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노트7의 단종이 결정된 가운데,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는 사용자들에게 노트7 사용을 중지하라고 권했습니다. 결국 여기도 노트7의 정확한 발화원인을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삼성은 100여명의 엔지니어와 테스터를 투입해 노트7의 발화를 재현하려고 하고 있지만 동일한 증상 구현에 실패하고 있다고 합니다.
'증상이 있는데 구현이 되지 않는다.' 원인을 모르니 대처를 할 수도 없고, 개발자들에게 있어 가장 최악의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삼성이 원데이 투데이 휴대폰 만들던 회사가 아니고, 출시전 사전 테스트를 대충 하지도 않았을텐데 이런 일이 나는게 신기할 뿐입니다.
사람들이 얕보는 중국 전자제품도 마감이 부실하거나 초기 불량이 보이기는 해도 터지지는 않습니다. 사용중인 중국 태블렛 츄위 Hi8도 오랫동안 사용하면 '이렇게 계속 사용하면 터지는 거 아닌가?'생각이 들정도 따뜻해지나 불편하기만 할 뿐 문제는 일으키지는 않습니다.
조사를 계속하면 원인은 밝혀지겠지만 참고할 만한 사례들이 이미 있습니다. 발화 사건을 보고 아마 이 사고를 연상한 사람도 있을 겁니다.
엔지니어의 경고를 무시해서 발생한 나사 챌린저 호 폭발사고
1986년 1월 28일 미국의 우주 왕복선 챌린저호가 발사 73초 후 폭발하여 탑승한 승무원 7명이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는 많은 사람들에게 TV 실시간으로 중계해서 꿈과 희망이 아닌 충격을 주게 됩니다.
폭발의 원인은 로켓 부스터의 이음매 역할을 하는 O-Ring의 추운 날씨로 얼어버려 차폐 유지가 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발사전 엔지니어는 나사와의 회의에서 발사를 연기하고 취소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나사와 치오콜사의 고위 관리자들은 무시하고 발사를 허가하였습니다. 사고 진상 조사단에 참여한 리처드 파인만에 의하면 나사 내부의 보신주의 문화와 관료주의에 문제가 있음을 비판했습니다.
외부연료탱크의 폭발 직후. 보조추진로켓은 분리되어 불규칙적으로 날아가고 있다. 연료탱크의 폭발로 발생된 연기 내에서는 챌린저호 본체가 압력에 의해 분해되었다.
발화 사고후 뉴욕타임스는 삼성이 군대식 상명하달식 문화가 문제가 있음을 알리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거대 기업에 이런 문제가 없는 조직이 있을까요? 어떤 기업이든 크게 성공하고 난 뒤 보신주의, 관료화 문제가 불거지기 마련입니다. 애플이라고 그렇지 않을까요?
윈도우폰 아니 모바일 이라고 불러야 하나 어쨋든 마이크소트트가 스마트폰 시장을 결국 장악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주장의 근거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지고 있는 윈도우, 오피스, 자금력, 엑스박스(이걸 드는 사람은 없었지만)를 잘 조합하면 결국 마소 세상이 온다는 거였습니다.
이건 밖에서 마소를 볼 때의 시각입니다. 외부의 강력한 적. 애플과 구글이 있으니 본 때를 보여줄 것이다. 마이크소프트 내부에서는 서로 협력할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또 마이크소프트의 경쟁력을 깍아 먹은 이유 중 하나 성과 측정 방식입니다. 원래 취지와 달리 엉뚱한 결과를 가져오게 만듭니다. 외부의 적. 신흥 강자로 떠오른 구글과 경쟁하기 보다는 내부에서 서로 경쟁하기 바빳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거대 조직이 가져오는 부작용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잘나감)
아이폰을 의식해 엔지니어나 다른 의견을 무시했을 가능성도 다분합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안되면 되게 하라 사고가 널리 퍼져 있습니다. 당장은 이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잠재적인 위험요소가 누적될 가능성이 있습니다.세월호 부터 해서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사고는 기본을 지키려고 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지켜지지 않게 만드는 문화입니다.
