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거림

그 때는 몰랐지. 이럴줄은

네그나 2017. 12. 19. 22:40

탁상 달력을 보니 20일날이 휴일로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무슨날인가? 그렇습니다. 원래 대로라면 12월 20일이 대통령 선거일이었습니다.  박근혜가... 블로그의 정통성을 지키고자 웬만하면 전 대통령이라고 붙여주고 싶지만 이 사람은 그러고 싶지 조차 않습니다.


탁핵당하지 않았다면 과거 처럼 12월 겨울 대선이었을 겁니다.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역사적인 탁핵이 이루어졌습니다. 그 다음은 다 알다시피 문재인 대통령 시대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로 이제서야 제대로 돌아간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하나둘식 밝혀지는 사실을 보면 "나라꼴이.." 란 말이 저절로 나옵니다. 대통령 당선 이전에는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잘하고 있습니다. 열성지지자도 아닌데.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건 아니겠지요.


어쨋거나 이 달력을 제작할 시점은 2017년을 준비하는 2016년 11월 즈음이었을 겁니다. 달력을 제작할 때만 하더라도 12월 20일이 더 이상 의미있는 날이 되지 않을 거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 때는 몰랐다를 하나 더 꼽아 보자면 바로. 요즘 핫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입니다. 2017년을 뜨겁게 달구는 있는 아이템 중 하나이고 지금도 진행형입니다. 천정부지로 솟아오르는 가격을 보고 있자면 저 조차 솔깃하더군요. '소소하게 치킨값 정도로 벌어볼까?' 생각하다가도 곧 단념했습니다.


저도 치솟아오르는 거품에 몸을 담그고 싶지만 그럴만한 배짱이 없는게 첫 번째 이유입니다. 투기판에 뛰어 드는 일도 아무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체질적으로 겁이 많은 저 같은 사람들은 안 됩니다. 가끔 타고난 성정을 원망하기도 합니다. '이놈의 소심한 성격'


두번째 이유는 바로 과거의 경험입니다.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한 때 국내에서 중국 펀드의 열풍이 일어났습니다. 미래에셋 미차솔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으시겠지요? 대부분 쓰라리겠지만...


중국 펀드 열풍의 막차를 올라탄게 저 였습니다. 그전까지는 거품에 휘말리는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비웃었습니다. 그게 바로 내가 될줄이야. 처음에는 똑같았습니다. 그냥 용돈이나 벌 정도로 시작하자. 그랬더니. 팡팡 뛰어 오르는게 아니겠어요?


저의 소심함을 탓했습니다. '그 때 과감하게 뛰어들었다면 지금과 달랐잖아.' 지금도 늦은건가? 아직 기회가 남은건가? 고민을 하다 추가로 들어가니. 네 그 때 이후로 '가즈아'[각주:1]모드로 변하더군요.


차가운 현실을 받아드는 것 역시 쉽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부정하다가 곧 저의 어리석음을 탔했고 나중에는 순응. 사실상 포기했습니다. 그래도 하나 장점. 그전까지는 저의 소심함을 탓했지만 그래도 겁은 나는지라 큰 돈을 넣지 않았습니다.


못마땅했던 소심함을 저를 살린겁니다. 가지고 있는 돈 몰빵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전세금을 넣니 퇴직금을 넣니 마니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 사람들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무런 말이 없죠. 패배자, 실패자들은 무대 뒤로 조용히 사라지는 법입니다.



사실, 비트코인이 실체가 있냐 없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누군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비트코인 하나와 빵 한 조각이 있다면 실체가 있는 빵을 선택할건가?그걸로 내 지갑을 불릴 수 있냐 없냐고 중요한거지. 보통 주식투자도 그런 양상 아닌가요? 기업의 가치 따져보는 사람 못 보았습니다. 어떤 기업이 되었든 간에 빨간색 만들어 주면, 내 돈 불러주면 아무런 상관 없다는 태도였습니다.



신문기자가 IT기업에 입사하게 된 일을 다룬 <천재들이 대참사>란 책을 일고 있는 중인데. 대외적으로 보이는 이미지와 현실을 적나라하게 밝힙니다. 그들은 IT라는 거짓을 팔고 있었습니다. 책을 읽고 있는 도중에 무슨 생각을 했냐 하면 IT는 벌거벗은 임금님의 재단사일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환상을 보여주면서 어떤게(보통은 기술) 가치가 있다고 주장을 하는데 그게 진짜일까라는 겁니다.



지금도 그래요. 비트코인을 비롯해서 투기판으로 보이는건 사실입니다. 튤립부터 시작해서 뉴턴의 투자 실패 사례 등등 흥미진진한 거품의 역사는 유구합니다. 그래도 '이건 투기판입니다. 위험해요'라고 못하겠네요.  왜냐하면 그건 직접 겪어 봐야 확실하게 알기 때문입니다. 그전까지는 몰라요. 지금 넘어 간다고 하더라도 다음번의 오는 유혹을 견딜수 있을까요? 차라리 빨리 실패해 보는게 나을지도 모릅니다.



가상화폐로 누군가는 인생을 바뀔테고. 다른 누군가는 다른식으로 인생이 바뀌겠지요. 아니면 인생의 교훈을 하나 얻게 되던가.


비트코인 화제가 되면서 이 에피소드가 기억난 사람 많을 겁니다. 2010년에 한 사람이 비트코인 만개로 피자를 사먹어서 화제가 되었다는 에피소드. 그 뉴스를 들었을 때만 하더라도 저 사람 운이 좋네. 하고 말았습니다. 지금은? 현재 비트코인 1만개 시세는 200억 이상이라고 합니다. (비트코인 시세가 워낙 들쭉 날쭉이라..)



물론 피자를 먹지 않고 들고 있었더 하더라도 중간에 팔아치웠을 겁니다. '이게 웬 횡재냐' 하면서. 올라가는 가격을 보고 마음이 동하지 않을 사람은 없습니다.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라면. 어쩔 수 없죠. 어쩔 수 없는 겁니다.


그 때는 이럴줄 몰랐으니까요.

  1. 한강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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