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많이 회자되고 있는 가수(라고 해야 하나 연예인이라고 해야 하나) 비의 깡은 예전에 봤었습니다. 깡이 화제가 되었던 것 그 알 수 없는 춤과 가사가 아니라 네티즌들이 만들어가는 댓글이었습니다. 사람의 창의성이란 건요. 다른 사람을 깔 때, 그것도 아주 신랄하게 깔 때 극대화되는 거 같습니다. 그 뮤직비디오 한 편에 붙은 댓글을 보면 번뜩이는 글이 많은지.
1일 1깡 열풍에 주목할만한 점은 비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비로서는 잊고 싶은 과거일지 모르겠는데, 사람들이 끄집어 올린 것입니다. 원하지 않는 성공이랄까. 비슷한 사례가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성공을 해버린, 아니 수동태로 '당해버린'이 더 적당한 표현일 거 같습니다.
www.youtube.com/watch?v=xqFvYsy4wE4
뜬금없이 팡 뜬 소위 "관 짝 소년단". 입니다. 원래는 가나의 독특한 장례식 풍습 영상이었습니다. 고인이 호상을 당했을 대 좋게 보내준다는 의미로 춤을 준다고 하는데. 이게 네티즌들에 의해서 놀이가 되었습니다. 자발적으로 만든 영상은 이런 구성입니다.
1. 어떤 일이 일어나고. 2. 사고가 날 것을 예감할 때 3. 음악과 함께 관짝소년단 영상이 흘러나옵니다. 우리로 치면 저승사자와 같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주연배우(?)들의 독특한 아우라와 행동. 딱딱 맞아떨어지는 음악이 아주 흥겹습니다.
www.youtube.com/watch?v=SkbCFnqlsPE
www.youtube.com/watch?v=j9V78UbdzWI&feature=emb_title
www.youtube.com/watch?v=aFtWbJDg2Yw&feature=youtu.be
www.youtube.com/watch?v=DS8HbMFwjGY&list=RDDS8HbMFwjGY&index=2
www.youtube.com/watch?v=eFoF9FIXnkE
원래는 가나의 장례식 영상이었습니다. 단순한 뉴스 영상을 누군가가 Astronomia 2K 19라는 음악을 입히고 올렸더니 호응을 받았고. 가나 장례식 행사 요원(?)들도 덩달아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습니다. 네티즌들이 많든 영상은 밈이되어 다양한 파생 버전이 만들어졌고 또 많은 호응을 받았고 그렇게 계속해서 복제가 되어 퍼져나갔습니다.
중요한 건. 세계적인 관짝밈을 만드는데 당사자들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작곡가는 세계적인 유행이 되어버려 어리둥절하고 장례서비스를 하던 가나 형님들도 어리둥절할 뿐입니다. 그들은 하던 일을 했을 뿐이었습니다.
특이한 일은 아닙니다. 뜬금없이 수십 년 전 영상이 짤로 재조명되어 김영철의 4달러가 빵 떴고, 역시 뜬금없이 타짜에 출연했던 김응수의 '묻고 더블로 가'가 유행이 되었습니다. 그 바통이 비의 깡으로 가 "1일 1 깡"이 되었습니다.
인터넷 유행. 몸을 보면 느끼는 것이.
1. 유튜브의 등장이 크다는 것. 무한대의 저장공간을 제공하는 유튜브에서 사람들이 새롭게 주목하고 발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
2. 과거에는 생산 자과 소비자가 분리되어 있었으나, 밈시대에는 소비자가 편집해서 스스로 만들고 즐기게 되었습니다. 편집된 영상과 짤만이 아니라. 댓글 하나하나가 만들어지는 과정입니다. 비의 깡 뮤직비디오에 붙은 그 주옥같은 댓글은 한 사람이 만들어 낼 수는 없습니다. 모두 다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 역시 재미입니다.
3. 밈시대에는 기승전결이 없습니다. 맥락이 없는 내용이 각광을 받습니다. 그냥 닥치고 무조건 4달러 외치는 김영철이나 맥락 없음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비의 깡역시 도무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모르겠습니다.
코로나가 전세적인 재난을 일으키고 현재도 진행 중입니다. 사람들의 유행이나 습관, 언어, 사고는 바이러스처럼 전파되고 퍼진다는 것 많이 알려진 사실입니다. 코로나로 예상치 못하게 낭패를 본 집단이 있는가 하면 ( 손정의나 항공기 제작 기업 보잉 등) 예상치 못하게 수혜를 받는 집단도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면서 다들 집에만 있으니 영상을 찾아볼 일일 많아지고 이런저런 놀이를 하다 보니 의도치 않은 일을 겪게 됩니다. 비의 1일 1 깡이 갑자기 뜬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전부터 아는 사람만 아는 영상이었습니다. 키치라고 말해도 무방할 정도. 그런데 갑자기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알 수 없죠. 질본처럼 자세한 역학조사를 하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근원을 추척할 수 있겠지만 확실한 하나 있습니다.
알고 있어도 강제로 띄울 수는 없다는 것. 갑자기 세상에 등장한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새로운 밈과 유행은 우리들에게 뜬금없이 찾아올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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