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보부장 김재규가 박정희 대통령을 총으로 암살한 10. 26 사건을 다룬 영화 < 남산의 부장들 > 40일전 부터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사실.
1. 동아일보에 연재된 < 남사의 부장들 >을 각색한 영화.
2. 소송을 피하기 위해서 극중 인물의 이름을 변경
3.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영화적 전개를 위해서 픽션을 가미.
30일자 오늘 관객수를 보니 3백 6십만. 무거운 주제를 다룬 정치영화라고 볼 수 있는데 대진운이 좋아서 설날 영화 대전에서 승리를 했습니다. 1시간 반 정도 기다렸다 봤을 정도이니.
◆ 충성경쟁을 유도하는 박정희 용인술
아주 재미있게 보고 있는 토크멘터리 전쟁사에 출연중인 임용한 박사는 리더의 자질 중 하나로 속내를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여러번 밝혔습니다. 리더가 자신의 속마음을 내비치면 부하들이 귀신같이 잡아내 코드를 맞추거나 리더를 속이기 쉽다는 겁니다. 그 누구에게도 손을 잡아주지 마라는 것인데. 영화에서 잘 보여줍니다. 총애를 하는 듯 하며 명확하게 밝히면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일을 스스로 하도록 유도하게 만듭니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사인
임자 옆에는 내가 있잖아... 임자 하고 싶은대로 해
쓰임을 다한 사냥개가 어떻게 될지는 뻔한 일입니다. 리더에게 필요한 자질 중 하나가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을 바꾸는 뻔뻔함입니다. 자기반성을 하고 성찰하는 리더가 없지는 않겠지만 많은 리더가 모순적인 발언과 모순적인 행동을 합니다. 리더의 문제라기 보다는 인간의 가진 한계이겠죠. 그 내로남불.
이희준이 연기한 차지절이 그렇게 개판을 치고 다는 걸 모르지는 않았을테고, 상호간에 견제를 함으로서 자신을 넘보지 못하게 권력을 공고히 유지시킨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충성경쟁을 유도하는 용인술은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이는 난세에 필요한 용인술이 아닌가? 장기독재로 판단력이 흐려졌을지수도 있고, 아무리 뛰어난 왕이라고 해도 장기가 집권을 하게 되면 총기를 잃게 되더군요. 언제나 뛰어날 수 없는 노릇이니까요.
현명한 사람은 스스로 내려올 때을 알고 물러나겠지만 역사에 이런 사람을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스스로 무너지던지 외부에서 무너뜨리던지 둘 중 하나입니다.
◈ 지루할 수 있는 영화를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끌고간다
김재규의 충성이 총성으로 바뀐 10.26사건. 결과를 다 알고 영화를 봅니다. 전개가 뻔하니 사건의 결과를 종잡을 수 없는 긴장감을 주기는 어렵습니다. 영화는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끌고나가는 수 밖에 없습니다. 김재규 ( 영화에서는 김규평 분) 를 이병헌은 밀도 높은 연기를 보여줍니다. 이병헌은 곧 터질 것 같은 화산같은 모습을 잘 표현했습니다. 이게 쉽지 않은 것이. 이병헌의 대사가 많은 것도 아니라서 눈빛, 표정, 제스처로 할 수 밖에 없음에도 훌륭하게 소화했습니다.
<남산의 부장들>에서 아주 좋은 연기를 보여준 이병헌이지만. 12월에 개봉한 <백두산>에서는 실망이었습니다. 녹음이 잘 안되었는지 대사가 잘 들리지 않았고 연기력을 보여주기에는 너무 평면적인 인물이었습니다. 이점은 하정우도 마찬가지라. 누군가 말하던데. 최근의 하정우는 실패를 하지 않으려는 행보입니다. 지나치게 안전한 길만 고집한달까?
배우가 관람객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도록 신뢰를 주어야 하기 때문에 잦은 실패는 곤란합니다. 하지만 너무 비슷한 길만 가는 것도 지루합니다. 예전에 하정우 감독 영화를 신랄하게 깐적이 있었는데 깐게 미안하다고 느껴질정도로 지금의 행보는 실망입니다. 네. 이도 모순입니다. 재미없는 영화에 출연하면 망했다고 까고 안전하게 가면 심심하다고 까고. 하고 싶은 말은 좋은 연기력을 가진 배우라도 좋은 감독과 좋은 각본을 만나야 한다는 것.
