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거림

머리가 좋아지는 약은 불평등을 만들어낼까?

네그나 2015. 10. 19. 23:25

최근에 미치코 카쿠(Michio Kaku)의 < 마음의 미래>를 읽었습니다. 후기를 써야 하는데 왜 이리 귀찮은지 모르겠군요. 미치오 카쿠는 과학에 관심이 있거나 다큐먼터리를 보았다면 알만한 이론물리학자입니다. 이론 물리학자가 뇌과학의 미래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물리학자가 뇌과학에 흥미를 느낄 요소가 많나 봅니다. 한국에서도 정재승, 김대식이 있죠. ( 두 사람 책도 읽어 볼만합니다.)






미치코 카쿠 에게 가장 신비하고 궁금증을 일으키는게 우주와 인간의 머리속에 있는 뇌라고 합니다. 책은 쉽고 재미있게 쓰여있습니다. 인간에게 유용하게 작용하도록 로봇에게도 마음(정확하게는 감정)이 필요하다던가, 외계인의 마음은 어떨지 추측하는 흥미로운 소재를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과학에 관심이 있다면 말입니다.



마음의 미래 중 하나. 미치오 카쿠는 뇌를 계속 연구하다 보면 '머리가 좋아지는 약'을 만들 수 있을거라고 전망합니다. 동물실험 단계에서는 효과가 나타난 사례가 있고[각주:1] 연구가 지속되면 인간에게도 적용이 될겁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질문


사람들의 지능이 갑자기 좋아지면 좋을까?



가장 큰 문제가 될 소지는 사회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양분되는 것입니다. 예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빈부격차는 존재하지만 지능의 차이로 양극화가 가속화 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첨단기술의 도움을 받아 머리가 좋아지는 약으로 그들의 가진 입지를 굳힐테고 돈이 없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열등해져 신분상승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사회.  소설이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디스토피아의 흔한 설정입니다.



미치오 카쿠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기술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는 점입니다. 기술 개발 초기에는 부자와 권력자들만이 최신 기술의 혜택을 누리지만 시간이 지나면 대량생산과 경쟁, 기술 개선으로 가격이 내려가 일반 대중에도 혜택을 보았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거의 모든 기술이 이 패턴을 따랐습니다. TV? 초창기에는 TV를 보러 품격있게 격식을 차려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휴대폰? 과거 커다란 휴대폰은 부의 상징이었습니다.[각주:2] 향신료, 식품. 식품 하니까 바나나 생각 나네요. 예전에 바나나를 매우 비싸게 취급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머리가 좋아지는 약'을 소수의 계층이 독점하지 않을까?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하나의 기술이 개발되면 복제가 이루어지는 것은 시간 문제이고, 또 소수의 사람만이 머리 좋아지는 약을 독점하도록 사회와 대중이 놔두지 않을 겁니다.




기술의 독점이 안되는 가장 큰 이유는 돈입니다. 어떤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을 때, 그 기술을 대중화 시키는 사업가는 그 시대에 가장 큰 돈을 벌어들입니다. 거대한 부를 얻고 싶다면 기술을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리게 만들어야 합니다. 부는 기술의 대중화 민주화에서 나옵니다. 미국의 IT거부들이 바로 이러한 일을 잘해서 부자가 되었습니다.특정 세력이 약을 독점을 하려고 하더라도 큰 수요가 존재하는 기회를, 사업가들이 거부가 될 수 있는(명예도 얻을 수 있는)기회를 놓치지 않을겁니다.




미치오 카쿠가 말한 두 번째 이유는 높은 지능의 효용입니다. 그는 지능향상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고 생각합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텐서 방정식이나 블랙홀방정식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평범한 사람들은 고차원 초공간 기하학이나 양자역학을 통달한다고 해도 득 볼 것이 전혀 없다. 오히려 그들은 이런 것들이 별로 쓸모고 없으면서 따분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 중 대부분은 기회도 오더라도 수학천재가 되겟다고 나서지는 않을 거라는 이야기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그런 기회가 오더라도 그런 분야가 적성에 맞지 않을뿐더러 얻을 것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성공의 관점을 어떻게 파악하느냐 따라서 달라질텐데. 지능이 높으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하지만 100미터 달리기 하듯 사회적인 성공이 지능순으로 결정되지 않음을 알고 있습니다. <비밀독서단>에서 조승연 작가가 한 말이 기억에 남는데 '인생이 힘든 이유는 성공을 못해서가 아니라 밸런스를 맞추기 힘들기 때문이다'고 말했습니다.



