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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포켓몬고! 60마리 포획하고 생각해본다

네그나 2017. 2. 8. 22:45

닌텐도하면 떠오르는 캐릭터는? 질문에 저는 '당연히 마리오'라고 말하지만 포켓몬이라고 답하는 사람도 많을겁니다. 정확하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나이가 어는 정도 있는 세대는 마리오일테고 그 보다 어린 사람은 포켓몬이라고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국에 정식으로 서비스가 되어 많은 화제가 되고 있는데 포켓몬고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지 1주일만에 700만 다운로드가 넘었습니다. 포세권(포켓스톱과 역세권을 합친 말), 포수저(포켓스톱과 금수저를 합친 말)도 나왔습니다. 만화 포켓몬을 보지도 않았고 이 컨텐츠에 흥미도 없지만 '왜 그리 인기가 있을까?' 싶어 설치해 보았습니다.


내폰이 이렇게 후지구나.


포켓몬고를 설치하고 실행해 보니까 시대에 뒤쳐져 있음이 실감났습니다. 사용중인 갤럭시 줌2에서 포켓몬고 시작화면이 나오기까지 너무나 느립니다. 게다가 게임 도중 가끔식 튕기는 현상도 일어납니다. ( 비인기 폰의 비애 ㅜㅜ)


게임을 시작하게 되면 아주 휑한 화면이 나타납니다. 지도라고 하지만 정보가 표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지도반출 문제로 구글 지도를 사용할 수 없어서 오픈맵을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먼저 방에서 실행을 하니까 집 근처에서도 몇 마리가 튀어나왔습니다. 튀어나오면 몬스터볼을 던져 납치하면 끝. 잡아서 진화시키고 체육관을 점령하는 이벤트가 벌일 수 있지만 사실 이게 다입니다.


전 게임을 해도 레벨 올리는데에 별 다른 관심이 없습니다. ( 그래서 만랩까지 갈려고 노력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레벨을 잘 안 올리려고 합니다.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놓는게 좋아서) 도감을 채우는 재미는 있더군요. 다른거 없고 이 재미로 합니다.


포켓몬고경성대와 평화공원, UN기념공원에는 여기 저기 포켓스탑이 있다.


일이 있어 경성대 근처에 갔을 때 켜보니, 여기는 말그대로 포세권이었습니다. 경성대 역 5번 출구에 있는 맥도날드과 약국(이었나?), 2군데가 있었습니다. 부근의 UN기념공원에 들렸더니 초딩들이 우르르 몰려 다니면서 포켓몬 잡는데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잡은 수는 60마리. 다시 세어보니 정확하게는 63마리입니다. 한참 열심히 하다가 멈춘상태입니다. 왜냐하면 집근처가 촌구석인지 포세권이 아닙니다. 몬스터볼을 채워줄 수 있는 포켓스탑이 없기 때문에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그렇다고 돈을 써가면서 할 정도로 재미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손을 놓은 상태입니다.


포켓몬고, 완성도가 높지 않음에도 성공했다.


AR기술을 이용해 현실세계에 적용한 포켓몬고는 직접 해보니 게임의 완성도가 높지 않습니다. 포켓몬고를 잡아서 성장시키는게 다 인지라 금방 싫증이 날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한 때 엄청나게 인기를 끈 닌테도 위처럼. 해외에서도 서비스 시작 3개월만에 사용자수가 반으로 줄어 들었다고 하니 진득하게 붙잡고 있을 깊이가 있는 게임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게임의 완성도가 높지도 않은데, 포켓몬고는 왜 성공을 했을까? 질문을 해봐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을 한 것처럼 AR기술이 아닌 포켓몬이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익숙한 포켓몬이 현실의 배경에 구현되고, 이게 화제가 되어 더 많은 사람을 끌어모았습니다.


포켓몬을 벗겨 낸다면 그저 신기한 게임으로 치부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국내 통신사에서 비슷한 증강현실 기술을 적용한 서비스를 시도했으나 철저하게 묻혔습니다. 전 포켓몬 때문에 통신사에서 그런 서비스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가지 깨닫을 수 있는 아이디어만으로는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흔히들 사업기회를 만들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정말 좋다고 생각하는 그 아이디어는 다른 사람도 많이 생각하고 있을 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설령 독창적인 아이디어라고 누가 구현하는지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벤처 투자자들은 아이디어를 보는게 아니라 사람을 먼저 본다고 합니다.


문화와 컨텐츠는 생각처럼 쉽게 따라잡기 어렵다.


사회에서 무엇인가 하나가 대성공을 하고 나면, 언론이 부추기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형 OOO를 만들어서 따라 잡아야 한다. 여기에 반드시 따라 나오는 말이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하는 주장입니다. 어떻게 보면 경제개발 시대에 열심히만 하면, 남들 하는 대로만 하면 우리도 따라잡을 수 있다는 사고입니다.



재미있는게 제조와 공산품과 달리 문화와 컨텐츠는 모방 한다고 쉽게 따라가지지가 않습니다. 얼마나 많은 나라들이 미국 실리콘 밸리의 성공신화를 모방하기 위해서 노력했습니까? 갖은 투자와 지원을 했지만 실리콘 밸리에 버금가게 만든 예는 없습니다. 헐리우드 영화와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도 그렇습니다. 겉보기에는 별거 아닌거 같고 눈에도 보이지 않지만 문화의 진입장벽이 큽니다.



정말 따라 잡고 싶다면 단순 모방이 아니라 '왜'라고 묻는 질문이 있어야 합니다. 한국형을 만들어야 한다는 보여주기식이 아닌 사회에 근본적인 성찰이 있어야 합니다.



한국의 쏠림문화. 비슷한 게임이 양산되는 현상을 비판하지만 사실, 오프라인에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카스테라점이 우후죽순 생기더군요. 비슷하다고 비판하지만 막상 자신에게 선택하는 상황이 돌아오면 똑같은 선택을 합니다. 다른 사람이 선택하지 않은 길을 걷기에는 불안하니까.



제2의 포켓몬고를 만들자고 주장하면 안됩니다.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자고 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잖아요. 새로운 시도, 다양한 실험을 하려면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를 만들자.' 이거 하려면 사회를 고쳐야 합니다. 포켓몬고, 게임산업이 아닌 한국 사회에 제기하는 문제입니다.


과거의 열풍처럼 포켓몬고는 어떤 질문을 해야 하고 그 질문에 대해서 어떻게 답을 해야 하는지 묻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좋은 답이 나올까요? 여전히 실패한 답을 써 내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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