이병헌과 연기 맞짱을 뜨는 상대배우는 박정희 대통령을 연기한 이성민. 실제 인물이고 표현하기 쉽지 않은데 훌륭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이성민 연기는 영화 <공작>에서 증명되었기 때문에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또 눈에 띄는 인물은 데보라 심. 실제가 아닌 가공의 인물이고 출연 시간도 짧지만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습니다.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지만 지루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남산의 부장들> 절제미라고 말할 만큼 굴곡이 없이 차분하게 진행됩니다. 누군가에게 따분하고 지루하다고 보일 수 있습니다. 영화는 정치를 배경으로 했지만 <왕자의 게임. 뭐. 보지는 않았지만 > 조폭들의 권력투쟁인 <신세계> 분위기에 가깝습니다. 정치적인 요소는 건조하게 표현되고 권력간의 암투를 더 부각시켰거든요.
제작비도 200억이 넘게 들었는데. 해외 로케는 의문입니다. 굳이 가야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링컨을 배경으로 한 건 확실히 좋은 그림이었습니다. 보자마자 '아, 맞아. 링컨도 암살되었지' 앞날을 예고하니까요. 반면 프랑스 파리는 글쎄. 추격전을 넣어야 했는지 모르겠어요. 지금도 지루하다는 평이 나오는 만큼 다양한 그림을 넣으려 한 의도였을지도.
배우들의 연기력을 보고 싶다면 만족할테고, 영화적인 전개는 굴곡이 있어야 해. 라고 생각한다면 지루하게 보일겁니다.
◈ 역사에 꽃길은 없어. 그게 역사야.
마침내 이루어진 암살. 일어날 걸 알고 있음에도 암살장면은 화산이 터지는 듯하다고 할까요. 허둥거리는 김규평처럼 같이 보는 내 심장이 두든거렸습니다. 김재규의 암살이 어설프게 느껴졌던게요. 그들과 같이 있던 여자들. '그 두명을 처리했어야지.' 목격자의 입은 막아 두는게 훗날 유리하니까. 옛날에 같으면 '그러면 안돼.' 할텐데. 속세에 찌들었을까요. 냉정한 생각부터 합니다. 김재규는 목적을 위해서 냉정함을 보이는 인물이 아니었을 수도 있고, 당황해서 생각 못했을 수도
마지막의 선택. 중정이냐? 육본이냐? 역사의 갈림길이었는데. 그가 어디로 가든 달라졌을까 싶습니다. 다른 길을 갔다 한들 대한민국에 더 밝은 미래가 나타났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더 작은 혼란, 더 큰 혼돈이 보였을 수 있지만 혼란이라는 큰 줄기는 달라지지 않을 거 같습니다. 아랍의 봄 이후, 중동의 독재자가 사라진 이후. 모든게 끝났을 것 같았지만 그건 새로운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한국 역시도 그 거친파도를 헤쳐 나가야 했던 겁니다.
2차대전을 일으킨 세기의 악당. 히틀러. 만약 히틀러가 없었다면 그 역사의 소용돌이가 일어나지 않았을까? 전 아니라고 봅니다. 더 작을 수는 있겠지만 혼란 그자체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보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역사는 운명과 같은 정해진 경로가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그 보다는 피할 수 없는 역사적인 흐름이 있다고 보는 쪽입니다.
역시 임용한 박사가 한 말인데. "역사에 꽃길은 없다." 한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해 굴곡과 성장통을 겪듯이 우리의 역사도 그런길을 걸어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꽃길을 걷는게 좋았을까? 꼭 그렇지도 않은 게 가시밭길을 스스로 걷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걷게 하더군요. 역사에도 공짜는 없어 보입니다. 무엇을 지불하느냐? 얼마만큼 지불할 수 있는냐겠지요.
※ 인터뷰
[인터뷰] 영화 ‘남산의 부장들’ 원작자 김충식 가천대 부총장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262&aid=0000012828
인터뷰+ㅣ'남산의 부장들' 우민호 감독 "10.26, 소재가 갖는 선입견 알죠"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15&aid=0004279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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