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면 '케이블에서 방영하는 새로운 드라마인가?' 생각이 들지만 그건 아닙니다. 비밀독서단은 북토크 쇼를 표방한 예능 프로그램입니다. MBC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처럼 방송에서 책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은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저도 독서 프로를 시청하지 않았습니다. 책을 읽는데 관심이 없었고 무엇보다도 책 보다 재미있는게 많았으니 (일단 게임이었죠.)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사실 지금은 책 보다 재미 있는게 더 많은 시대입니다. PC, 스마트폰, 태블렛 새로운 기기의 보급은 즐길거리가 넘쳐나게 만들었습니다. 독서라는 행위는 집중이 요구되기에 다른 소비활동과 경쟁에서 밀려 뒤쳐져 버렸습니다.
책, 독서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은 연예, 스포츠, 정치처럼 사람들을 관심을 끌기도 어려울 뿐더라 기껏 내놓더라도 그 생명력이 길지 않았습니다. 방송에는 역동적인 자극이 필요하지 독서처럼 정적이고 개인적인 소재는 어울리 않아 보였습니다.
시청률이 나오지 않을 독서 프로는 더 이상 기획하지 않을 거 같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책을 주제로 한 예능이 나왔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책으로 사람들을 관심을 끌기 어렵다는 사실은 기획한 사람도 알고 있을텐데 시도가 용감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북토크 프로를 하겠다고 했을 때, '그거 분명히 안돼'라며 말리는 사람이 있었을 텐데요.
비밀독서단의 형식은 일반 토크쇼 예능과 비슷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가질만한 하나 고민(주제)룰 제시하고 전문가들이 해결책으로 추전한 책을 읽고 각자의 생각을 토론합니다. 비정상회담의 "~~나 정상인가요?' 책버전이랄까. 출연진 구성이 괜찮습니다. 진행 역할을 맞는 개그맨 정찬우, 예능인이자 래퍼인 데프콘, 지적인 아나운서 출신 김범수, 배우 예지원, 작가 조승연, 남성잡지 기자 신기주입니다.
책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은 진지하고 무거워지기 쉽습니다. 비밀독서단은 책으로 이야기함으로써 교양 분위기가 물씬 풍기지만 무겁지 않는게 장점입니다. 물론 이 조차도 예능이라기에는 너무 진지하다거나 무겁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프로그램 특성상 이 보다 가볍게 만들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데프콘이 예능 센스가 좋은 건 알고 있었지만 독서 프로그램에도 의외로 잘 어울립니다. 간간히 보여주는 기발한 센스도 좋고요. 데프콘은 독서가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의 시선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책의 내용이 어려우면 어렵다고 솔직하게 말해줍니다. 추천한 책이라고 무조건 좋은 쪽으로만 평하지는 않습니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책은 비판적으로 읽어야 하니까.
지금은 대리 만족의 전성시대입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요리하고 먹는 걸 보고, 자신이 직접 여행가기 보다 연예인들의 여행 모습을 보는것으로 만족합니다. 비디오, 온라인 게임도 직접 하기 보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모습을 즐겨 봅니다. ( 저는 유뷰트에서 식물 대 좀비 가든워페어 즐겨 봅니다. 내가 하는건 힘들고 귀찮아서..)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비밀독서단은 대리만족 시대에 책을 대신 읽어 준다는 컨셉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방송에서 소개한 책을 들어보지 않았도 읽지 않았어도 상관없습니다. 저도 대부분 못 본 책들입니다.
같은 책을 두고 서로간의 다른 감상과 생각을 들어볼 수 있는게 좋습니다. 예를 들어 '고령화 가족'같은 경우에 부모의 한국식 내리 사랑과 정서에 공감을 표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부모의 교육 방식이 틀렸다고 지적하는 조승연 작가의 의견도 있습니다. ( 공감갔던거 하나 더 왜 부모님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어야 할까?) 다양한 사고를 들어 볼 수 있는게 이 프로그램의 좋은 점입니다.
인간의 잠재력은 누군가를 미워할 때 최대치가 된다. 이 구절을 보고 악당의 명언을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책을 소개하고 토론하는 것도 있지만 시야를 넓여 주는것도 긍정적입니다. 조승연 작가도 말했지만 책을 읽는다고 하더라도 자기가 선호하는 장르의 책만 읽기 마련입니다. 저도 편독합니다. 소설과 같은 문학을 멀리하고 자연과학, 기술, 사회과학 등 보통 남들이 볼 때 흥미가 보이지 않을 만할 책을 읽습니다. 친구말로는 '넌 왜 재미 없는 책만 읽냐고' 합디다.
비밀독서단은 소개하는 책도 다양해서 소설에서 만화, 사진집까지 폭 넓게 다룹니다. 평소의 취향이라면 건드리지 않을 시집에도 관심이 가고 소개한 소설도 '한 번 읽어 볼까'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행동으로 옮기지 않더라도 해볼까? 라는 생각만 들게 하면 성공이라고 표현해야 되지 않을까.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에는 더 할 말 없이 좋고 책을 읽지 않아도 그들의 토크만으로 재미있는 비밀독서단. 교양과 재미 둘 다 잡고 의미도 있는 프로이니 시청해 보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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