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누기

휴대폰 보조금 규제는 한국판 금주법인가?

네그나 2014. 2. 15. 00:20

2월 11일, 기습적인 휴대폰 보조금이 풀려 이른바 211 대란이 일어났습니다. 최신 제품인 갤럭시 노트3가 10만원대로 팔렸다고 하니 상당히 파격적인 가격으로 풀렸습니다.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상관없는 일이었습니다. 단속을 피하게 위해서 정보를 은밀하게 공유하기 때문에 알기가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내방을 해야 하는 조건이라, 새벽시간에 휴대폰을 구입하기 위해서 길게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습니다. 전 세계 어디서도 보기 힘든 모습이 아닐까?



보조금 대란이 일어난 후에는 뉴스로 사실이 알려지고 곧이어 방통위는 제재하겠다는 발표를 합니다. 제재에도 불구하고 같은 일이 다시 반복될거라는 예상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영업제재-소강상태-기습적인 보조금-대란 발생 다시 영업제재 이 사이클은 반복됩니다.



현재는 휴대폰 하나당  27만원의 보조금은 가능하지만 그 이상은 규제를 하고 있습니다. 규제당국에서 내세우는 논리는 '보조금 경쟁이 과다하니 요금제가 비싸다. 보조금 규제를 줄이면 요금도 내려갈 것이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단말기 보조금을 줄인다고 해서 요금이 내려가지 않을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 실제로도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보조금 규제를 보다 보면 술은 안된다던 미국의 금주법이 생각납니다.

갤럭시 노트3기습적인 보조금 투하기 이루어진 갤럭시 노트3




술은 절대 안된다 미국의 금주법



1919년 미국에서는 금주법이 통과되어 다음해인 1920년에 발효되었습니다. 금주법의 시행으로 미국내에서 주류의 제조나 판매가 전면 금지되었습니다. 금주법에 생긴 이유는 적대국 독일에 대한 반감, 맥주를 만드는 독일계 이민자와 아일랜드 이민자들에 대한 반감에 보수적인 종교가들의 활동이 겹쳐졌습니다. 미국은 술과의 전면전을 벌였습니다.



beer



금주법이 제 정되었지만 문제는 잘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미국인들은 법을 바꾸기 보다 몰래 마시기로 했습니다. 부자들은 개인 클럽처럼 꾸며놓고 암호명을 가진 사람만 입장시키는 ‘무허가 술집’을 드나들었습니다. 비싼 술을 구할 수 없으니 가난한 사람들은 밀주를 만들어 마셨습니다. 밀주가 성행하면서 미국인들의 건강은 악화되었습니다. 1928년 뉴욕에선 알코올을 부동액과 페인트에서 뽑아내 마신 사람들 중 34명이 4일 동안 잇따라 숨지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금주법이 시행된 13년 동안 3만 5천명 이상의 시민들이 독성이 강한 술을 마시고 사망했다고 하니 말 그대로 목숨을 걸고 술을 마셨습니다.



규제가 있으면 이득을 보는 사람이 생기는 법입니다. 코카콜라는 자사 제품을 '금주용 음료'라는 점을 홍보했고 금주법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가자 비약적인 성장을 하게 됩니다. 금주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을 거라는건 예상 할 수 있습니다. 단속원과 관리들은 쉽게 매수되어 줄어들었던 부정 부패가 다시 증가했습니다.


알 카포네알 카포네. 뺨에 흉터가 있어 스카페이스(Scarface)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금주법을 만든 사람도 이 법이 마피아와 같은 갱이 급성장하는 계기가 될줄은 몰랐을 겁니다. 이 시기 가장 유명해진 사람이 바로 '알 카포네'입니다. 알 카포네는 밀수, 도박, 매음 산업으로 돈을 많이 벌었은데 특히 밀주로 크게 돈을 벌었습니다. 알 카포네는 살인이 아니라 '탈세'로 기소되어 감옥으로 가게 되었다는게 특이한 사실입니다. 1933년 프랭클린 루즈벨트가 대통령이 취임하고 폐지함으로써 14년간의 암흑 시절이 막을 내립니다. 하지만 금주법이 완전히 철폐되기까지는 1966년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처음부터 지키 어려웠던 규제 아니었나?



금주법 때무에 이득을 본건 인근 국가들의 술 제조·판매업자들과 갱들이었습니다. 어차피 부자들은 상관없었고 질이 떨어지는 술이 난립해 서민들만 피해를 보았습니다. 금주법은 처음부터 지키기가 어려웠던 규제였습니다. 술을 규제해야 한다는 생각은 근본주의 세력만이 가졌을 뿐 사람들은 동의하지 않았고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으로 규제에 동의하지 않는다는걸 보여 주었습니다.



암호를 사용하는 무허가 술집처럼 소비자들은 스파이처럼 정보를 돌려보고 몰래파는 가게를 찿아갑니다. 밀주를 찿는 손님에게 은밀히 내놓는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규제를 동의하지 않고 있습니다. 금주법처럼 보조금 규제도 지키기가 어렵습니다.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고 싶어하고 통신사들은 점유율을 높이려고 하니까요. 



이 상황에서 보조금 규제를 하면 누가 이득을 보는가? 이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경쟁을 할 필요가 없는 통신사나 단기간에 막대한 판매고를 올리는 판매점을 제외하면 소비자에게 이득이 올거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이득을 보게될까?  글쎄요. 그러리라 생각되지 않습니다. 비싸게 스마트폰을 구입하고 여전히 비싼 요금제를 사용하게 되겠죠. 규제와 제재에도 불구하고 기습적인 보조금 지급이 이루어지고 반복되는 대란이 일어나는 현실을 볼 때, 지키기가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보조금 규제는 금주법처럼 처음부터 지키기가 어려운 규제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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