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잔밑이 어두운 것처럼 자신이 사는 곳에 무심한 법입니다. 13회 동안이나(벌써...) 불꽃축제가 열릴 동안 광안리에 한 번도 관람하러 가보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뭐. 귀찮다. 사람이 너무 많을 거 같다. 등등입니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불꽃축제에 보러 갔습니다. 해변에 보는 것은 처음부터 포기 했습니다. 해변에서는 아무런 방해물이 없고 광안대교와 함께 불꽃놀이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럴러면 이른 시간에 가서 자리를 잡고 시간을 때워야 하는데 도저히 못하겠고요.
광안리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해변 주위를 위성처럼 돌다가 들어가보기로 했습니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차도 많이 막히고 지하철을 이용하는게 답입니다. 수영역에서부터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습니다. 지하철 역에서는 자워봉사자들도 많고 해병대 복장을 차려 입고 정리를 하는 어르신들도 있었습니다. 부산의 지하철만 타면 고령화 도시라는 사실을 실감합니다. 젊은 사람들보다 중노년층 비중이 압도적입니다.
광안역에서 하차하기보다 금련산역에서 내리는게 좋다는 말을 하는 옆,옆, 옆에 있는 사람의 말을 듣고서 따라서 내렸습니다. 사실, 광안역과 큰 차이는 나지 않습니다. 몰랐는데.. 오후 6시부터 여행연습을 하더군요. 하늘을 찢는 듯한 포성에 놀라...지는 않았습니다. 포병부대에서 많이 겪어본지라.
광안리 부근에서는 교통이 완전히 통제되고 있었고 경찰 인원이 참으로 많았습니다. 부산에 있는 인원들 다 끌어 온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오후 7시 무렵에 해변에 도착해서 둘러 봤는데.
● 어래? 예상보다 사람이 많지 안네...
전 광안리에 가면 사람들의 인파에 치여 숨도 못 쉴 장면을 예상하고 왔습니다. 그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물론 일부 구간은 정말 그렇습니다.) 보행로는 충분히 확보되어 있었고 뷰가 아주 좋은 자리는 당연히 없지만 불꽃놀이를 감상할 정도는 충분했습니다. 불꽃놀이만 감상하겠다면 해변 근처에 있기 보다 조금 올라가서 골목에서 보는게 더 낫습니다. 광안대교와 불꽃놀이를 한 번에 볼 수 있지만, 전깃줄 때문에 사진 촬영은 좋지 않습니다.
● 부산에 있는 외국인 다 온 듯.
어디에서든 외국인을 볼 수 있는 시대입니다. 관광객들도 있겠고 타지에서 온 사람들도 있겠지만 부산에 있는 외국인들 다 온 듯 것처럼 아주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 사람 구경은 원없이 하는구나.
사람이 모여 있으면 그 자체로도 구경거리가 됩니다. 예전과 달리 생각이 달라진게. 모여진 군중이 아주 싫었지만 지금은 그곳에서 뿜어지는 열기와 에너지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평소에 달리 사람들이 보도에 턱턱 앉아서 감상하는게 이색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예비군 훈련 시에만 볼 수 있는 장면 아닐까... 맥주를 손에 들고 거리를 배회하는 사람들(특히 외국인)도 많았고. 경찰은 정리를 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그들도 사람인지라 불꽃놀이 중에서는 가끔식 감상을 하고 사진도 촬영을 했습니다.
해변이 이런 상황이라 접근 불가.
● 눈으로 직접 보는 감동
눈앞에서 펑펑 터지는 불꽃. 나중에는 압도적인 빛이 하늘에 드리워진 어둠을 가려버렸습니다. 나도 모르게 '우와.' '우와' 하는 말이 터저나왔습니다. 불꽃으로 그려낸 빛의 궁전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거 뭐하러 힘들게 보러가나 했지만 직접 볼만한 가치가 충분합니다. 영상과 사진으로 그 느낌의 반의 반도 안 나옵니다. 사람들이 열기와 환호성, 사진촬영, 빛과 충격파, 소란스러움 전자기술이 다 담아낼 수 없는 노릇입니다.
20분 전에 나오니 지하철을 타기 수월했습니다. 무사히 탈출.
다음번에는 황령산에 가서 관람해 볼 생각입니다.
'여행 > 부산을 보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갈치/국제시장 구경. 냉면은 실패했으나 치킨은 성공! (0) | 2018.09.16 |
---|---|
노포동 시외버스터미널에 볼만한 게. 근처에 고분이 있네? (0) | 2017.09.02 |
동래 희망통닭에 가다 (0) | 2017.08.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