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격차고정 : 무소유 계층과 가성비 계층의 사회

네그나 2017. 2. 16. 23:10

격차고정 :  이제 계층 상승은 없다.

미우라 아츠시(三浦展)


당신은 중산층입니까? 라고 묻는다면 어떻게 답을 합니까? 신문과 뉴스에서는 '나는 중산층이다'라고 말하는 비율일 줄었다고 합니다. 굳이 계층을 따져보자면 저는 중위가 안됩니다. 어릴 때는 몰랐습니다. 보통사람만, 남들처럼만 되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아주 쉽게 보였는데 말입니다. 중으로 올라갈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저자가 2005년에 내놓은 하류사회란 책이 흥미롭습니다. 그는 일본에 새로운 계층이 출현했음을 알립니다. 여기서 말하는 하류란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의미보다는 중류층이 되고자 하는 의욕이 없거나 스스로 하류로 내려오는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한 때 일본인은 모두가 중산층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거품경제 붕괴와 만성적인 경제난으로 올라갈 의욕조차 꺽어져 버린 것입니다.


하류의식 테스트. 다음 질문에서 반 이상 차지한다면 당신은 하류입니다.

□ 1. 연간수입이 연령의 100배 이하이다.
□ 2. 그날그날 편히 살고 싶다.
□ 3. 자기답게 사는 것이 좋다.
□ 4.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고 싶다.
□ 5. 단정치 못하고, 모든 일이 귀찮으며, 외출하기 싫다.
□ 6. 혼자 있는 것이 좋다.
□ 7. 온순하고 눈에 띄지 않는 성격이다.
□ 8. 옷 입는 패션은 내 방식대로 한다.
□ 9. 먹는 것조차 귀찮게 느껴질 때가 있다.
□10. 과자나 패스트푸드를 자주 먹는다.
□11. 온종일 집에서 비디오 게임이나 인터넷을 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12. 미혼이다(남자 33세 이상, 여자 30세 이상인 경우).

질문 자체만 놓고 본다면 '이게 뭐 어때서?' 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런 성향은 나이가 들면 생활수준이 하락하고 의욕이 사라져 무언가를 희망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린다고 합니다. 잘 보면 말하는 덕후층과도 겹칩니다. 지금 불만족하지 않더라도 미래에도 그럴 수 있을까?


10년이 지난뒤 다시 일본사회와 일본인의 의식을 다시 조사했습니다. 일본인들의 계층의식은 바뀌었을까?


올라기는 어려워도 내려가기는 쉽다


의식조사에서 계층 하락은 광범위하게 일어났습니다. 빈곤층의 70%는 계속 빈곤층으로 머물게 됩니다. 중산층은 상승하기보다 하락했고, 상류층도 절반 가까이 계층 하락을 경험했습니다. 배우자가 없는 비정규직 남성 84%는 10년전과 같은 계층이었습니다.


젊은 사람은 자신의 생활수준을 모른다는 점입니다. 일본은 젊은이들은 고도성장을 겪어보지 못한 세대입니다. 누구나 대학에 가고, 비슷한 옷을 입고 아이폰을 사용하므로 겉으로 보기에 평등해 보이는 탓에 어느 계층에 속하는지 모릅니다.


일본 사회의 양극화는 소비에서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중산층조차 5만엔의 양복을 사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기업 사원도 2만엔이 안되는 저가 양복을 입습니다. 그들은 거품경제 시절에는 아르마니 양복을 입었던 계층입니다. 물론 평상복은 유니클로입니다.


일본과 비교해보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게 아닐까? 학교를 졸업하게 정장을 사게 되었을 때, 30만원을 주었습니다. 처음에 본 50만원 정장은 '내 수준에는 너무 비싸잖아' 하고 대신 선택한 것입니다. 경제적 형편에 따라, 사람에 따라서 70만, 100만, 200도 가능할겁니다. 그런데 일본인들은 우리 보다 더 돈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아니면 우리가 일본처럼 될까?



