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발칙한 여행자 : 남북한을 여행한 사람들이 본 것

네그나 2015. 10. 24. 22:30

'접근금지'에 대해서 반응은 두 가지로 나누어 집니다. 경고를 보고 잘받아 들여서 따르는 사람. 금지된 것에 호기심을 보이는 사람. 고분고분하게 말을 잘 듣는 저는 첫번째입니다. 탐험가는 될 수 없는 타입니다. ( 굳이 찾아 보자면 다른 시도는 가능하겠죠. 지적인 모험이라던가, 한 우물을 파서 오덕되던가...) 친한 친구는 두번째 유형입니다. 하지 말라는데 쉽게 말을 듣지 않습니다.



지금은 폐지된 JTBC 예능토크쇼 <속사성 쌀롱>에서 가지 말라면 더 가보고 싶다는데 동의를 하더군요. 금지된 것에 대한 시도는 불행을 암시합니다. 문학, 게임, 영화는 이러한 것에 대한 경고로 가득합니다. ( 호기심에 헬게이트를 열었다가 세상이 난장판 되는 스토리) 반면, 금지된 것에 대한 시도가 주는 혜택도 있습니다. 신대륙도 발견하고,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사실도 알고, 우주도 개척하는 것이겠죠. 또 모험을 해야 사람들이 그리 원하는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고요.



금지된 세계 중 두드러지는 나라가 북한입니다. 국제적인 교류가 적고 폐쇄적인 나라입니다.북한 대다수 한국인에게는 밟아 볼 수 없는 땅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딱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습니다. 북한에 별다른 호기심이 없는 탓입니다. 사실, 종편의 북한사랑에 질려 버린 탓도 있습니다. 그냥 북한 소식만 봐도 짜증이 납니다. 난 그들에 대해서 알기 싫을 뿐.




서양인들은 한국인들이 해보지 못할 경험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 나온 노건부부처럼 오토바이로 남북을 종단하겠다는 시도입니다.  한국인이라면 당연히 안됩니다. 생각도 하지 못할겁니다. 의도가 어떻든 의심받기 쉽습니다.



제 정신처럼 보이지 않는 서양인들에게 북한은 예상외로 쉽게 허가를 해주었습니다. 그들에 따르면 정작 냉담한 반응을 보인 것은 남한쪽이었습니다.  공식적으로 허가가 떨어졌다고 해도 한 무리의 서양인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하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여서 진행에 우여곡절이 많습니다. 책의 전반부는 주로 이에 대한 에피소드입니다.




그들은 북한을 여행하면서 받은 인상은. 경작과 재배에 집착하는 모습, 아주 깨끗한 도로. 물론 여행 내내 북한의 경호원(이자 감시자)들의 통제를 받아야 했으므로 피상적인 모습만 볼 수 있었습니다. 당연하지만 북한은 자신들이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봐주기를 원했습니다. 북한은 외국인들에게 자신들의 악의 축이 아닌 보통 사람임을 인식시켜 주고 싶었겠죠.



그들이 북한 여행에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북한과 북한의 시골 그리고 북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해외에서 북한 사람들의 어떻게 본다고 생각하십니까?"

"당신  친구들에게 이곳을 좋은 곳이라고 말하겠습니까?"




확실히 남북한 모두 ' 두 유 노 ~'질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북한이 폐쇄적인 사회로 교류가 없어서 그렇지 만약 북한에서 싸이만큼 유명한 사람이 등장했다면 그들은 새로 만난 사람을 볼 때 마다 한국인들이 외국인에게 하듯이 물어봤을 겁니다.  "~ 사람 아세요?"



남북 모두 자신의 모습이 외부에게 어떻게 비춰지는지 대단히 큰 신경을 쓰기 때문에, 모건 부부도 이런 점을 잘 이용했기 때문에 남북 종단 여행을 실현시킬 수 있었습니다. 뉴질랜드 대사의 말처럼

'북한에서 여행을 허가해 주었는데, 남한이 여행을 불허하기에는 체면이 서지 않는 것'입니다.




인터넷에는 가끔 내수와 차별하는데 탐탁지 않음을 표하는 글을 볼 수 있는데, 어쨋든 노건부부는 한국인들의 내외수 차별 사고의 혜택을 똑똑히 본 것입니다.



외국인 혜택을 받았더라도 그들의 도전정신도 높이 사야합니다. 당연히 되지 않을 거라는 일반적인 예상을 깨고 해냈으니까. 이 사람들 자체가 삶을 여행하고 도전하는 느낌입니다. 그들은 오토바이로 전세계를 돌아다녔습니다. 오토바이로 모든 대륙을 밟아보자.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죠. 그들이 가보지 않은 곳은 북한이었고 한 번 시도를 해봤는데 된것입니다.


발칙한 여행자



북한에게 나름의 중요인사로 대접받고 남한에서는 방송국의 취재대상이 되었으니까 그들에게는 의미있는 여행이 되었을 겁니다. 아쉬운 점은,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 오토바이 남북 종단을 했다는 점을 제외하면 내용이 특별하지는 않습니다. 북한을 여행했다고 하지만 북한당국의 감시로 사람들의 생활을 자세히 볼 수 없었고 북한에 대한 내용도 한국인들에게는 새롭지 않는 내용입니다. 여행기 차제가 그리 특별하지는 않습니다. 금지된 지역에 방문했다고 스펙타클한 장면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북한을 통과하면서 남한으로 입국합니다. 북한에게서 받은 '평화의 뱃지'를 압수될 뻔했습니다.남한에서 이 뱃지를 착용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한 뒤에야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 이 역시 외국인 혜택입니다.)  북한에서 받은 물건은 압수되는군요. 세관에서 압수하지 못했던 건 백두산에 떠온 물이었는데 (몰랐으니 당연하지만) 그들은 북한에서 가져온 돌과 물을 한라산에 두는 의식으로 종단 여행을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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