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초보비행으로 길 잃은 새. 애타는 어미새

네그나 2018. 4. 30.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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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 내려갔습니다. 자동차 보험 만기가 다가와서 주행거리를 사진으로 찍어서 제출해야 했거든요. 지하주차장에 있던 차였는데, 무언가 이상합니다. 새똥 자국이 옆으로 주르륵..


??? 아니. 이게 뭐지. 주자창에 새똥 맞을리가 없고. 다른 장소에서 맞았나? 시동켜서 계기판을 사진으로 찍었습니다. 문을 닫고 가려는데. 작은 새가 눈앞에 있더군요.


"얜, 뭐야? 지하주차장에 길을 잘 못 들었나?"


눈 앞에서 빤히 보고만 있길래, 잡으려는 시늉을 했더니 후다닥 날아가버렸습니다. 잘 못 날아들어왔나 보네. 가려고 했지만 다급하게 울어대는 소리가 났습니다. 다른 새가 천정에 앉아서 계속 울고 있었습니다. 그러보 보니 앉아 있던 새가 조금 작기는 했습니다.


그 순간, 상황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새끼 새가 주차장으로 잘 못 날아들어왔고,  어머니 옆에서 보호(?), 응원(?)을 하고 있었던것. 차에 난 새똥자국은 얘네들 소행이었던것입니다.


새끼새가 잘 날지를 못했습니다. 가만 보니. 이대로 두면. 오고 가는 차에 밟혀서 죽던지 아니면 굶어 죽을 판이었습니다. 바닥에 가만히 앉아 있는 새를 조심 스럽게 잡으려 했습니다. 지친건지 모르겠지만 잡기 전까지 저항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잡은 애가


바로 요녀석입니다.  박새 종류인거 같은데 정확한 종은 모르겠고요. 감싸 쥐니 반항을 하기는 했지만 심하지는 않았습니다.작고 포근한 송뭉치를 앉은 느낌이랄까.


이 녀석을 데리고 나가기 전에. 어미새를  찾아 보았지만 아무리 봐도 안보였습니다. 조금 전까지 찍찍이더니 도대체 어디로 간거야? 내가 밖으로 데리고 나간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보이지 않고, 어미가 보았다면 아마 포식자 손에 영락없이 잡힌 꼴이었었겠죠. '망했어!'


어디에 둘까 하다? 처음에는 주차장 부근의 화분에 놓았습니다. 그런데 여기 두면 안될꺼 같았어요. 오고 가는 사람도 많고, 인적이 드물고 깊숙한 곳에 놓아주었습니다. 사실 놓았다기 보다는 놓친거지만. 이 녀석이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포악한 인간의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몸부림을 쳤거든요. 날아도 멀리는 못갔습니다. 영락없는 초보비행. 서투른 운전.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다행히 어미새가 밖으로 나와서 계속 울어댔습니다. 영문을 모르는 아파트 사람들은 시끄럽다고 여겼을듯 합니다. 웬새가 계속 울어대는 통에.


내가 할 일은 이 정도면 됐다 싶기는 했지만 찝찝했습니다. 혹시 고양이가 발견하고 물어가지 않을까? 할 수 있는 일도 없기도 하죠. 키울 것도 아니니. 어미품에서 독립을 하기 위해서 힘차게 날개짓을 했지만 새끼새는 고생을 하는군요. 옆에서 도와주지 못하고 애처롭게 울어대는 어미새만 처량해 보였습니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자식을 바라보는 심정이 다르지 않다는 걸 느꼈고요.


어릴 때 이와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 때는 참새였는데. 새끼 새가 잘 날지 못하고 허우적 거리고 있었고. 어미와 아비로 보이는 전깃줄 위에 앉아 아주 열심히 짖어 대고 있었던. 어린 마음에 봐도 속이 타들어 가는 구나. 느꼈습니다. 아마 인간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빨리 날아올라. 어서' 정도가 아닐까.


이 장면이 강하게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신기한 건. 이 뒤 씬이 기억이 안납니다. 대야에서 허우적 거리는 새끼 참새와 짖어대는 부모새만 기억이 있습니다.


주말은 계속 주자창에서 허우적거리던 새만 생각납니다. 이제 세상을 향해서 첫 걸음을 뗏는데 허무하게 무너지고 마는거 아닌지.


아마. 잘 날아갔겠지요.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고양이가 물어갔거나 기력에 쇠해 힘이 빠져 죽어 모습은 상상하기 싫군요. 새끼새의 다소 서툴렀던 초보비행으로 끝이 났으면 좋겠습니다. 무사히 살아 남아 후손에게 지저귈 수 있는 새가 되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의 부모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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