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어떤 무언가의 결핍 혹은 부재가 있어야 존재를 인식하는 거 같습니다. 노트북에 물려 사용하던 마우스가 고장이 났습니다. 보통 마우스가 고장이 나면요. 자주 누르는 왼쪽 버튼이 고장이 나타납니다. 간단한 수리법도 있는데, 납땜을 할 줄 안다면 옴롬 스위치를 구입해 교체하면 됩니다.
고장이 난 부위는 버튼이 아니라 휠입니다. 네. 웹페이지를 볼 때 위 아래로 사정없이 굴리는 그 바퀴요. 사실 휠이 없더라도 마우스를 사용하는데 문제는 없습니다. 한 번 휠 버튼 없는 세상을 가정하고 사용하지 말아 보세요. 대부분의 웹사이트, 블로그, 유튜브 등등은 위와 아래로 스크롤하도록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이제부터 오른쪽에 있는 스크롤바를 일일이 끌어다 놓아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키보드와 화살표나 페이지 업다운 키를 사용하거나. 별거 아닌 거 같죠? 엄청 짜증이 납니다.
결핍으로 휠을 소중함을 알게 되었고. "와! 도대체 이 고마운 버튼을 누가 만들었을까?" 최초의 1985년 NTT와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교에서 공동으로 개발되었으며 처음 상용화된 제품은 1995년 대만의 KYE systems사에서 나왔다고 한다.(나무위키 발췌)
만들어낸 본인들은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대단한 혁신을 하셨군요. 인내심 있게 휠 버튼이 고장 난 마우스를 사용해 본 결과. 휠 버튼의 존재는 굉장한 혁신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습니다. 휠의 존재는 너무나 필수적이라 마우스에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지경입니다.
■ 마우스를 분해. 아끼지 말아요.
기능이 정지된 마우스를 살리기 위해 집도를 해봅니다. 마우스를 바닥이 마주치는 아래에 나사가 숨겨져 있습니다. 접착제로 고정된 부분을 뜯어내면 나사가 보이고 나사를 2~3개 정도 풀어준 후 뜯어내면 됩니다.
물론 마우스를 뜯어보더라도 어디가 고장이 났는지 알 방법이 없습니다. 스위치 부분은 배웠는데 나머지는 잘... 고장이 난 제품을 분해해 보고 버리고 있기 때문에 블로그에 올려볼 목적이었습니다.
마우스가 고장이 나도 안심. 위기상황을 대비한 예비군이 있습니다. 포장도 뜯지 않은 무선 마우스/키보드 세트. 윈도 7 시절이라 오래되기는 했지만. 지금 사용하는데 지장이 없으니... 아니요. 지장이 있네요. 너무 오랫동안 방치해놓았습니다. 마우스 측면이 녹아내려 쩍쩍 달라붙습니다. 이 상태로 사용할 수 없는데, 마우스가 인식이 안됩니다. 버튼은 작동하지만 중요한 움직임을 인식 못합니다. 얘도 사용불가 판정. 그래서 뜯어본 게 3번째 사진입니다.
여기서 얻는 인생의 교훈. 아끼지 마세요. 이렇게 됩니다.
웃긴 게 휠 버튼이 고장 난 마우스를 뜯었다 다시 조립했는데 움직임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뜯었다 조립했더니 작동이 안 되는 마우스가 있다???????
이유도 모르고 마우스를 날려먹었지만 어차피 버릴 것이라 상관이 없고요. 플랜 B로 유선 마우스를 뜯었습니다. 데스크톱에서는 무선 마우스를 꼭 사용하지만 노트북에서는 유선 마우스를 사용해도 크게 불편하지 않을 겁니다.
■ 형태가 사고를 결정하는 걸까?
알다시피 휠 버튼을 굴림으로서 위와 아래로 인식합니다.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왜 좌우가 아닌 상하로 만들었을까? 좌우로 굴리더라도 그렇게 나쁠 거 같지도 않아 보이는데요. 여기까지 생각을 하니까. 상하로 굴리는 휠 버튼의 존재가 현재 웹페이지의 형태를 결정지은 거 아닐까 미쳤습니다.
거의 모든 웹페이지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보는 구조입니다. 만약에 좌우 휠 버튼이 나왔다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보도록 만들어졌을까요? 우리는 책을 읽어도 좌에서 우로. ( 문화권에서 따라서는 우에서 좌로 ) 보는 게 익숙합니다. 웹도 그렇게 만들지 말란 법이 없습니다. 휠을 좌우로 굴렸다면 우리의 시선은 N 형태가 되겠죠.
세상은 꼭 합리적으로 나가지 않기에 현재의 상하 구조의 웹페이지 구조가 될 필요가 없습니다. 쿼티 키보드를 보세요. 키보드가 현재의 모양으로 구성될 이유는 없습니다. 배열이 직관적이지도 않을뿐더러 인체공학적으로 편하게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어찌 되었든 간에 불합리한 구조라고 느끼더라도 한 번 굳어진 키보드 구조는 바뀌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겁니다. 변화에 동반되는 비용이 너무 크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건축을 만들지만, 다시 그 건축이 우리를 만든다(We shape our buildings, thereafter they shape us).” 윈스턴 처칠이 폭격으로 폐허가 된 영국 의회 의사당을 다시 지을 것을 약속하면서 한 연설이라고 합니다. ( 저도 이글 쓰려고 검색했다가 알게 됨). 마찬가지로 위아래로 작동하는 휠 버튼 장치가 등장함으로써 웹 세상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보도록 만들지 않았을까. 뭐.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근거는 없고요. 상상입니다.
마우스의 일부분이 고장이 나더라도 고칠 필요가 없습니다. 대량생산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언제든지 새로운 걸로 교체할 수 있습니다. 당장 마트에 달려가서 사 올 수도 있습니다. 누구라도 휠 버튼이 있는 광마우스, 무선 마우스를 저렴한 가격을 지불하고 손에 쥘 수 있습니다. 세상이 바뀌려면 모두에 손에 무언가를 쥐어주는 것. 자동차, PC와 스마트폰이 잘 보여주었습니다.
미래에는 무엇이 모두의 손에 들어가게 될까요. 경제 썰을 푸는 인터넷 방송인 슈카는 모두가 5G 통신을 이용하면 어떻게 될까? 고민? 상상을 하더군요. 고속통신망, 스마트폰, LTE가 등장을 하고 유튜브가 핫하게 떠올랐습니다. 무한에 가까운 동영상 저장공간 광고로 인한 수익창출. 누군가가 큰돈을 벌었다는 뉴스가 연이어 등장을 하더니. ( 애가 몇십억을 벌었다고??) 연예인이건 일반인이건 게이머이건 다들 유튜브 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그다지 궁금하지도 않은 '~~~~ 이유' 영상이 눈에 자주 띄게 되었지만요.
사실 별거 아닐지도 몰라요. 휠 버튼처럼요. 크게 주목을 받지 않지만 반드시 필요한 존재. 그런 걸 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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