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중고거래가 늘어나면 진상을 만날 확률이 증가한다

네그나 2020. 11. 30. 22:06

방 정리 겸 용돈 벌이 겸 해서 팔 수 있는 거 최대한 팔아보고 있습니다. 귀찮기는 하지만 조금만 부지런하면 통장에 티끌이 쌓입니다. 오늘도 당근 마켓에서 장갑하나 팔았습니다. 이천 원짜리를 사러 오는 사람과 이천 원 짜라 장갑을 파는 사람. 당근이 없었더라면 우리 만남도 없었겠지.

 

중고거래라는 건.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라.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사람들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나를 쿠팡맨 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오픈마켓에서 물건 발송. 하루 정도 지나니까 반품 신청. '아니. 로켓 배송도 아니고. 중고장터에서 사면서 다음날 오는 줄 알았단 말인가?' 어이가 없어서 멍하니 화면. 지금 배송상태이고, 배송추적만 해도 어디쯤인지 알 수 있는데 반품 신청을 하는 사람은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

 

이것 때문에 알아보니,  오픈마켓 시스템이 판매자에게 불리하게 되어있습니다. 전문샵 원칙이 중고장터에도 적용이 되어 있습니다. 원래라면 변심으로 인한 반품 배송비는 구매자가 부담을 해야 하지만, 진상들이 내겠다고 하겠습니까? 블로그나 카페 후기에는 구매자 변심으로 어쩔 수 없이 배송비만 날린 사례가 있군요. 구매자 보호 시스템이 좋지만 입장이 바뀌니 또 이렇게 됩니다.

 

소액 때문에 번거롭게 신경 써야 하는 게 싫은데. 중고거래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이해가 갑니다.  그날 마트에 갔다가 진열대에 본 문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개봉을 하면 환불이 불가능하므로 신중한 구매를 부탁드린다. 막무가내인 사람이 많았을까? 방어적인 안내문을 보면서 남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는 조용히 스텔스 모드로 돌입하는 사람.

구매를 한다고 해서 오늘 입금하기로 했습니다. 오늘 은행에 갈 일이 있다나. 인터넷 뱅킹이 아닌 모바일 뱅킹 시대에 왜 은행을 가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되었지만 나이 드신 분일 수도 있고, 뱅킹 서비스를 쓰지 않는 사람일 수도 있으니까. 월요일에 하겠다고 간절하게 말해서 받아들였습니다.

살짝 예상을 했지만. 입금 소식이 없군요. 그렇다고 입금 안 하세요? 물어보기도 싫습니다. 주말 사이에 다른 좋은 게 나왔을 수도, 구매하고자 하는 마음이 바뀌었을 수도 있습니다. 글을 쓰는 지금 시점에서는 오늘이 2시간 남았지만 입금 안 하겠죠. 입금할 사람이라면 벌써 했겠지.

 

중고거래를 하면 계속 느끼는데. 살 사람은 군말 없이 돈을 보내거나 결제를 합니다. 말이 많거나 간을 보는 사람은 예약을 걸어놓거나 해서 시간을 끌죠. 예. 그래서 예약을 받지 말아야 합니다.

사지 않을 거라면 문자라도 주던지. 알려야 할 텐데. 그런 거 없죠.

 

이 사람들은 자기들이 진상이라고 생각을 안 할 겁니다. 진상이라고 표현하기에 무리인가? 상식선으로 행동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진상이라고 봐야겠죠. 대부분의 중고거래가 깔끔하게 끝이 납니다. 얼마 전에는 나이 드신 분과 스피커 거래를 했습니다. 연세가 있으신 분과 거래에서 안 좋은 기억이 있어서 조금 그랬지만, 예의도 바르시고 말씀을 좋게 하시더군요.

거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나와는 생각이 다른, 세상의 상식과는 다른, 자기 기준으로 움직이는 사람을 만나게 될 확률이 증가하게 되겠죠.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지난번에도 분명 되는 거 보냈는데, 안된다고 해서 넘어가버린 일이 있었습니다. 금액도 얼마 안 되고 해서 그냥 넘겼습니다. 어쩔 수 없죠. 중고거래에서 이런 일은

요즘은 그냥 그런 생각합니다.  저도 돈이 많아서 무언가를 거침없이 팍팍 버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좋겠어요. 멀쩡한 거, 쓸만한 거 그냥 버릴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나에게 있어 돈보다 시간이 더 중요해서 자잘한 거 신경을 안 쓰면 좋겠지만~~ 전 돈 한 푼이 아쉬워서 오늘도 중고거래를 합니다.

개미 인생이 그렇죠. 오늘도 뚠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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