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거림

21대 국회의원 선거. 우리는 믿고 싶은 걸 믿는다

네그나 2020. 4. 17. 06:51

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는데, 놀란 사람은 저뿐만이 아니겠죠. 보수진영의 충격은 아주 대단할 듯싶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선거 후에는 환호와 분노가 나타나나고 결과를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의 같은 반응을 보입니다. 결과를 보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1.  스스로가 만든 거짓에 짓눌리다.

 

대승을 한 여당보다 참패를 한 야당이나 그 지지자가 충격이 컷을 겁니다. 결과는 미리 알 수 있었습니다. 선거는 여론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기본적인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겠죠. 웃긴게요. 그동안 가짜 뉴스로 말들이 많았습니다. 대중을 선동하고 여론을 현혹한다는 이유로요.  강성 지지층에게 만족감을 주는 뉴스가 중도층을 떠나게 만들었고, 정작 그들 스스로가 믿었습니다.  그들 스스로 만든 거짓에 짓눌려 현실을 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냉정한 현실 인식. 말을 좋습니다. 나와 상관 없는 다른 사람에게 하기에는 정말 좋은 말입니다. 그렇지만 나에게 하는 냉정한 판단은 듣기 싫습니다. 누구나 다 그렇습니다. 냉정한 말과 행동은 다른 사람에게 요구해야 하는 일입니다.

 

선거 결과를 보고 놀란 보수언론들이 뒷북치는 것도 웃깁니다. 당신들이 이 결과를 만들어낸 장본인 아닌가? 지지자들에게 듣기 좋은 뉴스만, 감정이 시원해지는 말만 해주었던 건 당신들이 아니었나? 여전히 반성을 하지 않는 건 언론도 마찬가지입니다.

 

 

2. 내가 생각한 대로 상대방이 움직여줄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이 말은 즐겨보는 프로그램 <토크멘터리 전쟁사>에서 늘 나오는 교훈입니다. 전쟁에서 내 수준에서 상대방을 판단하지 말 것. 어디 전쟁뿐이겠어요. 내 뜻대로 안 된다. 원래 세상이란 내 마음대로 돌아가지 않으니까요. 어릴 적부터 너무나 잘 깨닫는 사실입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쉽게 얻을 수 없다는 것. 정치판에도 대중이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줄 것,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대로 싸워줄 것이라고 믿는 사람. 저들이 나보다 멍청할 거라고 믿는 사람은 졌습니다.

 

살아보니 그렇더라고요. 사람들이 멍청하다고 믿으면 결국 그 사람이 멍청해지더군요.

 

3. 세상은 참 신기해.  정말로.

 

결국 21대 총선은 강성 박근혜 지지층이 보수를 몰락시켰군요. 국민에게 심판받은 세력을 끌어안다 몰락을 길을 걸었습니다.  박근혜가 한국 정치 전면에 등장하고 반대층이 얼마나 좌절했는지 알면 참 아이러니한 결과입니다. 미디어법이 만들어지고 종편이 생길 때면 해도 세상이 내일이라도 망할 것처럼 좌절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그게 대통령 탄핵으로 연결될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을 겁니다. ( 물론 종편 때문만이 아니지만 탄핵사건에서 JTBC의 공은 엄청나니까)

 

지금도 이해가 안되고 이해할 생각도 없는 연동형 비례제. 위성정당의 등장을 예상 못했던 정의당은 몰락했습니다. 시뮬레이션을 보니 미래 통합당은 위성정당 만들 필요가 없었다는군요. 오히려 여당 좋은 일만 해준 셈. 코로나 사태가 일어났을 때만 해도 여당 망했구나 했는데 위기가 기회가 되어 180석을 얻은 거대 여당. 이 결과를 지켜 보는 국민들은 다음번에는 어떤 석택을 하게 될지. 지난 과거를 돌아보면 여당이 압승을 두고 마냥 좋아할 수 없다는 것 그들 스스로가 잘 알겠죠.

 

인간의 짧은 식견으로 앞날을 논하는 게 얼마나 어설픈가요? 자기들이 다 안다고 착각을 하면서요.

 

 

 

4.  내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다.

 

내가 원하는 사실만 믿고 그에 행동하는 것도 더 심해진 거 같습니다. 미디어가 발달하고 소통창구가 많았지만 다양한 사고가 나타날 것이라는 건. 인터넷이 나왔으니 세계평화가 실현될 것이라고 믿는 90년대 사고와 비슷합니다.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믿고 싶은 사실을 찾아 다니기에 반대편 주장이나 사실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커뮤티니 여론 강대강 대결로 흐르기 때문에 주장이 과격하고 목소리가 큰 사람이 주도합니다. 혹은 그들이 주도한다고 착각합니다.  활자의 시대에는. 활자라고 반드시 그런 건 아니지만. 형식적이라도 반대되는 주장을 배치하기는 했지만. 인터넷 시대는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우리 편이 아닌 자들은 다 적이다"

 

2차대전 공군이 하는 말 중에서 "하늘에서 독일군과 싸우고 땅에서는 영국군과 싸운다"는 말이 있습니다. 뭔고 하니. 당시 영국군 폭격기는 야간에 출격해서 작전을 하고 전투기는 주간에 출격했습니다. 서로를 보지 못하니 오해가 생겨 술집에서 난투극이 늘 벌어졌다고 합니다.  내가 보이는 게 전부다. 내 세상이 다다.

 

 

요즘 유튜브가 참 재미있죠. 저도 즐겨보는 채널이 있습니다. 위에 언급한 토크멘터리 전쟁사도 그렇고. 인터넷과 유튜브의 방대한 채널들이 나의 사고를 넓혀줄까요? 그런 건 같지는 않습니다. 나와 정치성향이 다른 주장을 참을성 있게 들어줄까요? 아니요. 내가 믿는 바와 다른 주장. 가령. 사형제를 폐지해야 한다. 과거에는 억지로라도 읽어주고 봤는데 지금은 굳이 보지는 않습니다. 봐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나의 사고관에 스트레스를 주니까요.

 

이렇게 보면 미디어라는 게 우리를 가두고 있는 게 아닐까? 나의 시야를 좁게 만드는 건 아닐까 생각을 해봅니다. 단지 세상의 극히 극히 극히 작은 일부분일 데 그게 전부라고 착각하게 만듭니다.

 

만약 영혼이라는 게 있다면. 육체는 영혼의 집일까요? 감옥일까요?  새로운 미디어들이 나의 사고를 가두는 감옥인지 안락하게 만드는 집인지 혹은 둘 다인지 생각해 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