돈과 권력을 위한 삶은 산다면 그게 성공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에 맞춰서 모든 걸 포기하면 됩니다. (가족을 팔아 넘기고, 친구의 등에 칼을 꼽고, 착한 사람에게 사기를 치는 등)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삶은 단순히 돈이 많은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예쁜 여자(멋진 남자)도 만나고 싶고, 돈도 벌고 싶고, 사회적인 존경도 받고 싶고, 자존심도 살리고 싶습니다. 인생에서 문제는 이 밸런스를 맞추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성공 하나만을 놓고 보면 지능은 그리 크게 작용하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물론 높은 지능은 미치오 카쿠의 말처럼 시뮬레이션을 해보는데 유리하겠지만 일정 수준 이상만 되면 충분하다고 봅니다. 한 예로, 베스트 셀러 <아웃라이어>에서는  크리스토퍼 랭건이 빛을 내지 못했는지 밝히고 있습니다. IQ 195의 사람이 빛을 내지 못했을까? [각주:3]



중요한 능력 중 하나가 사회적인 네트워크를 만들고 도움을 받아가는 능력입니다. 인간적인 매력또 배놓을 수 없습니다. 우리 시대에 대단히 큰 부와 호감을 얻는 사람은 배우나 가수, 개그맨입니다. 이들에게는 무어라 정의할 수 없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습니다.




미치오 카쿠는 '상대성 이론으로 부자가 된 사람은 없다'고 말하는데 사실입니다. 빅뱅이론을 만들어 가는 사람보다 시트콤 '빅뱅이론'을 연기하는 사람이 더 많은 부와, 인기를 누립니다. 우리 대부분이 바라는게 바로 이거죠. 머리가 좋은 것 그자체가 아닌. 인기가 있는 것과 돈을 많이 버는 것. 한국 언론과 사회에서 천재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바로 이겁니다. ( 반대로 한국이 노벨상을 타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봅니다.)




언제가 될지, 내가 죽기 전에 나올지 모르겠지만 뇌를 이해해서 머리가 좋아지는 약이 등장한다면 좋겠죠. 저도 머리가 나쁘거든요. 어린 시절에서부터 '나는 머리가 나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어머니가 동생과 저를 두고 무언가를 가르쳤는데 동생은 금방 이해를 했고, 저는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펑펑 울었습니다. 동생에게 졌다는 사실이 분해서...그리고 학창 시절 내내 느꼈습니다.나는 머리가 그리 좋지 않으니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 나는 왜 머리가 나쁠까? 자책도 했지만 의미 없는 행동입니다.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부모의 재산상태에 따른 표현이 인터넷에서 유행입니다. 빈부격차에 대한 분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타코난 머리에 대한 격차는 대부분 사람들이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입니다. 만약 과학이 그 격차를 줄여줄 수 있다면, 모두의 출발선이 같도록 만들어 줄 수 있다면 사회 격차를 줄여주는데 도움을 줄지도 모릅니다.



약 하나로 격차를 줄인다 하더라도 불평등이 사라지지는 않겠죠. 역사를 보면 기술 하나로 해결된 사회 문제는 없었습니다. 기술이 아무리 좋다 한들 기술만으로는 안될테니까. 결국 기술을 이용하는 건 사람입니다.



미치오 카쿠의 책을 읽으니 마음의 미래에 대한 답이 나오더군요.  마음이 해방되리라는 것. 그것이 마음의 진화, 인류의 진화일겁니다.


  1. 예를 들어, 기억력을 비상하게 향상시킨 슈퍼쥐가 등장한다. [본문으로]
  2. 박경철의 강의에서 휴대폰이 부의 상징인 에피소드가 나온다. [본문으로]
  3. 크리스토터 랭건이라는 사람이 등장합니다. 이 사람은 IQ195의 엄청난 천재입니다.그런데 크리스토퍼 랭건이 교수나 연구자가 아니라 목장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천재가 왜 목장일이나 하고 있었을까? 말콤 들래드웰이 그의 삶을 추적했습니다. 크리스포터 랭건은 최고의 지능을 갖고 태어났지만 가정환경이 열악했습니다. 집은 가난했고 술 주정뱅이인 의붓아버지는 채찍으로 학대했습니다. 불운한 가정환경에다 크리스토퍼 랭건의 천재성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고교를 졸업했을 때, SAT에서 만점을 받았지만 전액 장학금을 주겠다는 대학은 두 곳 뿐이었습니다. 오리건주의 리드 대학을 선택했으나 곧 그만두었습니다. 학교에서 랭건 집에서 사소한 서류 하나가 오지 않았다며 장학금을 줄 수 없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 뒤 몬태나 대학에 다시 등록했지만 이번에는 고물자동차가 고장나 통학이 어려워졌습니다. 대학 측에 “오전에 듣던 수업을 오후에 옮겨 들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거부당했고 대학을 때려치웠습니다. 크리스토퍼 랭건은 먹고 살기 위해 막노동을 했습니다. 건설현장을 떠돌거나 고기잡이 배를 탔으며, 카우보이, 삼림소방관, 나이트클럽 경비원 등으로 일했습니다.그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99년 에스콰이어라는 잡지에 소개되면서, 40대 경비원이 철학, 수학, 물리학에 고명한 학자 못지않은 지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미국 사회는 깜짝 놀랐습니다.희대의 천재를 그제서야 발견했지만 너무 늦었습니다. 그는 학술지에 논문 한 편 실을 수 없는 대학 중퇴자일 뿐이었습니다. 크리스토 랭건은 좋은 머리를 타고 낫지만 빛날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를 세상과 연결시켜 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사업은 인맥. 즉 연결이 다일뿐. 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사람과 연결되느냐가 성공의 핵심이라는 것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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