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거림

경주 리조트 사고, 꽃을 피워 보지 못한 청춘이 안타깝다

네그나 2014. 2. 18. 23:20

얼마전 지인이 상을 당해서 기장에 있는 추모공원에 갔다 왔습니다. 부산추모공원이 새로 생겨 시설은 깨끗하고 좋았습니다. 고인의 유골을 봉안하는 동안 주위에 둘려쳐저 있는 봉안담을 찬찬히 둘러 보았습니다. 봉안담에는 번호와 고인의 사진이 붙여져 있는데 대부분은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이었습니다. 세상을 떠난 사람을 보다가 눈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나이가 어린 10대, 20대가 눈에 띄였습니다. 가장 어린 나이는 15세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15살이라 그 때 나는 아무런 생각도 없이 살았던거 같은데.' '이 사람들은 사고로 세상을 떠났을까?'



가족들이 봉안묘에 써놓은 글귀가 마음을 애틋하게 했습니다.  미국의 어느 코미디언은 나이 60를 넘어서 죽으면 어떻게 죽든 간에 자연사라고 농담하는 장면이 기억나는데, 삶을 어느 정도 살아본 사람은 괜찮지만 이제 막 봉우리를 피우고 있는 사람이 시들면 안타깝습니다. 연세가 있으신 분이 돌아가시면 '이제 편안하게 쉬실꺼야' 말이라도 건낼 수 있지 어린 사람에게는 할 말이 없죠.


부산추모공원



17일 경주 마우나 리조트에서 10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처음 뉴스를 보았을 때는 큰 사고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사망자가 계속 늘어나는 뉴스를 보니 착찹하더군요. 이제 대학생활을 만끽 하려는 찰나에 변을 당해서 안타깝습니다. 봉안담에 보았던 사진도 생각이 나고 잘려고 자리에 누워도 마음만 싱숭생숭 했습니다.



마우나 리조트 붕괴 사고 원인으로 체육관에 쌓인 많은 눈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체육관 지붕에 쌓인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서 무너져 내렸다고 하는데, 사실 남쪽에 있는 사람들이 눈에 대한 개념이 없습니다. 여기는 눈이 크게 오지도 않을 뿐더러 설사 오더라도 금방 녹아서 사라지기 때문에 제설 작업을 해야 한다는 개념이 없습니다. 물론 눈으로 인한 큰 사고도 겪어보지 않았고요. (아마 경주도 크게 다르지 않지 않을까.)



작년에는 태안 해병대 캠프에서 공주대학교 사범대학 부설고등학교 학생 5명이 사망하더니 올해는 대학 사고. 한국은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언제까지 봐야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죽은 학생과 이벤트 회사 직원도 안타깝고, 즐겁게 놀자고 갔는데 아픔만 격고 돌아온 학생들도 안타깝습니다. 오리엔테이션을 기획한 사람도 평생의 짐을 안고 살아가야겠지요. 다행히 화를 피해서 살아남은 사람의 고통을 겪을테고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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