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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의 단편 <벌거벗은 임금님>은, 왕에게 접근한 사기꾼이 '보이지 않는 옷'을 지어주고, 왕은 그 보이지 않는 옷을 입고 거리 행차를 합니다. 한 꼬마가 '임금님이 벌거벗었다' 고 말하자 진실을 말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이지만  단지 동화속의 이야기로 보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현대에서도 보이지 않는 옷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생각. 이미지입니다.



벌거벗은 임금




■ 나는 다른 사람의 생각에 지배되지 않는다. 정말 그럴까?



전 홍명보 축구 대표팀 감독이 브라질 월드컵 조별 리그 탈락 이후에 한 말입니다. 이 말을 놓고 보면 홍명보는 굉장히 강한 자기 주관을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아마 국가대표 발탁되고 뛰어난 축구선수가 될 수 있었던 건 선택에 대한 흔들림이 없는 그 자기 확신 때문이지 않았나 싶습니다.[각주:1]



다른 예로, <비밀 독서단> 참여중인 신기주는 잠언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말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 머릿속에 언어를 넣는걸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에 지배되지 않고 싶다는 생각은 같습니다. 여기, 머리속에 기가 막힌 생각을 넣은 사람이 있습니다.



■ 담배는 어떻게 저항의 상징이 되었나?



많이 변했지만 한국은 여성의 흡연에 관대하지 못합니다. 도시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길거리 흡연 장면을 찾기 어렵습니다. < 대중 유혹의 기술 그들은 어떻게 우리를 유혹했을까 > 책을 보면, 미국도 그러했습니다. 1923년 미국 내 흡연자중 여성은 고작 6%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여성 흡연에 대한 관점을 바꾼 사례가 있었습니다.



담배회사는 남성을 넘어 시장확대를 위해 여성들을 소비자로 끌어들이기를 원했습니다. 자신이 마케팅 팀원이라고 생각해 봅시다. 여성 소비자를 담배로 끌어들이고 싶다면 어떻게 할까?  보통은 이렇게 생각하겠죠. 미용. 뷰티.



아메리칸 토바코 컴퍼니는 여성의 허리를 겨냥해 담배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광고를 실었습니다. 의사들의 조언, 유명배우와 모델,  담배가 좋다는 자극을 미디어를 통해서 잔뜩 집어넣었습니다. 이 정도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습니다.



미국도 여성들이 집안, 여성 클럽, 대학 캠퍼스 등 제한된 공간에서만 담배를 피우고 있었습니다.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는 여성은 거의 없었습니다. 만약 공공장소에서 여성들이 담배를 피우게 된다면 여성담배 시장이 2배로 커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할까? 담배회사에게는 마술사가 필요했습니다. 생각을 전환을 일으키는 마술사가.



에드워드 버네이즈(Edward Bernays)라는 대중홍보 전략가를 기용합니다. 에드워드 베네이즈는 흥미롭게도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조카입니다. 프로이트가 무의식과 정신분석을 개척했다면 에드워드 베네이즈는 대중속의 집단적인 심리를 연구했습니다.



여성을 공략하라는 주문을 받은 버네이즈는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냅니다. 자유정신을 상징하는 부활절 퍼레이드에 여성들이 자유의 햇불(Torch of Freedom)을 밝히면 어떨까?  그것도 맨하탄 5번가에서. 도발적인 생각이었습니다. 여성 잡지 보그에 있는 친구를 통해서 젊고 매력적인 30명의 여성명단을 받습니다.



그들에게 자신의 비서의 이름으로 선동적인 전문을 보냅니다.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다는 세간의 편견에 맞서 싸우자. 담배를 피워 자유의 햇불을 올리자'  1929년 부활절 퍼레이드에서는 철저한 각본에 의해서 연출됩니다. 예를 들자면, 참가자는 외모는 준수해야 하지만  모델 같으면 안된다. 영화감독이 연출하는 것처럼 진행되어야 한다. 한 여자가 다른 여자가 담배 피우는 것을 본다. 그녀의 지갑을 연다. 담배를 찾는다. 성냥이 없다.다른 여자에게 부탁한다.



