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거림

한국인은 왜 한상 가득 차려놓고 먹을까?

네그나 2018. 2. 19. 22:55

저희 아버지는 식사하실 때, 냉장고 있는 반찬을 죄다 꺼내놓고 하십니다. 식탁에 푸짐하게 차려놓고 먹기를 즐겨하시지만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식탁에 놓을 반찬은 딱 세가지면 된다. 그 이상은 불필요하다.' 주의 입니다. 반찬을 펼쳐 놓으면 집중도 안되고 보기에도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한정식 음식점을 가보면 알겠지만 상가득 나옵니다. 음식 평론가 황교익이 그랬나요? 한정식은 원래 전통이 아니라고.. 사실.  음식. 식문화에서 원래라는 말 자체가 무의미할 수 있습니다. 김치, 고추부터 따지고 보자면 원래라고 말할 수 있는가가 의문입니다.


주영하 저 <한국인은 왜 이렇게 먹을까?>에서 제목에 대한 챕터가 나옵니다. 언제부터 한상 가득 놓고 먹는지가 궁금했었습니다. 이 책은 음식이 아닌 식문화에 다룬 책이라 흥미로운데, 음식을 내놓는 방식도 분류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레스토랑은 개인별로 음식이 제공되는 개별형이며,  한 식탁에 앉지만 요리를 한 그릇에 담는 <공통형>이 있습니다. 한국처럼 공간전개형이 있습니다. 모든 반찬을 공유하는 방식입니다. 조선 왕실에서는 러시아 방식처럼 음식이 차례대로 나오는 시계열형이었다고 합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는 일부 언론에서는 한국의 공간전개형 방식의 문제삼기도 했다고 합니다. 서양 음식이 시계열 방식으로 서비스되는데 한식은 그렇지 않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지금도 한국인과 한국언론은 외부세계의 시각,특히 서방의 시선에 민감한데 그 시절에는 더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식문화 소개하기 방식에서 가장 마음에 안드는 건 음식을 고유명사로 불리게 하지 않고 변형시킬려고 한다는 점입니다. 태국 똠양궁처럼 명사 그 자체로 불려야 마땅한데. 되지도 않는 단어로 바꿀려고 합니다. 떡볶이는 떡볶이로 부르면 될입니다.


다시 돌아와서, 한식을 서양처럼 시계열로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사람들의 호응이 없었다고 합니다. 한국인들은 음식을 배부르게 먹는 걸 중시하고, 공간전개형 상차림이 포만감이 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제 시대가 흘러서 한국인들의 공간전개형, 공유형 상차림 방식은 한국 고유의 특징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전 공간전개형 방식을 싫어하는게 효율성 문제입니다. 반찬을 많이 펼쳐 놓으면 설거지할 거리가 늘어납니다. 먹지 않아서 낭비되는 음식도 많아 집니다. TV에서 설거지를 하지 않기 위해 종이컵을 사용하거나 음식물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 과일을 먹지 않다는 걸 알고 신선하게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와 설거지 거리를 한 가득 만들어 놓는 우리집 식문화와 비교하면 그렇습니다.


결정적으로 한 상 가득 차려 놓는 방식은 가정내 노동이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그 많은 반찬을 모두 살까요? 재정에 여유가 있는 사람은 그렇겠지만 대부분은 직접 만들려 할 겁니다. 그걸 누가 만드나요? 남자도 요리를 하는 시대이지만 어머니나 여성이 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손님이 오면 힘들어 했습니다.  그 많은 음식을 직접 준비해야 하니까.


맞벌이가 보편화 되는 이 시기에 가정 내 일을 하나라도 줄여야 합니다. 전 가능하면 주방일도 아웃소싱 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음식 준비를 아웃소싱 한다고 해도 놀랄일은 아니겠죠. 교육 부터 해서 많은 일이 외부로 맞겨 졌습니다. 옛날 생각나네요. 김치를 가정에서 직접 담그지 않는 일이 뉴스에 나올 정도였지만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사먹는 시대로 변했습니다.


요즘은 못 먹어서 아니라 많이 먹어서 힘들어 하는 시대이니 한 상 가득은 더더욱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음식점은 남겨지는 그 많은 반찬을 재활용 할 수도 없고 그대로 버려지기 마련인데 낭비가 따로 없습니다.


양에 포만감을 느끼는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맥주 한 잔을 마셔도 더 맛있고 내 취향에 맞는 걸 선호하는 시대입니다. 공간전개형이 원래 우리방식이 아니었듯이 미래에는 변할 수 있다고 봅니다. 개인화, 파편화, 혼술, 솔로 시대에는 변화가 불가피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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