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 짠돌이 문화에서 외장하드 사건은

네그나 2019. 6. 11. 23:18

미국의 쇼핑 사이트 아마존. 아니 이제 아마존을 쇼핑 사이트로 규정하기에는 애매합니다. 우리 같은 일반 소비자들에게야 직구 사이트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들의 강점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 들면서 뻗어나가는 확장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아마존에서 한국인으로 12년가량 재직 경험을 풀어놓은 책입니다. 잘 나가는 거대 기업의 경험담은 흔합니다.  지금 같은 동영상 시대에는 유튜브에다 "아마존 12년 다녔던 썰 푼다" 식으로 올릴 겁니다. 말발이 돼야 하겠지만.

 

 

입사 초기 면접 과정부터. 재직 과정에 부딪히는 문제 해결을 보여줍니다. 흔하디 흔한 '노력해서 행복하게 되었다'는 내용은 아닙니다. '나는 할 수 있다'는 자기 계발 구호 시대는 지나갔고 자기 체념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보기에 요즘은 이런 식의 책을 내놓는 게 인기가 없을 겁니다. 출판사도 팔릴 만한 책을 만들어야 하니까.

 

 

 

◆ 족쇄 채우기

 

미국 기업. IT기업 답게 우리와 기업문화가 다릅니다. '첫날 화장실에 가도 되느냐?'라고 묻는 질문에 상사는 외계인을 보는 듯했다. 아직도 많은 기업이 그럴걸요. 자세가 조심스러운 신입사원이라면 더 그럴 테고요. 영화 쇼생크 탈출이 생각나는군요. 모건 프리먼이 역을 맡은 레드는 출소 후 마트에서 일을 하게 되는데, 상관에게 물어봅니다.  '화장실에 가도 되느냐?'라고

 

죄수 마인드입니다. 자유를 박탈당하고 행동 하나하나에 허락을 맡아야 하는 죄수. 가장 심한 조직이 군대이고. 요즘은 좋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가혹한 의무입니다. 어쨌거나 강제징병이니까. 성인이라는 명목 하에 온갖 의무를 다 떠넘기지만 권리를 주지 않죠. 지금은 군대에도 휴대폰도 반입이 된다고 하지만 아직도 멀었습니다. 컴퓨터도 반입해야 하고 아이패드, 플스, 엑박 같은 거도 가져도 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콘돔 같은 것도 국가에서 의무적으로 줘야 한다고 봅니다.

 

남자들이 군역을 지긋지긋해 하는 이유가 염전 노예나 다름없는 생활 때문이겠죠. 국가는 그 착취를 신성한 병역의무라는 싸구려 포장을 할 뿐입니다. 예비군이고 뭐고 다 끝이 났지만 군역에 대해 아주 부정적입니다.  대한민국을 바꾸려면 병영문화를 뿌리 뽑고 후손들에게는 강제 징용되지 않는 나라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봐서요.가끔 통일 해도 징병제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럴거면 왜 통일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군대는 그만하고. 아마존은 굉장히 자율적입니다. 갓 입사한 신입사원이 프로젝트 책임자가 되어 주도적으로 일을 해야 하는 문화입니다. 일하면서 음악을 들어도 되는지, 회의에 늦어도 되는지, 퇴근은 언제 해야 하는지 신경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문화였지만 가장 놀라웠던 건 육아를 병행하는 직장맘들은 아이들을 데리러 중간에 퇴근하는 걸 당연시 여긴다는군요.

 

 

반대로. 한국의 기업문화는 자율적이지 않습니다. 출근 시간이 정해져 있고  직원이 주도적으로 행할 수 있는 여지가 적습니다. 문화의 차이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차이일수도 있습니다. 유연하게 근무할 수 있는 서비스나 IT와 달리 제조업은 시간 엄수가 중요하니까요. 절차와 규율을 통해 족쇄를 채웁니다. 한국은 병영문화까지 플러스입니다. 저자가 근무했던 환경은 자율적이었을지 몰라도 물류를 담당하는 곳에서는 직원들의 걸음수까지 통제를 한다고 하니까 국내보다 더한 환경입니다. 아직도 제조업이 강세를 보이는 한국에서 자율적인 환경은 낯설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아마존 같은 IT기업들이 마냥 좋은 건 아닙니다. 그들은 자유를 주면서 어떻게 족쇄를 채우는지 알고 있습니다. '일은 네가 하고 싶을 때  해' 하면 좋을까? 자발적으로 야근을 하거나 퇴근 후 집에서도 일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왜 그런지 잠깐만 생각을 해보면 알겠죠.