일본의 젊은이들은 왜 보수를 지지할까?


어느 사회든지 보통 젊은 사람들은 진보적인 성향을 띄게 됩니다. 일본인 의식조사에서 흥미로운 점은 젊은이들(학생과 공무원)은 보수적인 자민당을 지지하는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본과 비교하면 한국은 젊은 사람은 보수정당인 새누리( 지금은 아니지만)를 지지하는 비율을 현저하게 낮습니다. 한국과 일본 보수정당이 취하는 정책도 다릅니다. 일본은 자민당은 투표연령을 18세로 낮추려고 하지만 한국의 보수는 투표연령을 낮추기를 꺼려합니다.


미디어는 더 특이합니다. 한국은 SNS, 커뮤니티는 상당히 진보적입니다. 이는 젊은 사람들이 IT기기와 인터넷 서비스에 익숙하고 많이 사용을 하는 게 이유이기도 합니다. 일본은 젊은 세대는 인터넷 미디어에서 투표를 촉진하는 행동은 한국과 같지만 그들이 투표는 보수에 집중됩니다.


일본의 젊은이들은 왜 자민당을 지지할까? 민주당 집권시 후쿠시마 원전 대응 실패 일수도 있고, 냉전의 이념갈등 시기를 겪어보지 않아서 일 수도 있습니다. 국가주의를 주입받았을 수도 있지만 젊은 사람들이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현상은 특이한 일입니다. 그들의 눈에는 진보정당이나 진보인사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입니다.


상류층은 무소유적인 삶, 하류층은 가성비 삶을 산다


의식조사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소비입니다. 상류층은 돈은 있지만 특별히 원하는 것이 없어졌습니다. 물건을 버리거나 팔거나 다른 사람에게 줘버립니다. 건축 관련 책에서는 한 말이지만. 부유층. 사업가 유명연예인의 집을 보면요. 그들의 공간은 아주 심플합니다. 공간에 무엇을 채워넣지 않습니다. 단순하고 더 나아가서 적게 가지는 삶을 삽니다.



하류층은 어떨까요? 그들은 여유가 없으므로 가성비 삶의 살게 됩니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만수르급이 아니 이상에야 모든 계층이 당연히 가격을 고려합니다. 사고 싶은 것을 다 사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상위 계층일수록 하위 계층보다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습니다. 그렇다면 소비를 결정하는 의식구조가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소비에 실패할 여유


가성비가 최우선이 되면 당연히 일순위로 고려하게 되는 것은 가격입니다. 내취향에 맞다고 하더라도 가격 앞에서 주저하게 됩니다. 새로운 소비,시도를 하는 것도 주저할 수 밖에 없습니다. 평균적이고 무난함을 선택할 수 밖에 없고 그렇게 선택은 고정되어 집니다. 미국의 하위계층 사람들이 비만인 이유도 그들의 선택지에는 패스트푸트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살려면 가격대비 최대한 열량이 많고 음식을 선택해야 하니까.



반면에 상류층은 소비에 여유가 있습니다. 내가 어떤것을 구입했지만 잘못된 소비였다고 나왔을지라도 새로운 시도였다고 생각하면 그만합니다. 나에게 필요없는 물건이었다면 팔아버리거나 다른 사람에 줘 버리면 됩니다. 상위계층은 소비에 실패할 수 있는 여유가 있고, 하위 계층은 그 여유가 없습니다. 실패할 수 있는 자와 없는 자의 차이입니다.



한국에서 준엄한 투로 '젊은이들은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야 한다고 '고 말합니다. ( 그러면 너희들이나 해보던가..)  한국에서 그게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유입니다. 사람들에게 실패할 여유가 없습니다. 소비에서 가성비를 따진다면 인생 소비에서도 그렇습니다. 



잘못된 선택을 하면 다시 돌아갈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있습니까? 없어요. 한국에서는 잘못된 것 잘못된 겁니다. 몇년만 지체 되어도 그 사람은 루저가 되어 버립니다.



