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한 치 앞도 모르는 삶. 행운 그리고 불운

네그나 2021. 10. 19. 21:00

예상치 못한 행운

 

토요일에 자동으로 하나 뽑은 로또가 4등. 5만 원 당첨! 내가 5만 원 당첨이라니. 주위를 보니 몇 년을 해도 5만 원이 안 되는 사람이 많던데. 와. 1등처럼 삶을 바꿀 대단한 금액은 아니지만 기분 좋은 이벤트였습니다. 5만 원이지만 이걸로 뭘 할까 고민을 했는데. 사실 사용처는 정해져 있었습니다. 치아 치료에 사용을 해야 합니다.

자동으로 4등 당첨

월요일 오후에 로또 판매점에서 당첨금을 수령했습니다. 5만 원 짜잔!

언제 5만원 되보겠냐 싶어 기념 사진도

이때까지만 해도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습니다.

 


불운이 찾아오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기분 좋게 맥주 한 캔을 사 가지고 갔습니다. 옷을 벗고 지갑을 놓으려는 데 없습니다. 어라?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고. 급한 마음에 귀갓길을 되짚어갔지만 지갑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집에 와도 없던 지갑이 있을 리 만무했습니다. 다른 현금은 없었고 카드만 있었는데. 로또 당첨금을 만져 본 지 2시간 만에 사라졌습니다. 뭐하나 써보지도 못하고.

 

카드 분실 신고를 하고 재발급 신청절차도 아주 귀찮았지만, 받자마자 사라져 버린 돈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것도 나의 부주의에 의해서 발생했으니 누군가를 탓할 수도 없는 전적으로 나의 책임입니다. 이제, 과거를 복기하면서 후회를 하기 시작하는데.

-평소대로 맥주는 주말에만 마실걸. 왜 하필 맥주를 사서 -호주머니가 작다고 느꼈는데, 다른 곳에 넣을 걸. -전날 꿈자리가 뒤숭숭했는데. 이를 예언했는가?

아무런 연관이 없는 사실을 붙여 넣기를 해서 인과관계를 만들고, 별 의미 없는 가정을 하기 시작하더군요. 의미 없다는 걸 머리로 알면서도 하는 계속하는 거 보면 기본적으로 탑재된 처리과정인가 봅니다. 소심한 타입이라 내가 다른 사람보다 더 심할지도. 나도 좀 쿨하게 잊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에휴, 잊어야지 뭐, 별 수가 있나?' 그냥 맥주나 마시고 그냥 잤습니다.

 

예상치 못한....

 

찾아온 행운과 불운. 문득 운이란 뭘까?  생각이 들어. 도서관에 찾았습니다. 운에 관련된 책을 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고른 책이

포커 플레이어로부터 배우는 불확실성. 신간에 꽂혀 있던 운의 원리. 대박 나는 운이 좋아지는 법 이런 류의 책인 줄 알았는데, 흥미로운 사례가 있어서 집어 들었습니다. 시작부터 카지노를 찾은 사내에게 찾아온 행운에 대해서 말합니다. 나랑 비슷해서 공감. 이래서 과부 마음은 과부가 안다고 했나. 도서관 PC에서 불행으로 검색을 하니까. <오늘의 불행은 내일의 농담거리> 서울대생에서 노숙자로 코미디언이 바뀐 삶이라고 하는데. 극적인 사례라서 집었습니다.

재수 없는 일이 일어났으니까 이번 기회에 운이나 탐구하자.

카드사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분실된 카드가 경찰서에 보관 중이라고 연락을 해보라고 했습니다. 으잉? 경찰서에 연락을 하니 지갑을 찾아가라고 하더군요. 민원실이 6시까지라고 해서 급하게 경찰서에 갔습니다. 지갑을 돌려받고 담당자가 내미는 서류에 서명을 했습니다. 으잉?  카드는 다 있고, 있던 현금도 그대로입니다. 지갑이 원상태로 되돌아온 것입니다.

습득장소는 마트 앞이라고 되어있네요. 직원이나 혹은 누군가를 지갑을 보고 신고를 했나 봅니다. 카드도 이미 재발급 신청까지 마쳤는데 전 돈은 없을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있었습니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마트 앞이라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마음만 먹는다면 돈만 빼낼 수도 있습니다. 떨어진 돈을 가져가는 것과 지갑에서 돈을 가져가는 것은 다르기는 한데. 나라면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할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저는 착한 사람은 아닌지라.

지갑을 되찾는 과정에서도 행운이 작용했습니다. 누군가가 떨어진 지갑을 보고 돈을 가져갈 수 있음에도 가져가지 않았고 ( 감사합니다.) 어떤 과정을 거쳤건 간에 수고스럽게도 경찰서로 보내졌습니다. 경찰서에서 카드사로 연락을 취해서 신원을 확인하고 지갑을 찾게 도와주었습니다. 당연하다 볼 수 없는 게 해외사례를 보니. 공항직원들이 수화물을 빼돌리고, 배송직원들이 물건을 슬쩍하는 사례를 들었습니다. 공무원이라면 그래 해야지. 하지만 모두가 건전한 직업윤리를 가진 게 아니니까요.

속앓이를 해보고 깨달은 건. 나도 잃어버린 지갑을 보게 된다면 반드시 되찾아 주겠다. 물론 현금이 든 채로요. 주인이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돈이 그대로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얼마나 감격을 할까요? 그게 내가 받은 만큼 되돌려 주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과거에 하나 찾아줬던 게 있기는 합니다. 갤럭시 노트2가 최신형이던 시절. 길바닥에 떨어진 노트를 집어서 우체국에 인계를 했습니다. 주인이 전화가 와서 연신 고맙다고 전했습니다. 목소리로 추정컨대 20대 초반의 여성이었습니다. 모처럼 마음먹고 산 최신형 휴대폰이었을 텐데. 잃어버린 걸 알았을 때 속이 상했겠죠. 솔직히 폰이 워낙 깨끗한 상태라. '이거 내가 못쓸까?' 생각도 했습니다. 잃어버린 사람을 생각해서 되찾아 주었습니다.

 

24시간 동안의 해프닝으로 많은 것들이 생각나게 만드네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 우연히 찾아오는 행운과 불운. 무엇이 행운이고 불운인지. 도서관에 빌려온 책들을 보면서 불확실한 미래와 운에 대해서 생각을 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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