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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노동의 역습 : 우리는 왜 공짜로 일을 하게 되었을까?

네그나 2017. 2. 2. 22:36

그림자 노동의 역습 : 크레이그 램버트

Shadow Work / Craig Lambert

대가 없이 당신에게 떠넘겨진 보이지 않는 일들


얼마전에 조립식 가구를 배송받아 조립을 시도했습니다. 작은 책장이라서 "이 정도야. 금방되겠지."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아니 웬걸. 생각보다 완성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조립하는 과정이 재미있다고 느껴지지도 않았습니다. "돈을 주고 완성품 사는게 편해" 라고 결론. 하지만 다음에도 돈 때문에 조립을 선택하는 경우가 생기겠죠. 돈 대신 나의 노동력과 시간을 택하는 것입니다.  


돈을 아끼기 위해서이든 다른 이유에서든 우리는 보이지 않는 많은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해진 일이라 노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책 제목이기도 한 그림자 노동은 보수를 받지 않고 기업이나 조직을 위해서 하는 일을 말합니다.




현대사회에서는 회사가 직원에게, 기업이 소비자에게, 기술이 사람에게 그림자 노동을 전가하고 있습니다. 조립식 가구 정도를 생각할테지만 스팸 메일 분류와 삭제. 한국인들에게 스트레스를 안겨주는 공인인증서 발급과 갱신, 전화상담원과의 통화 대기 등등의 자잘한 일 모두 그림자 노동에 포함됩니다. 세밀하게 따져보면 아주 많은 노동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노동이 통근입니다. 통근은 고용주에게 이익이 되는 무급의 노동입니다. 통근은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을 많이 잡아먹습니다. 통근을 위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차를 사서 보험을 들고 기름까지 넣어 가며 관리를 하고 직접 운전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삶이 행복해지는 방법 중 하나가 출퇴근 시간을 짧게 만드는 것입니다. 사실 한국의 현실에서는 통근을 노동으로 생각하기 커녕. 업무시작 시간보다 이른 출근을 강요하고 '칼퇴근' 이란 단어가 나올 만큼 장시간 노동하는 게 관행입니다.



기술도 발전하고 편리한 도구가 많아졌습니다. 과거 미래사회를 예측한 이미지를 보면 자질 구레한 일들은 로봇과 같은 발전된 기술이 맡아서 처리하고 인간은 그저 한가롭게 여가나 즐기면 된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현실속의 우리의 생활에는 그런 여유가 없습니다.



왜? 일과 노동이 24시간 동안 끊임없이 이어지므로 우리는 항상 시간이 없다고 느낍니다. 언제가부터 우리는 끊임없이 노동을 하는 존재가 되어 버렸습니다.


마음먹기 나름? 노동을 재규정하는 법


그림자 노동을 개척자는 소설에서 볼 수 있습니다. 마크 트웨인이 1876년에 발표한 <톰소여의 모험>에서는 아주 유명한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톰은 폴리 이모에게서 담장을 페인트칠하는 지시를 받습니다. 친구들과 놀기도 바쁜 날씨 좋은 토요일날 일한다는 현실이 짜증일 날 수 밖에 없습니다. 톰의 친구인 벤 로저스는 자기는 헤엄치러 간다며 톰을 놀립니다. 톰은 다른 반응을 보입니다. 우리같은 아이들이 담장을 칠하는 기회는 많지 않다고 말합니다. 페인트 칠하는 톰의 모습을 지켜보던 벤은 자신이 그 일을 하기 위해서 먹던 사과까지 건냅니다.



톰은 동네아이들을 감언이설로 속였고, 장사꾼 기질을 발휘해서 대가를 받고 노동을 넘겼습니다. 말 그대로 톰은 부자가 되었습니다. 톰은 노동을 재규정함으로써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페인트칠이 따분하고 지루한 노동이 아니고 예술적이며 즐거운 놀이라고 말합니다. 놓기 좋아하는 아이들은 기꺼이 비용을 지불해 가며 페인트칠 하기를 받아 들였습니다.


영국에서는 여름철에서 날마다 사두마차를 몰려 30~40킬로미터를 달리는 부유한 신사들이 있다. 그런 특권을 누리는데 상당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차를 몬다고 신사들에게 품삯을 준다면 그들은 당장 그만둘 것이다. 그 일이 노동이 되기 때문이다. 


톰의 에피소드는 무언가를 다시 규정하면 인식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반대로 여기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일을 효과적으로 떠넘기면 성공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기업이 스웨덴 다국적 기업 이케아(IKEA)입니다. 저렴하게 좋은 디자인을 판매하는 이케아 가구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수많은 노동을 해야 합니다. 스스로 정보를 찾아야 하고 ( 안내원이 해야 할 일), 배달도 고객의 몫입니다.[각주:1] 계산도 고객이 스스로 해야 하고, 설명서 보고 조립을 해야 합니다. 조립을 마치게 되면 스스로 해냈다는 성취감을 가질 수 있다고 격려합니다.


어째 말하는  방식이 톰하고 비슷하지 않습니까?


컴퓨터와 인터넷이 가져다 주는 노동

기술이 고도로 발달할수록 삶은 더 바빠진다.


