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거림

사이버망명과 노벨상, 분노가 일으킨 변화

네그나 2014. 10. 15. 23:15

올해 노벨물리학상 공동수상자로  미국 UC샌타바버라의 나카무라 슈지(中村修二) 교수가 선정되었습니다. 나카무라 슈지 교수는 1979년 니치아(日亞)화학공업에 입사해서 300여건이 넘는 특허를 출원했고 청색 LED를 개발해 회사매출을 비약적으로 키우는데 큰 역할을 했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고작 2만엔(20만원)의 보상금 뿐이었습니다. 나카무라는 일본의 연구 풍토에 실망해 회사를 그만두고 UC샌타바버라 교수가 되는 선택을 했습니다.






이런 스토리는 그렇다고 하고 특이한 그는 인터뷰를 합니다. 보통 수상자에게 '어떻게 노벨상을 탔느냐?' 고 물으면 '좋아하는 일을 계속한 덕분' 이라는 과학자스럽고 상투적인 답변이 나오기 마련인데 나카무라 슈지는 달랐습니다. "분노가 동기부여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니치아 상사들이 그를  볼 때마다 '아직 퇴사하지 않고 있느냐'고 말한데 분노를 느꼈다는 것입니다. 아마 '두고보자.'며 칼을 갈지 않았을까? 다른 감정도 아닌 분노가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었다게 특이한 점입니다.



요 며칠 분노 때문에 떠들썩한 사건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대통령이 “사이버 상의 폭로성 발언이 도를 넘었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이 엄숙하게 말했겠지만 분노에 가까운 감정이었을 겁니다. 이 분노는 호들갑으로 연결이 되는데 검찰은  '허위사실 유포 사범 실태 및 대응 방안'을 주제로 회의를 열고 단속 방침을 밝히자 마자 사이버 검열 논란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사용자들은 분노는 정보를 제공한 다음카카오에 대한 비난과 함께 텔레그램의 망명으로 이어졌습니다. 새출발하려던 다음카카오는 굉장히 당혹스러웠을 겁니다.



이름 조차 생소했던 메신저 텔레그램은 독일의 모바일 메신저로 보안을 강조한게 특징입니다. 보안을 강화시킨데에도 이야기가 있습니다. 개발자인 파벨 두로프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인 브이콘탁테 (VKontakte/VK)의 성공으로 2억 6000달러의 순자산을 보유할 정도의 거부가 되었습니다. 러시아 정부가 VK에 사용자들에 대한 정보를 요청하고 거부하고 러시아를 떠나는 선택을 합니다. 자신의 조국을 등지는 결정을 한데에는 분노할 수 밖에 없는 상황때문 이었을 겁니다.



파벨 두로프텔레그램을 개발한 파벨 두로프. 분노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텔레그램을 만들었으리라.



홍콩의 민주화시위도 청사 주변에서 시위를 벌이던 학생 시위대에 대해 홍콩 당국이 70명을 무더기로 연행하는 등 강경 대응하면서 격화된게 시발점입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빈부격차 증가로 인한 젊은이들의 좌절이 누적되었고 민주화 요구로 이어졌습니다. 홍콩의 민중화 시위는 3년전의 아랍의 봄[각주:1]를 다시 보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아랍의 봄의 희망에서 회의으로 이어졌듯이 홍콩 시위가 좋은 결과로 나타나리라 생각되지 않습니다.



현실에 대한 분노는 행동하도록 만듭니다. 분노는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게 되는데 누군가에는 동기부여가 되고 , 누군가에는 위기가 오게 만들고 , 자신의 생활 환경을 바꾸는 선택을 하도록 만듭니다. 분노하지 않고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사회가 바람직할 겁니다. 하지만 정당한 분노조차 허용되지 않은 사회에서 미래에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1. 2010년 말 튀니지에서 시작되어 아랍 중동 국가 및 북아프리카로 확산된 반(反)정부 시위를 말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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