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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대국이라는 이세돌 대 알파고의 대결은 어떤 제목의 뉴스가 나올가 될까. 이세돌이 이긴다면

'인공지능, 아직 바둑은 안돼' '이세돌, 한 수 가르쳐줘' 라는 제목이 나왔겠지만 알다시피 2 : 0 완패. 알파고는 일반적인 예상보다 휠씬 강했습니다.



바둑 중계를 보면서도 놀라웠던 것 중 하나. 해설도 알파고의 의도를 짐작도 하지 못했습니다. "프로기사 1000명에게 물어봐도 저기에 둘 기사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저건 인간이라면 도저히 둘 수 없는 수이다"  "알파고가 무슨 의도로 저곳에 뒀는지 알 수가 없다" 그들도 수년, 수십년 동안 바둑을 파왔던 전문가들인데도 그렇게 말합니다. 




알파고


바둑은 경우의 수가 너무 많고 복잡하기 때문에 컴퓨터가 어려울 것이라는 대국전 반응이 무색해졌습니다. 바둑이 그런거라고 하나 해설마다 해석이 다르고 형세파악을 힘들어 하는 바둑전문가들은 보면서 '바둑을 이해하지 못하는건 오히려 인간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보니 구글이 이세돌에게 도전장을 내밀었을 때 의도를 파악해야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5 : 0 승리를 예상했고 이세돌 스스로도 질 자신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벤트를 기획하는 구글의 입장에서 보자면 알파고가 5 : 0으로 완패 당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을까요? 아닐겁니다. 적어도 대등하게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을 것이고 내부적으로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도전을 걸어왔을 겁니다.



두려움이 없다면 용기도 가질 필요가 없다


알파고가 뛰어나 보이기도 하지만 화면으로 비춰진 모습만 보자면 이세돌은 심적인 부담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듯 보입니다. 승부의 세계를 살던 사람이지만 한 순간에 인류의 대표가 되어 버린다면 누군들 그렇지 않을까요? 반면 알파고는 그저 현재에서 이길 수 있는 최선을 수를 둘 뿐입니다.주변에 기대에 부응할 필요도, 이전 승부에 대한 후회도 기쁨도 없습니다. 알파고는 감정이 없다는 점을 강점입니다.



'바알못'이라 잘 모르지만 대국중계를 보면서 놀라웠던 건 두려움이 없다는 건 얼마나 대단한가 였습니다. 물론 두려움은 우리가 살아있기 위해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감정이지만 특정 분야로 한정지으면 불필요할 수 있습니다. 알파고는 전투에서 패배하더라도 결국 전쟁에서 승리하는 큰 그림을 그렸습니다. 인간이 할 수 있을까? 질지도 모른다는 손해를 감수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2008년 금융위기를 미리 예측해 거액을 벌어들인 사람을 그린 영화 <빅쇼트>  영화 제목이기도 한  ‘빅 쇼트’는 가격이 하락하는 쪽에 베팅하는 것을 의미하는 주식용어입니다. 해변에서 사람들이 신나게 파티를 하고 있을때 쓰나미가 오게 될 것을 알았습니다. 그들은 앞으로 닥칠 파국을 알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판을 짜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이 미리 알았다는 사실도 중요하나 또 한가지 필요한게 있습니다. 그림이 맞아 떨어지기까지 시간이 걸렸습니다. 허나 투자자들은 손해를 참기 어려워했습니다. 급기야 그들은 투자한 돈을 돌려주지 못한다는 일방적인 선언을 해버립니다. 그들은 보상을 받은 것 미래를 예측한 혜안과 두려움과 고통을 인내한 대가이기도 합니다.





바둑을 두는데 옆에서 '지금 전투에서 지지만 결국 이기게 된다' 수를 말해줘도 그대로 따라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전투에서 보는 손해가 머리에서 계속 맴돌며 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극복해야 하는 것은 쉽지 않을 일입니다. IBM '딥블루'에 패했던 전 세계 체스 챔피언 게리 카스파로프은 인간과 기계가 서로 다른 결정적인 차이로 '흔들림 없는 일관성'(relentless consistency)이라고 설명했습니다.의식하지 않고 그저 앞으로만 나아가는 존재.



투자에서도 느꼈습니다. 나는 투자에 적합한 소질을 가지고 있지 않구나. 2008년 그 패닉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까? 누군가 옆에서 지금은 손실이지만 견디면 보상이 온다고 말해도 글쎄요. 그렇다면 과거의 사례를 참고 삼아 미래에는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지도 않을까요? 아니요. 별차이 없을 거 같습니다. 두려움이란 감정을 도려내지 않는 한 패닉에 빠지는 것 같을 겁니다. 누군가는 극복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아닙니다. 대부분 사람들도 마찬가지일겁니다.



얼마전 읽었던 사이코패스들과 인터뷰가 떠오릅니다. 그들은 용기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용기가 미덕이라고 말하찮아. 그런데 애당초 용기가 필요하지 않다면 어떨까? 그러니까 애초부터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그 두려움을 극복하지 위한 용기도 필요없겠지.

바둑명언에 반전무인(盤前無人) 앞에 있는 상대를 의식하지 말고 두어라. 사이코패스가 말하는 상태와 비슷하게 보였습니다. 두려움도 용기도 필요하지 않은 상태 도달 가능할까? 알파고처럼요. 그 정도라면 이미 인간을 초월한게 아닐지.



인공지능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이세돌은 눌러 버리는 알파고에게 놀라움을 느낍니다. 잠시 생각을 해보면, 거액의 돈이 흘러가는 투자시장에서는 얼마나 똑똑한 인공지능이 활약하고 있을까요. 우리가 모르는 존재들 말입니다. 구글은 이세돌이 돌을 던지기 30분전에 이미 승부의 결과를 알았다는 말이 있습니다. 투자의 세계에서는 이럴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는 낭떠러지로 향해 달려가는 이들이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들만이 자신들의 운명은 모른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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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프로필사진 shg 투자에 대해서 잠깐 말하자면, 가치투자자들은 오히려 하늘높이 올라가는 '주식' 에 대해서 '공포' 를 느낍니다.
    투자의 관점에서 '공포' 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반대로 '폭락할만큼 폭락해서' 싼값이 된 주식에 대해서 가치투자자들은 오히려 안심을 느낍니다.
    2016.03.30 22:52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negna.tistory.com BlogIcon 네그나 저는 그게 참 안되더군요.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실제 행동으로 들어가면 결국 달라지는. 투자를 하면서 성격엗 대해서 성찰하게 되었는데, 과연 나의 행동과 사고방식을 어디까지 바뀔 수 있을까? 자신있게 답을 못하겠더군요. 오늘의 반성과 후회를 담아 내일에는 더 나아졌으면 좋겠으면 좋겠지만 다음에도 똑같은 루틴 반복될 것 같아서 슬픕니다. 2016.04.03 23:1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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