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가 주는 힘이 있습니다. 파묘, 천만 관객 돌파! 흐음. 파묘는 대중적이지 않은 소재인 것 같은데?🤔 영화가 궁금하기도 했고, 마땅히 다른 영화를 보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전 기본적으로 오컬트 장르에 끌리지 않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흥미를 가지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회의적인 생각만이...
얼마나 무서운가?
먼저 공포 분야(?)입니다. 오컬트, 미스터리 장르인데. 결론부터 말하면 크게 무섭지 않습니다. 중간, 중간 깜짝 놀라게 하는 연출은 있지만 상당히 자제를 한 모습입니다. 대중적인 요소를 많이 고려했다고 할까요. 파묘는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숨을 조여 오는 듯한 압박감을 줍니다. 초반부는 그렇습니다. 사건이 해결되어 가는 후반부는 히어로물 비슷하달까?
영화 보는 데 있어서 '얼마나 무섭냐?'는 질문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저 같은 쫄보는 굳이 돈을 내고 공포를 체험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공포라는 두 글자만 있으면 피해 가는 사람들이 있죠. 캡콤의 글로벌 히트 게임인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조차 호러를 내세우고 있지만 '무섭지 않아요'하는 아이러니한 마케팅을 합니다.
아주 무섭지는 않으니까 긴장할 필요는 없습니다. 많이 무섭지 않다는 요소가 흥행에 성공한 비결 같기도 합니다. 관객들에게 약간의 긴장감을 주면서 공포를 견뎌냈다는 성취감(?)을 주지 않았을까? 반복해서 말하지만 공포는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으니까요.
오컬트에 심드렁하다면
개인취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게. 파묘는 그 세계관에 대한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묫자리 잘 못 써서 불행이 닥치고, 관을 어떻게 하느니 마느니에 따라서 파국이 오느냐 아느냐입니다. 심드렁한 사람으로 그런 생각부터 들었어요. 조상묘를 잘 못 쓰면 큰 일어난다. '아마, 저렇게 가스라이팅해서 사람들을 속이고 돈을 뜯어내는 사람들이 제법 많겠지?' '조상이란 인간은 왜 묫자리 하나 때문에, 그것도 자손과 혈육에 개X랄인가?' '전자기기를 이용할 수 있으면서 왜 문은 못 여나?'
물론 압니다. 개연성 따지지 말고, 그러려니 해야 한다는 것을요. 몰입을 해야 하지만 회의적인 잡생각에 방해를 받더군요. 좀비 영화를 보면서 '죽은 사람이 어떻게 살아나?' 과학적으로 말이 안 되잖아?라고 하면 볼 수 없는 것처럼요. 묘와 풍수지리에 대한 회의를 떠나서, 무당 관련 소재가 주는 압박감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게 그렇지 않을까요? 그들이 하는 행동이나 말투가 사람을 움츠러들게 만든다 말이죠. 영화에서는 신세대 무당의 힙한 모습도 묘사를 한 것 참신했습니다. 영화적인 연출이 아니라, 실제 요즘 무당의 모습이기도 하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무당 세계에도 트렌드가 있구나.
일제 강점기 말뚝을 소재로 한 건 그럴듯했지만, 후반 사무라이 묘사는 긴장감이 떨어지기도 하면서 좋지는 않았습니다. 대중성을 표방하는 영화라서 알포인트처럼 미스터리한 결말로 남길 수는 없었을 것 같기는 합니다. 시원스럽게 해결되는 모습이 보기 좋으니까. 영화의 마지막은 미스터리물의 찝찝함이 전혀 없는 명확하고 보기 좋은 엔딩입니다. 이런 점도 흥행의 한 요소가 아닐까 합니다.
파묘에서 가장 인상적인 인물
영화의 이끌어가는 최민식과 유해진은 따로 말할 필요가 없는 배우들입니다. 연기력이 보장되어 있고 인지도 있는 건 사실이지만 신선함이 떨어지죠. 한국 영화는 비슷한 인물이 자주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점은 숙제가 아닐까 합니다. 파묘에서 처음 알게 된 인물이 있네요. 그동안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부유한 재미교포 박지용역을 하는 김재철입니다. 부유한 배경을 풍기고 있었고, 재미교포 출신인듯한 말투와 인상. 초반부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아주 훌륭하게 해 주어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무당 역할을 하는 김고은이나 이도현도 새로운 느낌을 주었는데,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 나와주는 신선함이 좋았습니다.
놀랍다, 이런 영화가 천만이라니
파묘가 누적관객 천만을 넘어서 1100만까지 갔다죠. 저 역시 거기에 +1을 하기는 했지만. 천만에게 다가갈 영화였을까? 묻는다면? 글쎄요. 감독은 동료들이 매니악한 영화다.라는 평가를 해서 신경이 쓰였다고 하던데. 반복해서 느끼지만 흥행이라는 건 알 수 없습니다. 매니악한 소재로도 천만 영화라는 대히트를 할 수 있습니다.
천만이 주는 임팩트가 있지만, 그 원인을 따지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사후 평가로 이런, 저런 요소가 대중적인 흥행을 이끌어냈다고 하지만. 평가를 받기 전에는 알 수가 없습니다. 최민식인가, 유해진인가 흥행과 대중에 대해서 정말 알 수 없다는 투로 인터뷰를 했는데. 정말 그렇죠. 최동훈 감독의 영화가 그렇게 외면을 받을지 몰랐을 것이고, 공포 요소가 다분한 영화가 천만을 갈 줄은 누구도 예상을 못했을 겁니다.
영화표값이 올라서 사람들이 극장에 가지 않을 거라고 했지만, 이번해에만 서울의 봄에 이어서 파묘까지 천만 영화가 2편 나왔네요. 티켓값 인상이 사람들로 하여금 극장에서 멀어지게 만들지는 모르겠지만 볼 영화는 보게 만든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잘 만든 영화가 반드시 성공을 하지는 않겠지만 성공할 가능성이 여전히 있어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파묘는 대중적으로 만든 스릴러영화인 거 같습니다. 오컬트와 스릴러의 짬뽕처럼 느껴졌는데. 개인취향은 아니었지만 볼 만한 영화가 아니었나? 점수를 주자면 7.8점 정도 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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