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TV

[요즘 보는 프로그램] 밥 한끼에 하나의 인생. 한끼줍쇼

네그나 2017. 1. 19. 22:29

블로그에 TV프로그램에 대해서 오랜만에 포스팅하는 것 같습니다. 찾아보면 글쓸 거리는 많지만 귀찮음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군요. TV 카테고리에 마지막으로 쓴 글을 다시 찾아보니. 비밀독서단(지금은 폐지.. 역시 독서프로그램은..)과 정치 드라마 어셈블리였습니다. 한 가지 공통점이 있네요. 대중적으로 아주 큰 인기를 끈 프로그램은 아니라는 것.



요즘에는 공유가 출연하는 도깨비가 인기라고 하는데. 저에게는 완전히 노관심이라. 정말 어지간해서는 드라마 안 봅니다.  그래서 사람들의 관심사에 끼어들 수도 없습니다. 즐기는 분야에서도 대중적인 취향이 적습니다.



최근에 종영한 <소사이어티>처럼 남들이 크게 좋아하지 않는 예능에 관심을 두고, 게임도 인기가 덜한  플랜츠 VS 좀비 : 가든워페어 2( 국내에서는 정말 인기가 없음). 스마트폰도 실사용하는 사람을 한 번도 본적인 없는 갤럭시 줌2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저를 청개구리라고 표현하고 싶지 않고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무한도전이나 라디오스타를 보기는 합니다. 아주 대중적인 프로는 맞지가 않더군요.



JTBC에 방영하는 <한끼줍쇼> 매니아적인 프로는 아니지만 ( 아니 오히려 상당히 대중적인 포맷) 상당히 볼만합니다. 이 프로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을 위해서 간단히 소개하면, 연예인들이 저녁시간에 일반 가정집에 무작정 찾아가(섭외 없음!) 한끼 구걸하는프로그램입니다.



유명연예인이 집에 찾아와 밥 달라고 하니 넘어가지 사실 민폐 프로그램입니다. 손님맞을 준비도 되지 않은 집을  방송에 공개한다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고 방송에 출연하면 주변 사람들에 입에 오르는 것은 물론이고 좋든 나쁘든 국민적인 화제에 오를 수 있으니까요. 



맨땅에 헤딩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수시로 거절당하고 그 모습을 보는 게 아주 재미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프로그램 취지를 듣고 적당한 핑계를 대면서 거절을 합니다. 아예. 연예인 이름 조차도  모르는 인지도 굴욕을 당하기도 합니다. 인지도 확인해보려면 한끼줍쇼가 매우 적절할 겁니다. 연예인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많으니까.



제가 보는 한끼 줍쇼의 재미는


1. 도시를  여행을 하는 느낌을 준다.


가정집을 찾아가는 프로인 만큼 보통 사람들이 일상 생활을 하는 주거지를 찾습니다. 명소, 여행지를 찾아가는 프로램은 과거에도 많았고, 지금도 여전히 많습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생활하는 장소를 찾는 보기 쉽지 않습니다.



일본 후쿠오카에 갔을 때, 유명 관광지 보다 보통의 일본 사람들이 생활하는 공간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아주 멋진 자연환경이 있거나 유적지만 있어야만 관광지가 되는 건 아닙니다. 도시여행 관점에서 보면 서울은 아주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 물론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느끼기 어렵겠지만.)



근처에 있는 동네를 몰랐던 지역을 새로이 탐험하는 듯 합니다. 많은 서울 사람들도 서울에 대해서 잘 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 많이 없을 겁니다. 저도 부산에 대해서 잘 아는가 묻는다면 "글쎄요." 입니다. 물론 동네만 소개하면 심심하고 방송에 나가는 재미가 없었겠죠. 그런 기획안이 통과되지 못했을 테고. 동네를 돌아보는 건 곁가지에 불과합니다.