결과는? 그들의 목소리는 명백히 사회적인 금기에 도전하는 페미니스트나 여성해방론자들의 목소리처럼 보였습니다. 아무도 담배회사인 아메리카 토바코 컴퍼니가 만들어낸 강력한 연극이자 마케팅이라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뉴욕 퍼레이드 이후 다른 도시들도 담배를 입에 문 여자들이 행진하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찬반양론이  뜨거웠지만  몆 주 후 뉴옥 브로드 웨이 극장 남성전용 흡연실에 여성의 출입이 허용되었습니다.



베네이즈는 볼거리를 만들어 냄과 동시에 남성위주의 사회에 도전하는 메시지의 전달도 성공했습니다. 그 누가 알았을까요? 그들이 매료되었던 생각, 그 금기의 저항 코드에 기업의 판매전략이 기생하고 있었는지 아무도 몰랐을 겁니다.








대중의 마음을 훔칠숨만 있다면, 그래 우리는 어차피 속겠지만



현대 미디어는 끊임없이 우리의 머릿속에 침투해서 생각을 조종하려 합니다.  겉모습만 보고 본질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내 생각이 정말 내 생각일까요? 여성의 길거리 흡연 요구에 담배회사의 마케팅이 포함되어 있었는지 누가 알겠습니까?




나의  취향이 정말 자신이 것일까요? 당신이 힙합을 좋아하는 이유가 누군가의 의도일 수 도 있습니다. 과연 내가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부터 힙합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은 아니지만 뱃속에 있을 때 어머니 경험이 태아의 취향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을 보았습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나는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취향을 갖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표를 획득해야 하는 정치인은 물론이고 상품과 이미지를 팔아야 하는 광고인, 마케터, 사회활동을 하는 비영리 조직들 모두 대중의 지지가 필요 합니다. 그들은 단지 설득한다고 말할 뿐입니다.




영화 왝 더 독 (Wag The Dog, 1997)은 대중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서 알바니아를 적대국으로 만드는 내용입니다. 이건 우리에게도 낮설지 않은데 정치인들 입에서 주기적으로 북한에 의한 안보 위험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글쎄, 그들이 진정 안보 위험을 걱정하는지는 자신의 지위를 걱정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대중 메시지로는 잘 통하는게 사실입니다. 




에드워드 버네이즈의 프로파간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사람들의 통제를 받으며 우리의 생각을 주조하고 취향을 형성하고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우리는 어차피 속을 수 밖에 없습니다. 현대사회에서 '나는 다른 사람의 생각에 지배받지 않겠다'거나 생각의 침투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건 처음부터 불가능합니다. 어디 아마존 밀림에 살지 않는 이상에는.



홍명보처럼 주관이 강한 사람일 수록 속지 않을 거 같지만 더 강력할 수 있습니다. 영화 <인셉션>에서는 거대 재벌 상속자에게 메시지를 주입합니다. 그 메시지는 아버지의 사랑. 이 메시지는 너무 강력해서 누군가가 '사실은 이렇다'고 진실을 알려줘도 믿지 않을겁니다.  강력한 주관을 가진 사람은 굳건한 방어벽을 만들어 놓지만 우회해서 들어가면 그 거짓 메지를 진실이라고 믿어 버립니다. 침투를 허용하지 않는 방어벽은 거짓 메시지를 방어하기 위한 완벽한 성이 되겠죠.



메시지로 가득찬 현대 사회, 어차피 속을 거라면 알고 속는게 낫습니다. 반대로도 작용할 수 있습니다. 움베르토 에코의  "어떤 기호가 거짓을 말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면 그 기호는 진실을 말하는 데도 사용할 수 있다" 처럼. 누군가를 조종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게 반드시 나쁜쪽으로만 작용하리란 법은 없으니까.



