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TV

지니어스. 비범함을 넘을 수 없는 평범에 관하여

네그나 2014. 12. 11. 23:51

평범함이 비범함을 이긴다는게 상당히 어려운 일이네.....


지니어스 11화에서 최종 탈락한 최연승 인터뷰 중 말입니다. 장동민과 오현민을  넘어보고자 했으나 끝내 넘지 못했던 벽. 패배를 인정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느껴졌습니다. 사실, 최연승도 평범이라는 범주에 넣기는 애매합니다. 과학고 출신에 한의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한의사입니다.아마 그도 다른 사람들에게 거대한 벽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경험을 많이 선사했을 겁니다. '저 놈은 도저히 이길수가 없어'






엄친아로 분류됨에도 공감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노력을 하고 애를 써봐도 주어진 한계선 이상 올라갈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는 왜 이 정도 밖에 안되는가?' 자신에게 느끼는 실망. 이어지는 작아짐. 많은 사람들이 한번즘 격어 보았던 이 같은 감정이 전달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쨋거나 오현민에게 보여지는 그 영특함은 따라가기 어려워 보입니다. 핵심을 파악하고 빠른 시간에 최선의 수를 찿는 능력과 적절한 배짱까지 가지고 있으니까 대적하기 어렵습니다.  오현민과 비교하면 지력이 있다는 다른 사람들마저 평범하게 보이도록 만듭니다. 평범한 사람들, 평범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 어떻게 해야하지?



하지만 그 비범과 평범은 상대적인 시각입니다. 평범과 비범은 누가 판단하고 가를까?  < B급 전성시대>에 이른 예가 나옵니다. 한 때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격투기 K-1은 최고의 입식파이터를 가리다는 취지의 대회입니다.K-1에서 우승이나 준우승을 거둔 선수는 킥복싱과 가라데 출신이고 두 가지 종목은 일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킥복싱은 무에타이의 강함을 실감한 구로사키 겐지가 가라데와 무에타이의 장점을 합쳐 고안한 무술입니다.



K-1에서는 무에타이 선수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습니다. 무에타이 선수들이 즐겨 사용하는 팔꿈치 공격(속띠), 목씨름(빰), 무릎차기 공격(빰 탱가이)를 모두 금지시켜 놓았습니다. 스포츠는 같은 규칙을 모두에 적용하고 공정하게 적용함으로 승자와 패자를 가리지만 그 같은 규칙이라는게 모두에게 같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지니어스의 세계는 기본적으로 보드게임에 강한 사람이 유리합니다. 게다가 베팅이 승부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게임이 많기 때문에 도박사 기질과 적절한 배짱이 있는 사람이 유리할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렇기에 단순히 지능이 뛰어나는 특징으로는 부족합니다. IQ가 170이 넘는다는 수학강사 남휘종이 게임에서 아주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았습니다. 반면 소리만 지를것 같았던 장동민은 핵심을 재빨리 파악하고 주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비범에 가로막힌 평범은 어떻게 해야할까? 격차가 너무 크다면 다른 길을 걸어야 됩니다. 유도선수였지만 올림픽 출전기회를 단 한번도 얻지 못했던 사람이 제왕으로 불렸습니다. 러시아의 에밀리아넨코 표도르입니다. 판을 바꾸었을 뿐이지만 한 쪾에서는 평범으로 다른쪽에서는 비범으로 불렸습니다. 표도르가 유도에 남아있었더라면 60억분의 1이라는 별명은 없었겠죠.





시간이 지날수록 절실히 느끼는 것 말 중 하나. '이 세상에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나를 지지하고 나의 능력에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혼자서 일할거 같은 직업도 그렇습니다. 소설가를 예로 들면, 작업실에 혼자 앉아서 주구장창 글을 쓸거 같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 살인자의 기억> 작가 김영하가 서로 교류를 할 수 있는 좋은 친구, 이해할 수 있는 친구를 두는게 중요하다고 말하더군요. 잘보면 예술가들 주변에는 항상 뛰어난 사람들이 있습니다. 혼자서 빛이 나는게 아니라 서로 빛이 나도록 도와 주는것입니다.




지니어스에서는 눈물을 삼켜야 했던 최연승이지만 그가 가진 능력은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중간 달리기>에서 표적이 되어 찍히는 위기 상황에서 침착함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대립적인 관계에 있더라도 적대적으로 행동하지는 않았습니다. 흥분한 상대에게도 조곤조곤하게 부드럽게 말하는 태도는 호감을 느끼게 만듭니다.



오현민의 슈퍼 컴퓨터처럼 돌아가는 머리도 부럽지만 최연승의 자세는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야 하는 사회적인 활동을 하는데 보다 유리하게 작용할 겁니다. 게임처럼, 저에게 둘 중하나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최연승의 태도를 선택하겠습니다. 여기서는 비범에 눌렀지만 다른 세계에서는 평범함을 뛰어넘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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