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TV

어셈블리, 시청률만 평가 받기에는 아까운 드라마

네그나 2015. 8. 13. 20:30


저의 취향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없겠지만 저는 드라마를 잘 보지 않습니다. 한국적 코드인 누가 결혼을 하네 마네 하면서 눈에 쌍심지를 켜고 목소리를 높이는 장면은 전혀 흥미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가끔식 보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JTBC에서 방영했던 <유나의 거리>처럼 주류에서 비켜나 있는 드라마를 좋아합니다.




현재 KBS에서 방영중인 드라마 <어셈블리>도 주류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어셈블리(ASSEMBLY)'

를 듣고 컴퓨터 프로그램 언어[각주:1]를 생각했다면 그 사람이 관심사나 직업이 어디에 있는지 추즉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어셈블리는 민주국가 의회라는 뜻이 있습니다. 제목처럼 국회를 배경으로 하기에  여성 시청자들이 선호할만한 로맨스가 전혀 없습니다. 국회에서 연애하는 내용을 넣을 수도 있겠지만 현실성이 떨어지고 제작진도 그럴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어셈블리 포스터


이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도 아주 높은 시청률을 기대하지 않았겠지만 주류에서 떨어져 있다 보니 외면받기 좋습니다. 시청률도 4~5%대라 조기 종영하는거 아닌가 걱정될 정도입니다. 비인기 드라마를 만드는 시도 자체에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문화가 풍성 해질려면 다양성이 높아야 합니다.




현재까지 9화가 방영되었는데 간단하게 내용을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경제시에 용접공으로 일하던 진상필(정재영)은 해고자 복직투쟁을 하다가 경제시 재보궐 선거에서 여당의 출마 권유를 받고 국회로 입성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의 알 수 없는 호의는 조심해야 하는 법. 진상필의 공천에는 계략이 숨어 있었으니...



주인공 진상필은 단순, 무식, 용감함을 갖추고 이름에서 느껴지는 것럼 진상을  부립니다. 수습하기 어려운 사고를 연달아 치나 마음만은 따뜻하다고 그려집니다. 드라마의 전개는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의욕만 앞선채 아무것도 모르던 정치 초보가 성장하는 드라마. 슬램덩크의 강백호의 국회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강백호가 고릴라에게 덩크를 날리고 일류 선수들에게 겁도 없이 싸움을 거는 것처럼 진상필은 감정에 앞서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오늘만 사는 국회의원처럼 그려집니다. 슬램덩크의 강백호를 야생마에서 명마로 조련되었듯 주변사람들이 어떻게 도움을 주고 커나 갈지가 이 드라마의 포인트입니다.


어셈블리 포스터



어셈블리의 장점. 연기자들의 연기가 아주 훌륭합니다. 주인공 진상필을 연기하는 정재영은 캐릭터 소화를 참 잘하고 있습니다. 찌질함과 궁상도 떨어주고  어려운 선택을 앞에 두고 고뇌하는 연기도 보여줘서 몸에 잘 맞는 옷을 입었습니다. 최보좌관 역할을 하는 송윤아도 괜찮습니다. 똑부러지는 참모 역할인 최보좌관은 늘 시댁, 시어미니, 시누이와 싸우는 역만 하다가 중년의 여성 연기자라면 한 번즘은  탐내 볼만한 역이 아닐까 싶습니다.




진상필과 대립하는 백도현의 장현성이나 가끔식 나오는 것만으로 무거운 존재감을 보이는 박영규등 중년 이상의 연기자들이 잘해주고 있습니다. 다만, 김규한 역의 옥택연은 존재에 물음표가 나오게 만드는데 젊은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의도로 보이는데 이 정도는 이해해 줘야겠죠.




어셈블리에서 가장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주는 사람이 있으니 강상호 의원역을 하는 이원재입니다. 사투리 억양하며 행동, 인상이 정말 현역 국회의원 같습니다. 조연임에도 정말 인상적입니다. 상 하나 줬으면 싶을 정도입니다.  앞으로 국회의원 역하면 이분한테 다 가지 않을까. 게다가 코믹도 담당하고 있어서(반청계 아바타..ㅋ) 재미있습니다.



어셈블리

초선의원이고 한 명의 영웅이 나타나 국회와 사회를 바꾸지는 못하겠죠. 기대하기도 어렵고 그런 모습도 그리지는 않을 겁니다.  권력을 얻고 유지하기 위해 배신과 음모가 난무하는 전쟁터 같은 국회에서  계파싸움에 이용 당하던 진상필이 허수아비에서 진짜로 변해가는 모습은 볼만할 겁니다. 

  1. 어셈블리어(영어: Assembly language)는 기계어와 일대일 대응이 되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저급 언어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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