한국인들은 왜 영화를 많이 볼까?



멀티플렉스의 보급으로 어디서든지 극장에 가기 쉬워졌고 영화관람은 가성비가 좋은 활동입니다. 흔히 '한국에서 할게 없어서.'라고 말합니다. 언뜻 맞는 말같기도 합니다. 틀리기도 합니다. 마음만 먹는다면 우리는 영화감상 외에도 다양한 취미할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 앞에 더 넓은 세상이 있습니다.




제한된 소비 때문에 문화 소비도 루틴화가 되어 있습니다. 가성비 계층의 여유시간에는 컴퓨터, 스마트폰, DVD, 카메라, 비디오 게임등입니다. 이 활동은 가성비가 뛰어납니다. 저렴한 가격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다른 활동을 해보면 게임하는게 얼마나 저렴한지 알게 됩니다. 밖에 나가게 되는 야외 활동은 다 돈입니다.  상위계층은 여행, 미술관 관람같은 체험이 주가 됩니다.



벼룩을 컵에 넣어두었다가 빼면 평소보다 낮게 뛴다고 합니다. 소비도 그렇습니다. 앉아서 스크린을 보는게 다가 아니고 나가서 봐야 더 넓은 세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문제는 더 넓은 세상에 나가 보지 않았기 때문에 벼룩처럼 뛰는 높이가 고정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활동을 하고 다양한 취미를 경험해보려면 여유가 있어야 됩니다. 그게 경제적이든 시간적이든 간에.



영화는 상위든 하위든 모든 계층에서 광범위하게 소비하는 문화입니다. 그렇지만 비디오 게임 포함, 영화만 이라면, 영화 밖에라면 다른 선택을 할 여유가 없는 가성비적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취행과 소비는 가격에 고정되 있는 것입니다. 내 자신이 누구인지도 알지도 모른채.



N포 세대의 한국. 포기로 평등해질까?


고도성장 후 거품이 꺼지고 난 뒤 일본이 겪는 어려움을 한국은 그대로 따라가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먼저 했던 먹방이유행이나 혼술, 혼밥도 익숙한 단어가 되었습니다. 하다못해 지금 전국에서 유행중인 인형뽑기도 일본에서 먼저 일어낫다고 하니까. 계층이 고정되어 버리는 현상은 금수저, 흙수저가 잘 대변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겪는 현실은 우리의 전조처럼 보이나 그렇다고 해답을 찾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앞으로 긍정적으로 바뀌게 될것 같지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인 양극화 현상은 완화되지 않을 거 같고 (미국은  상황이 좋다고 하지만 지역별로, 계층별로 양극화가 심합니다.) 인공지능과 같은 신기술은 이를 더 부추기게 될 것 같습니다. 문제가 거대하고 복잡해 정치적으로 해결될 것 같지도 않습니다. 경제적 어려움 속에 등장한 일베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극우 세력도 복잡하게 만들 거 같고요.


격차고정


굳이 긍정적인 면을 찾자면 한국 사회의 과도한 경쟁이 꺽일지도 모르겠습니다. 6.25전쟁이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는 ( 유일하게 긍정적인 면이고 할 수 있는) 평등의식입니다. 한국은 모든 사람이 같다고 믿었고 '내가 하는 만큼' 의식을 심어주었습니다.


이제 올라갈 사다리가 찾기 어렵고, 그게 헛된 노력이란 걸 알게 된다면 일본처럼 하류로, 현재에 만족하고 소박한 삶을 살려고 하는 사토리 세대가 될지 모릅니다. 다른 의미로 포기함으로써 평등하게 될지도.


격차사회를 이야기하지만 책은 의식구조 조사 결과를 설명하는 식이라 큰 내용은 없습니다. 일본인들은 이렇게 생각하는 구나 하는 정도. 관심있지 않다면 굳이 찾아봐서 읽지 않아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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