 

 

◈ 아마존 10 테라 외장하드 대란. 그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까?

 

몰랐던 사실인데. 아마존은 유통업을 기반으로 해서인지 짠돌이 문화라고 합니다. 역시 국내 기업으로 유통기반인 롯데그룹도 짜다고 들었는데 통하는 게 있는 걸까요? 문을 가지고 책상을 만들었다거나 자판기에 불을 꺼놓는다거나 사소한 부분에도 비용절감에 신경을 많이 쓰는 문화라고 합니다. 킨들 개발할 때만 하더라도 팀원들에게 하나식 줄만도 하건만 끝끝내 안 줬다고 합니다.

 

아마존에 최근 떠들썩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10 테라 외장하드가 불과 80달러. 엄청난 할인 가격에 사고 보자고 몰려들었습니다. 끝내 가격 오류로 밝혀지기는 했고 사과의 의미로 20달러 기프트를 주었습니다. 책을 읽어보니 아마존 같이 비용절감에 목을 매는 회사라면 그 담당자는 확실하게 책임을 지겠습니다.

 

일부 사람들도 못마땅한 점이. 터무니없는 가격 오류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아마존 상담원에게 왜 꼬치꼬치 물어보는지 모르겠어요. 먼저 주문한 상품을 받은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하라고요. 그걸 다 보내줘야 하나? 대인배 같은 회사라서 잘못된 주문이라도 손해를 감수할 것이다? 그런 회사는 없겠죠. 누군가에게 책임을 씌우겠죠.

 

 

 

 

 

◈ 저런 사람도 고민을 하는구나.

 

영어도 가능하고,  아마존이라는 거대 기업에서 12년을 근무해서 꿀리지 않을 거 같은데 직장인이라면 할만한 고민을 합니다. 한 가지 웃기다고 해야 하나. 특이하다고 해야 하나. 자신의 강점으로 꼽은 게 한국어를 잘한다와 게임을 잘한다는 것. 저와 공통점이 있지만 그렇다고 같은 의미는 아니겠죠. 겸손일 수도 있지만 경쟁이 심한 아마존에서 버티기 어렵다는 의미로도 들립니다.  영어를 잘한다는 것과 의사소통, 커뮤니케이션을 잘한다는 것과 다른 의미이기도 하고.

 

 

아마존에 다녀도 비슷한 고민을 하는구나. 싶고요. 큰 걱정 안 해도 될 거 같기도 하지만 그 자리에 있어 보지 않았으니 모르겠죠. 로또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인 게요. 1등을 하거나 돈이 많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돈이 많은 문제를 해결을 해줄 겁니다. 하지만 또 다른 고민을 안기겠죠. 이게 생각의 크기라고 해야 하나. 가져보지 못 한자들의 그릇이라고 봅니다. 경험을 해보지 않았으니 알지를 못하고 마냥 낭만적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아마존에서 근무한 사람이라 그런지 아마존과 그 문화를 호의적으로 바라보는 편입니다. 가끔은 물류 센터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알리기도 하지만 그건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분야이니까 할 말이 없을 겁니다.

 

 

전 그렇게 생각해요. 누가 이야기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동물이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는 이유가 그들의 권리가 보장되면 자연스럽게 인간의 권리도 보장된다는 논리였습니다. 비슷하게 기업문화를 볼 때 가장 아래층에 있는 사람을 봐야 한다고 봅니다. 휴가가 며칠이에요. 호화로운 사내 카페테리아가 있어요. 출퇴근이 자유로워요. 당연히 능력 있고 잘난 사람들에게는 잘 대해주겠지요. 그렇지 않은 사람들. 그럴 필요가 없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대우를 하는지 보면 됩니다. 그러면 자신 있게 말할 기업은 별로 없을 겁니다. 원래 밑바닥은 신경쓸 필요가 없거든요. 폼 나지도 않고 홍보에 이용하기에 마땅찮으니까요.

 

 

구글, 애플, 아마존 등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능력 있고 대단한 기업이기는 하나 좋은 기업은 아닌 듯합니다. 아니 좋은 기업을 찾는 게 허상일지 모릅니다. 기업이란 조직은 어쨌든 이익창출을 목적으로 모인 사람들이니까. 하지만 가끔씩 잊어버리죠. 대단한 기업들이 좋은 기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게 착각인지 알면서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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