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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비수사 : 유괴범보다 더 무서운 건 부조리

네그나 2015. 7. 16. 21:50

1978년 부산에서 한 부호의 딸인 초등학교 앞에서 유괴를 당합니다. 기약없는 기다림에 지친 은주의 어머니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도사로 알려진 김중산(유해진)을 찾아갑니다. 도사는 공길용 형상(김윤석)만이 은주를 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둘은 은주를 찾기 위해서 비밀수사를 시작하고, 공길용은 김중산의 예언을 황당무개한 소리라며 무시하지만 그의 예언은 점점 맞아 들어갑니다. 모두가 은주가 살해당했다고 생각하지만 공길용과 김중산만은 포기하지 않는데, 마침내...



극비수사는 1978년에 일어난 효주 양 유괴사건을 소재로 했습니다.  요즘 같은 시기에 어린이 유괴사건이 일어나면 전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오를텐데 70, 80년대에는 유괴사건이 빈번했습니다. 곽경택 감독은 이 유괴사건을 해결한 숨은 공신이 있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끼고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수사물에서 콤비를 이루어 활동하는 팀은 서로 상반된 특징을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령 한 사람은 과묵하고 진중한 바면 다른 사람은 유쾌하고 활달한 식입니다. 현장 증거와 자료를 중시하는 이성파와 직감을 중시하는 감각파로 나뉩니다. 극비수사에서 공길용은 예언을 신뢰하지 않는 이성파이고 김중산은 감각파역을 담당합니다.



영화에서 초현실적인 능력을 끌어들이면 구성이 허술해지기 쉽습니다.  치밀한 조사와 수사를 통해서 실체에 접근하는 방식으로 극의 긴장감을 조성하지만 뜬금없이 나오는 '나는 보았다'에서 나오는 예언이니 단순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예언에 의존하다 보니 긴박하게 전개되는 이야기보다 도사와 형사의 관계에 초점을 맞춥니다. 김중산을 신뢰하지 않던 공길용은 맞아 들어가는 예언에 신뢰를 보이기 시작하고 인간적으로 가까워 지는 모습은 예상할 수 있습니다. 다만, 두 사람간의 갈등의 전개와 해소가 다소 미약합니다.





김윤석, 유해진 두 스타를 주연으로 내세웠습니다. 도사 김중산은 연기하는 유해진은 그간 보여주었던 유쾌하고 쾌할한 이미지와 달리 우울하고 진중한 캐릭터입니다. 연기가 나쁘다거나 어울리지 않는 다는 말은 아니지만. 도사역이 유해진일 필요가 있을까? 김윤석은 김윤석입니다. 이 말은 좋게도 나쁘게도 해석될 수 있는데, 늘 보았던 연기 이거나 캐릭터에 적합한 이미지입니다. 개인적으로 김윤석의 연기는 익숙하지만 구수한 면이 있어 좋아하는 편입니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배경색이 많이 없는 편입니다. 오프닝씬을 제외하면 그 시기를 규정짖는 장면은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휴대 전화가 없는 시기라 공중 전화에 동전을 계속 집어 넣는 장면 정도.


극중에서는 휴대전화가 없어서 고생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전화가 처음 등장했을 때, 이 기술이 범죄를 획기적으로 낮춰줄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넷, 휴대전화, 스마트폰까지 등장한 지금은 기술이 범죄를 사라지게 만들거라고 믿지는 않습니다. 기술이 사회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해 줄거라는 믿음은 순진한 생각입니다.




극비수사 (2015)

The Classified File 
7.9
감독
곽경택
출연
김윤석, 유해진, 송영창, 이정은, 장영남
정보
드라마, 범죄 | 한국 | 107 분 | 2015-06-18
글쓴이 평점  



극비수사는 치밀한 수사나 서스펜스가 아닌 사람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포위망을 좁히는 긴장감이 없으니까 일반적인 수사물을 기대하고 보면 실망할 수 있습니다. 유괴사건 보다는 실적과 관할, 책임 소재를 놓고 다투는 관료 사회의 무능이 더욱 눈에 들어옵니다.



유괴범이야 잡으면 되지만 사회를 파먹는 부조리는 어떻게 해결해야 될지 물어봅니다. 최근 계속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은 한국사회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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