기술의 발전은 그림자 노동을 확산시키는데 일등 공신입니다. 우리가 어떤 책을 읽거나 컴퓨터를 구매하거나 영화를 보았다면 자신의 경험에 대해 게시물을 올립니다. 금적적인 이득을 안겨주지는 않지만 자신의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만족감을 줍니다. 소비자의 자발적인 평가는 그림자 노동입니다. 


인터넷 커뮤니티는 그림자 노동의 결정판입니다. 많은 커뮤니티 사이트가 사용자들이 작성하는 경험담, 후기, 자기주장에 의지합니다. 사용자들은 큰 이득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정성들여 쓴 장문의 후기를 작성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에 자기 일인듯 성심껏 답해줍니다. 사람을 고용해서 컨텐츠를 채운다고 생각을 해보세요. 엄두를 내지 못할 일입니다.  커뮤니티가 유지되는 동력은 사용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그림자 노동이 핵심입니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편리함을 가져다 주었지만 우리에게 많은 일을 던져줍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에서 생겨난 수 많은 데이터를 관리하는 일을 부여받습니다. 요즘에는 보안위협이 만연해서 프로그램과 앱을 업데이트하는 의무, 스마트폰 업그레이드 하는 일을 짊어지게 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웹과 인터넷 서비스를 잘 사용하려면 ID와 비밀번호. 디지털 열쇠를 관리해야 합니다.사람마다 여러개의 비밀번호가 사용할텐데. 모두 다 외우는 사람은 흔하지 않을 겁니다. 친구 중 한 명은 항상 폰으로 비밀번호를 재발급 받기도 합니다.


비밀번호를 만드는 일도 수고스럽습니다. 대문자를 넣어라. 부터 6자 이상을 요구하더니 이제는 8자리 이상을 요구받습니다. 숫자를 넣어라. 특수문자를 포함시켜라. 규칙도 제각각이라 만들기가 쉽지 않고 이를 관리하는 것은 모두 일, 노동으로 전환됩니다.


한국에서 금융 보안관리는 그림자 노동을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데. 공인인증서를 발급받고 사용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을 설치를 해야 하고, 까다로운 등록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여기다 추가로 1년에 한 번식 재갱신을 해야 합니다.


소프트웨어에 사용에서 많은 노동이 발생합니다. 이미 숙달할 것을 다시 배우게 만드는 업그레이드 때문입니다. 이는 개인에게 상당한 시간 투자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8이 처참한 실패로 돌아간 이유는 사용자들에게 같은 일을 할 뿐이고 다른 이득도 없는데 PC사용법을 다시 배우라고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람들이 배우기를 거부했습니다.



인터넷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PC조립을 해주는게 아니다'을 조언이 넘쳐납니다. 선의로 아는 사람에게 조립컴퓨터를 맞춰 주었다가 고장이나 수리등으로 낭패를 본 경험에서 나오는 말입니다. 사실 PC를 맞추려면 꽤 많은 공부를 해야 합니다.


PC에 사용되는 명칭 ( CPU,램, SSD, )을 조사해서 알아야 하고, 어떤 상품이 좋은지 시장 조사를 해야 합니다. PC조립에 드는 수고는 레고보다 쉽다고 말하지만 엄연히 일이고 조립후 생겨나는 예측불가능한 문제에 대한 진단과 해결도 역시 일입니다. 따지고 보면요. 대기업 PC가 비싼게 아닙니다. 이 모든 노동이 다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면요. 조립 불가를 외치는 사람은 뒤늦게 그림자 노동을 인식했기 때문일겁니다.



그림자 노동으로 사람이 사라져가는 풍경.


얼마전 맥도날에서 햄버거 세트를 주문하는데 무인결제 시스템(키오스크)를 사용했습니다. 터치 스크린 기기를 조작하면 자신이 원하는 메뉴를 기다릴 필요 없이 주문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주문에서 결제까지 한 번에 다 되고, 사람과 만나는 시점은 테이블에 햄버거나 올려지는 그 순간 뿐입니다. 주유소, 은행에 이어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 푸드점에서도 사람이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여전히 존재하고 앞으로도 있겠지만 옛날 만큼 북적북적한 광경은 아닙니다.



주위를 잘 둘러 보면 사람이 사라지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은행이 ATM기를 설차하면서 행원이 사라지고 있고, 셀프 주유 서비스는 대세가 되었습니다. PC방에서도 선불제를 도입해서 비슷한 효과를 얻습니다. 호텔 로비의 셀프 체크인 기기는 프런트 직원이 한 사람 줄었음을 의미합니다.



우리의 일자리 모습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현 경제체제에서 기업은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아웃소싱을 하거나 계약직으로 대체하려고 합니다. 기업가는 그런 유혹을 받습니다. 이 보다 더 좋은 방법은 소비자들에게 그림자 노동을 전가하는 것입니다. 



