았던 영화 하얼빈이었는데.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보는 우리 관객은 이미 결론을 알고 있죠. 이토 히로부미는 저격당할 테고, 안중근 역시 옥에서 생을 마감한다. 최근 영화 트렌드를 반전을 넣지 않고 결말을 다 알려주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전개되는지가 중요합니다.

 

캐릭터극 같은 인상을 주고, 개인적으로는 박정민 연기 좋았습니다. 캐릭터로는 조우진이 연기한 김상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중간중간 영상미가 느껴지는 포인트가 있습니다. 해외 로케에서 돈을 좀 쓴 것 같습니다.

 

결이 다른 영화이기는 한데. 아주 인상적으로 보았던 영화가 남한산성입니다. 오징어게임으로 한창 주가를 올린 황동혁 감독의 영화. 영화 평론가 이동진은 차가운 영화라고 표현을 하던데요. 하얼빈은 그 보다 뜨거운 독립, 거사 감정을 다루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담담하게 묘사를 합니다. 한국영화에서 보이는 감정의 과잉씬도 잘 보이지 않고요.

 

그래서 강한 카타르시스를 원하는 사람은 실망할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몰입도 좋았기 때문에 괜찮게 봤습니다. 영화 하얼빈에 점수를 주자면 8/10 ★ ★ ★ ★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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