또 하나는 걷기입니다. 한끼줍쇼는 동네를 오로지 두 다리로만 이동합니다. 가로수길이 유행하는 트렌드를 면 이 시대 사람들은 걷기를 원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도시와 건축에 대한 글을 읽어보면 사람중심에 대해서 많이 논하는데. 도시와 공간의 구조를 보면 사람이 우선인지 차가 우선인지 알 수 있습니다.


한끼줍쇼가 최신 여행 트렌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도시 여행, 보통 사람들이 사는 공간, 두 발로.



2. 강호동, 이경규 서로 안맞는 케미


이경규가 강호동을 방송계에 끌어왔다는 일화는 아주 유명합니다. 의외로 두 사람이 함께 한 프로그램이 없습니다. 한끼줍쇼를 통해서 23년만에 처음으로 함께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둘은 딱 봐도 안 맞아 보이는데. 강호동이 만들려는 그림을 항상 이경규가 면박줍니다. 전 이경규 취향이라 이경규 말에 항상 고개를 끄덕입니다...



강호동은 이 프로그램에서 매우 편안해 보입니다.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진행자로서 프로그램을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보이는데 형이자 베테랑 선배인 이경규가 있으니 그는 자유롭게 보입니다. 서로가 맞지 않기 때문에 예능적인 그림이 나옵니다. 개인적으로 힘을 바탕으로 한 강호동식 예능을 선호하지 않지만 옛날과 비교하면 순하게 바뀌었습니다. 강호동은 자신감을 찾은 모습이 보이기도 합니다.



둘만 진행하다 게스트를 초대하기 시작했는데. 괜찮아 보입니다. 둘도 프로그램에 익숙해지고 리액션도 정형화 될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2명보다는 1명 부르는게 좋을 듯.


3. 사람들의 사연


밥을 먹으면서 자신에 대해서 흥미롭습니다. 모두가 각자의 사연이 있습니다.


모두가 특별하다면 특별한 존재이죠. 나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나 밖에 없을테니까. 이번주 방영분에서 덕후 서울대상과 이혼의 아픔을 알리지 못한 남자가 등장했습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을 보면 자연스럽게 이 시가 떠오르게 될 겁니다.


한끼 줍쇼의 위험요소


한끼줍쇼는 부담없이 소소하게 시청할 수 프로그램이지만 진부해질 가능성도 보입니다. 생리얼을 표방하는 한끼줍쇼의 생명은 의외성, 돌발적인 상황에 있다고 보입니다. 갑자기 찾아가 한끼를 구걸고 어려움을 겪은 뒤 목표 달성을 합니다. 프로그램의 인기가 높아 질수록 미션 성공률이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쉽지 않은 미션 수행에서 나오는 재미가 사라질 것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진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겁니다. 만약 조작이 되는 순간로그램의 생명도 끝이 날 수 있습니다. 가정집을 문하고 가감없이 보여주는 만큼 다른 논란을 만들 어 낼 수 있습니다. 집이란 건 사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쌓아 올린 부를 과시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한끼줍쇼는 의도치 않게 빈부의 격차를 조명하는 프로그램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 한국은 흙수저, 금수저 논란이 계속되는 만큼 격차가 크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프라이버시 논란 역시 끊임없이 따라다닐 테고요.



나는 그들에게 한끼 줄 수 있을까?


프로그램을 보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게 될 겁니다.


"만약 우리집에 이 사람들이 찾아오면 한끼 줄 것인가?"


저는 "아니오" 입니다. 연예인과 자신의 집에서 한끼 식사를 하는게 특별한 경험이 될 수는 있겠지만 개인적인 공간을 방송에 알리기는 싫습니다. 생각을 해보니 블로그에도 제 개인 공간의 사진을 공개하지 않았고 얼굴 사진도 올리지 않았습니다.  생각을 바뀔 가능성이 있겠지만 앞으로도 공개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생각은 다르고 다양해서 기꺼이 주겠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프로그램이 진행될 수 있는 것이고, 저 같은 사람이 TV로 보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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