그림자 노동은 보이지 않지만 구직 시장을 위축시킵니다. 사회진입을 준비하는 초보적인 일자리를 사라지는 것은 월금 이상을 의미합니다. 아르바이트나 파트파임 일자리는 초년생들에게 사회 진입을 위한 연습을 위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 한 줄 적어넣을 기회이기도 합니다. 배운것도 없는 사람들에게 이 초보적인 일자리가 평생의 수입이 되기도 합니다. 그들에게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면 어떤 사회에서든 위험할 수 있습니다. 아랍에서 발생한 소요와 폭력사태는 일자리가 없는 젊은이들이 모여들어서 촉발되었습니다.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셀프 주유기 사용을 미국 오리건주와 뉴저지 주는 법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오리건주는 표면적으로 휘발유의 인화성, 유독가스, 범죄, 10대 아이들의 일자리를 보호를 내세웠지만 안전 때문이라기 보다 일자리 보호를 위해서인게 확실합니다.



어쨋든 우리사회에서는 직원을 채용하는 기업이 아니라 내버리는 기업에게 보상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림자 노동은 늘어 날 수  밖에 없습니다. 돈도 받지 않고 일해주는 고객에서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기회를 거부하는 자본가는 없습니다.


그림자 노동은 문제인가? 기회인가?



이 모든게 자본가의 비용절감과 수익을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보는건 '지금 한국의 불황이 김영란법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공짜로 일하는 풍경이 확산되는 이유는 기술이 발전하고 사회의 변화가 양방향으로 나아가고 그를 원하는 수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림자 노동의 역습


저는 인터넷이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싫습니다. TV는 나오지 않더라도 인터넷은 되어야 합니다. (사실 TV가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이 가져다 준 정보의 확산은 높은 자리에 있던 언론, 의사와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에게도 평범한 사람들이 권위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사회를 수평적으로 만듭니다. 하지만 그 언제, 어디서든 이란 인터넷은 편리함을 가져다 주었지만 항상 메지지를 확인하게 만드는 의무를 부여함으로써 언제나 일에서 떠나지 못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행원과 대면하지 않아도 언제나 계좌이체를 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로 인해 괜찮은 직장이었던 은행 일자리는 사라지게 되었고, 우리에게 비밀번호 관리와 철저한 보안의식을 요구하게 됩니다. 미국처럼 서비스에 팁을 주는 사회에서는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는 자동주문기계가 환영받을 수 있습니다. 팁이란 관습은 아무리 봐도 구시대적이지만 이를 바탕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 역시 무시하기 어려울 겁니다. ( 무명의 배우가 서빙과 팁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스타를 꿈꾸는 이야기는 미래에서 사라지게 될까?)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대량실직을 논합니다. 명백해 보이는 사실은 사회가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사라지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는 겁니다. 그림자 노동이 인공지능의 학습데이터가 되고 학습으로 발전된 기술이 다시 사람들에게 그림자 노동을 하기를 요구합니다. 아무리 봐도 사람이란 점점 필요가 없어지고 잊혀지고 사라져 가는 존재입니다. 지금의 모순은 미래에는 사람이 필요하지도 않은데 저출산이라면서 아이를 낳으라고 권유한다는 사실입니다.



반대로 사람이 사라지는 현상이 기업에게 전부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은행 행원을 예로 들면. 은행일 보면서 행원에게 추천받은 상품을 가입하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아마 일 보면서 신용카드 다들 한 번 만들어 보셨을 겁니다.



사람이란 존재는 소비자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한데, 사람과 접점이 줄어들게 되면 소비자에게 직접 설득을 할려면 돈을 쓰는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소비자들이 갈수록 똑똑해져서  광고와 불필요한 정보를 걸러내는 스킬도 향상되기 때문에 더 애를 먹을 수 있습니다.



필자는 그림자 노동은 우리 사회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단순히 문제라고 생각하지만은 말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림자 노동이 문제가 전부였다면 진작에 사회에서 사라졌을 겁니다. 셀프 주유 서비스는 좋은 일인가? 나쁜 일인가? 좋은 점은 놔두고 나쁜점은 사라지게 만들자고 하고 싶지만 그 방법은 아무도 알 수가 없습니다. 이는 인공지능 기술이 제기하는 질문과 같습니다.



책은 보이지 않는 노동을 논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분명히 보이는 눈에 보이는 노동조차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게 더 문제입니다. 군대란 조직은 의무란 이름으로 노예수준을 강요하고 있고, 열정이란 보기좋은 이름으로 자발적인 노동을 강요합니다. 이런 한국에서 그림자 노동을 논하는 건 사치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대부분 이런 반응이지 않을까.


"그게 뭐가 일이야?"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가 하는 수많은 일이 자발적이고 보이지 않는 노동으로 전환되어 갔고 일자리가 어떤 식으로 전환되어 가는지 앞으로 사회가 어떻게 변하게 될지 확실하게 보입니다. 답을 내려다 주는 책은 아니지만 현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니 한 번 읽어 보라고 추천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일상에서 그림자 노동을 줄여야 겠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생각나는게 소유가 많아지면 관리가 늘어나고 결국 일로 전환되므로 가진걸 줄어여 하지 않을까. 버리고 적게 가졌더니 오히려 행복지더라고 말하는 사람은 그림자 노동이 줄어 들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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