많은 사람에게 대중의 유혹은 다른 세계 이야기입니다. 연예인이 할 게 아니라면 대중의 지지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대 마저도 지나가고 있습니다. 인터넷과 스마트 기기의 발전은 개인도 대중과 다이렉트로 연결시킵니다. 유튜브, 아프리카에서는 게이머 한 명이 수만명의 대중과 만납니다. 블로그 역시 많은 사람들을 끌어 들이려면 대중의 관심을 끌어야 합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보이지 않는 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할 겁니다. 누가 그 옷을 우리에게 입혔는지도 모른채. 그들이 보이지 않는 옷을 권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 할겁니다.


  1. 또한 홍명보는 뛰어난 선수가 유능한 감독이 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그가 한 생각의 지배 발언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형국이 되어 사람들의 화를 돋구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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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zoahaza.net BlogIcon 조아하자 정치인들이 말하는 북한의 안보 위협이 지나친 건 사실이지만 북한이 현대사회에 전혀 이로울 게 없는 악덕국가임은 사실이라고 봅니다. 빈곤국가가 우리나라 수준의 국가에게 안보위협을 줄 만큼 치명적인 일을 저지른 적도 세계사를 통틀어 한번도 없었지만, 빈곤국가가 세계 평화에 이로운 적이 한번이라도 있었던가요? -_-; 오히려 빈곤국가들은 대부분이 부적절한 사회/경제 시스템으로 그 나라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국가들이죠. 2015.11.08 20:35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negna.tistory.com BlogIcon 네그나 북한이 한국의 안보에 가장 위험이 된다는 사실은 두 말할 필요도 없지요.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좋은 소재임에는 분명합니다. 총풍 사건처럼 정치인들이 자신의 입지 유지를 위해 안보를 들먹이는 사례도 있었고요.

    이 같은 사례가 아니라도 적당한 선전술을 통해 대중의 원하는 길을 유도하는 방법은 아주 많겠죠. 유럽에서 극우 정치인들의 지지가 높아지는 걸 보면 대중을 유혹하기에 불안감을 자극하는 것만큼 좋은 것 없으니까요.

    그 같이 일이 현실적인 위험인지 선전을 위한 대중유혹이었는지 현명한 판단이 필요할 겁니다.
    2015.11.08 23:29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zoahaza.net BlogIcon 조아하자 여튼 사람의 취향은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타고난게 크다더군요. 일란성 쌍둥이가 취향이 닮은부분이 많은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책 '어나더 미'를 보면 놀랍게도 한 일란성 쌍둥이들은 담배피는것까지 똑같다던...;;; 2015.11.08 20:38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negna.tistory.com BlogIcon 네그나 저도 성격은 유전이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가능성도 열어둡니다. 과학의 발전으로 새롭게 알려지거나 기존의 이론이 부정당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만약, 유전공학의 발달로 맞춤형 아기가 탄생하는 경우라면 누군가가 의도하는 성격과 취향이 새겨지겠지요. 2015.11.08 23:47 신고
  • 프로필사진 shg 주식투자를 하는 입장에서 '인셉션' 이 기업분할에 대해서 '잘못된 인식' 을 일반인들에게 전달하지 않았을까? 라는 염려는 약간 듭니다. '회사를 쪼갠다' 라고 하면 회사를 망하게 하거나, 남북분단처럼 부정적으로 묘사되었는데,

    시험단계->팀->부서->자회사->인적분할 이런식으로 회사가 성장하는 정상적인 단계에서 당연하게 발생하는 모습이기도 하고, 회사가 분할되고 나서, 책임경영/독립경영/민첩성 증가 이런저런 여러가지 긍정적인 효과로 인해서 기업가치가 더 증가하기도 합니다.

    인셉션의 영화는 '드림머신' 가지고 잘못된 잠재의식을 주입하는것이지만, 영화 자체는 '기업분할' 에 대해서 일반인들에게 잘못된 상식을 전달하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만 드는군요.
    2015.11.09 23:17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negna.tistory.com BlogIcon 네그나 생각하지 못했는데, 제작자가 의도하지 않은 메시지가 딸려들어가 생각의 또아리를 틀 수 있겠군요. 그런의미에서는 영화도 인셉션을 하는 셈인군요. 2015.11.11 23:3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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