똑똑한 조직도 어이 없는 실수를 함을 보여주는
화성 기후 궤도선(Mars Climate Orbiter) 폭발 사고
또 나사입니다. 1998년 12월에 발사된 화성 기후 궤도선은 지구를 벗어나 1999년 화성 궤도에 진입했지만 폭발합니다. 조사 결과 아주 어이 없는 실수를 범했음이 밝혀집니다. 탐사선의 데이터가 미터로 사용해야 했지만 미국이 사용하는 야드, 파운드를 사용했습니다.
공대에서 왜 단위가 중요하게 여기는 알려주는 사고(단위 안쓰면 정답이어도 오답으로 간주...) 이나 그 똑똑해 보이는 나사가 이런 실수를 했다는 사실이 더 놀랍습니다. (아무도 확인을 않했나?) MCO처럼 노트7도 어처구니 없는 사소한 실수가 부른 사고일지도 모릅니다.
한국식 빨리빨리 문화, 상명하달 군대식 조직이 문제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지만 그게 여태까지 삼성을 일으켜 세운 경쟁력의 하나였다는 사실 역시 부정할 수도 없을겁니다. 성공을 하면 보이는 모든 요소를 긍정적으로 해석했다가 실패할 경우 죄다 나쁘게만 보는 시각 역시 문제입니다. 사고가 일어나면 '그럴줄 알았다'고 말을 하지만 그전에 진지하게 경고하는 모습은 드뭅니다. (물론 경고를 듣지 않는 다는 점 역시 부정할 수 없겠지만)
현재의 애플 문제점을 진지하게 보는 시각은 별로 없습니다. ( 어처구는 기사로 웃음 나오게 맏드는 국내 언론 기사는 제외입니다.) 지금은 잘 안보이죠. 승승장구하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애플의 모든 점은 다 좋을까요?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의 특징은 타협하지 않는 고집이였고 이는 애플제품의 우수함으로 이어졌습니다. 그 때문에 본인 건강을 해치고 애플의 최대 경쟁력인 뛰어난 지도자를 잃게 만들었습니다.
노트의 7의 발화를 일으킨 근본 원인은 역셜적으로 삼성 최대의 경쟁력이었던 요소 였음이 밝혀질지도 모르죠.하나의 특징은 다른 상황, 다른 시간이 되었을 때 반대 방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갤럭시 노트7의 단종은 나쁜 선택일 뿐
일부에서는 삼성의 노트7 단종 결정을 소비자 보호를 위한 조치라고 포장을 합니다. 말은 바로 해야 합니다. 어떻게 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서 삼성이 내린 노트7 단종은 나쁜 선택일 뿐입니다. 1차 리콜 후 동일한 증상이 계속 보고되었을 때, 삼성에게는 나쁜 선택과 더 나쁜 선택이 있었습니다. 나쁜 선택은 노트7의 판매를 중단하는 것이고 더 나쁜 선택은 발화를 우연으로 생각하고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입니다.
만약 1차 리콜 후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위기 극복의 교과서 사례도 실렸을 겁니다. 그게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물론 베스트는 출시한 제품이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것임에는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삼성 스스로도 이렇게 될지 몰랐겠지만. 리콜 후 동일 사고가 일어났을 때 삼성이 할 수 있는 카드는 나쁜 선택을 하는 것만 남았습니다. 애써 포장을 하려고 하면 처량해 질 뿐입니다.
노트7 교환품 발화원인을 성급하게 발표한 한국산업기술시험연구원(KTL) 나쁜 선택이 되고 말았습니다. KTL의 발표는 한국에서 만연한 전문가, 공공조직을 믿지 못하게 만드는 불신의 결과를 가져올테고 음모론이 더욱 그럴듯하게 보이도록 만듭니다. 앞으로 누가 믿어줄까요?
삼성이 노트7 발화 사고에 대처에 잘 한 선택은 별로 없습니다. 나쁜 선택과 또 나쁜 선택으로 이어져 나쁜 결과를 가져왔을 뿐입니다. 나쁜 선택의 교과서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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